[축구NTX]바꿔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가져오는 문제점
축구계는 정말로 많은 변화가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가고, 그간 한국 축구가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발전 중에서도 충분히 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저지르고야 마는 행동은 비판을 면치 못합니다. 이는 당연한 겁니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최근에도 이런 바보같은 짓거리를 거듭하면서 팬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훗날 위키에도 적겠지만, 협회와 연맹의 하지 말았어야 할 실책들을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1. 공격축구 = 흥행에 대한 믿음
공격축구가 반드시 흥행으로 이어지냐면 절대로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연맹과 협회 뿐만 아니라 기자들도 착각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공격축구가 나온다고 게임이 재미있다는 건 솔직히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한국축구 뿐만 아니라 EPL을 살펴봐도 이런 소리는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PL 의 지난 5시즌을 통틀어서 각 시즌별 골 수와 최종 평균관중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는 위키피디아 영문판입니다.
14-15시즌 2.57골 36,175명
13-14시즌 2.77골 36,657명
12-13시즌 2.80골 35,931명
11-12시즌 2.81골 34,601명
10-11시즌 2.80골 35,190명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는 제가 예전에 논해 본 적이 있었던 "[축구NTX]달라질 K리그 순위산정방식은 의미가 있는가?"에서도 피력했듯이 관중과 골 사이에는 의미있는 관계가 없습니다. 팬들과 선수는 당연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팀의 우승을 꿈꾸며, 팀과 팬은 이 가치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장을 찾는 겁니다. 이 가치를 공유할 수 없다면 뭔 짓을 해도 팬은 경기를 볼 생각을 안 합니다. 흥행이 성립할 수 없다는 이야깁니다.
골이 터지고 안 터지고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골이 터져도 지게되면 팬의 입장에선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강등 위기를 겪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 순간 돌아버립니다. 바로 카톡날려 지인들 모으고 술집으로 갑니다. 골을 넣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팬들이 바라는 건 우승이고, 피하고 싶은건 강등이며, 여기에 골이 얼마나 들어갔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막말로 평일 경기임에도 국가대표팀 경기에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이는 이유가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골을 잘 넣어서라고 생각하시는 분 있나요?
국대의 골 가뭄을 걱정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아시아권에서도 이렇게 골을 못 넣는데, 월드컵에서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때문이고, 반대로 골을 많이 넣으면 "그래도 아시아 팀들에게 이 정도 넣었으면, 월드컵에선 아무리 못해도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겠지?" 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국대팬은 솔직히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할 수만 있다면 골 없이 무승부만 해도 만족할 겁니다. 그리고 토너먼트에서 무득점 무승부만 거듭할지라도 승부차기를 통해 4강신화를 재현하고, 나아가 결승 무대까지 밟는다 해도 다들 만족할 거라고 전 장담합니다. 국가대표팀을 자신의 입장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 주어졌으며, 팬들이 원하는 가치(=성적)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에 국대팬들은 당연히 만족하는 겁니다.
그런데 연맹과 협회는 이런 개념을 철저히 무시하고 뭔가를 바꿔야지만 흥행된다는 생각인지 공격축구가 흥행을 몰고온다는 속설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무로가 봤다면 그건 에고라고 말할 것 같고, 샤아가 봤다면 공격이란 중력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종자라고 비난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기자들도 솔직히 골과 흥행 사이에는 관계 자체가 없다는 걸 인지하고 기사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2. 평일경기는 좀 하지마라.
일정상 어려움이 없다면 솔직히 평일 경기는 좀 피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연맹은 평일에 경기를 열겠다고 충분히 토요일과 일요일에 소화가 가능함에도 월요일에 경기를 여는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말해서 제가 연맹 사무총장이라면 이거 기획한 놈은 반드시, 어떤 수를 써서라도 다시는 축구계에 발을 못 붙이도록 만들겁니다. 아니, 아예 기획안을 올린 시점에서 바로 1:1 면담을 좀 했을 것 같네요. 비록 챌린지지만 월요일에 대체 무슨 관중이 모인다고 이런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야구만 봐도 평일보다는 주말이 관중몰이에 더 큰 도움이 됩니다.
차라리 할 거라면 금요일에 잡는게 합리적일겁니다. 금요일은 다음날 토요일이 평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야구도 금토일 3연전이 화수목 3연전보다 관중 몰이가 잘 됩니다. 가령 허구연이 좋아하는 (으린슨슈가 많은) 두산과 허구연이 정말로 싫어하는 한화의 각각 홈경기 관중변화가 어떤지 살펴보면 명백합니다.
두산의 홈경기는 4월 5,6,7일 화수목과 4월 15, 17일을 잡았습니다. 이 중 16일은 우천취소지만 평균을 내기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평균을 내 봤습니다.
화수목: 평균 11,225명 / 금토일: 평균 16,593명
한화도 기간은 동일하며, 우천취소도 같은 날에 있었습니다.
화수목: 평균 7,128명 / 금토일: 평균 8,215명
누가 봐도 평일과 주말, 둘 사이에는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관중들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흥행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연맹은 대체 무슨생각으로 월요일에 챌린지 경기를 열겠다는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설마 야구가 안 열리는 요일이 월요일뿐이라서 안 하는 겁니까? 그렇다면 진짜 연맹 사무총장의 뇌 속을 한번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차라리 방송사에서 요구함에 따라(월요일 스포츠 컨텐츠가 없어서 라든가) 바꾸었다면 그나마 이해라도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스포츠라는 산업에 있어 흥행과 중계의 사이는 땔 수 없는 사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라면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연맹이 양보해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연맹은 갑자기 월요일 일정편성을 통해 흥행을 끌어올리겠다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챌린지 팬들은 뒷목을 잡을 수 밖에요. 가뜩이나 관중이 없어서 흥행을 몰고 오겠다는 게 겨우 이따위 짓거리로 나타나고 있으니 K리그 팬들은 오늘도 뒷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WK리그도 월요일에 열리는데 챌린지와 겹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떤 생각으로 풀어갈 건지 연맹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네요. 가뜩이나 중계가 없는 WK리그의 중계 가능성을 대폭 줄여버린 이번 결정에 팬들의 불만은 또 늘어 갑니다.
이런 논란들 말고도 연맹과 협회는 분명 잘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삼성의 수원월드컵경기장 내에서의 마케팅 문제를 제법 잘 정리한 부분같은 경우는 언론에 나오진 않았지만, 계약에 관한 교통정리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헛소리들은 분명히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게다가 위의 문제는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팬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라서 저와 같은 K리그 팬들에게는 도무지 용납하기 힘든 부분들로 가다옵니다.
일단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연맹과 협회의 이런 부분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나아질 것 같진 않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 1~2년 사이에 갑자기 생긴게 아니라 K리그가 탄생한 시점부터 30년이 넘게 되풀이 해 온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