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실험실에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국내산라이츄
4
1888
2015.07.16 02:24
1.
근데 너 혐연가라매 말봐라를 알아?
친구 왈, 노트북이 아니라 TV라고...
교수가 미국에 가기 전날 가족들이 온다고 집을 정리를 했습니다.
근데 그 쓰레기를 왜 실험실 식구들이 정리해야되는거냐...
심지어 우리는 안 해도 되는거거든요.
여러분 사장님이 집 분리수거 하는데 찾아가서 대신 하지 않잖습니까.
근데 교수 직속 후배가 바람잡고 다 끌고가서 실험 못 하고 그거 했습니다.
결국 그날 11시에 들어갔죠.
2.
논문 진행상황은 뭐......
포기했고......
올해 안으로 나오기나 할런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그 교수 거짓말 밥 먹듯이 하니까요. 양치기 교수?
여튼...
그 논문에 교수 와이프+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적혀있습니다.
실험실 식구들도 다 적혀는 있는데 실질적으로 실험 한 사람은 저랑 저 전에 있던 언니 둘이예요.
그냥 아는 사람이거나 실험할 때 숟가락만 얹어도 논문에 이름을 싣는겁니다.
집을 지을 때 지나가다 시멘트 한 삽 퍼도 집 건축한 사람으로 인정해준다 이 얘깁니다.
매번 이런 상황이니 논문에 대해 물어봐도 애들이 대답을 못 해 대답을;;
+
저는 논문에 싣는 그림을 포토샵으로 작업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PPT나 그림판 씁니다)
아마 제 파일 보고 그쪽 식구들한테 똑같이 해 보라고 하면 이거 절대 똑같이 못 할겁니다.
저는 작업할 때 자 소환하고 가운데 다 맞추고 심지어 어떤 건 레이어가 열몇개는 되거든요.
이름은 써 놓긴 한데... 그것도 저 아니면 모를걸요.
3.
공초점현미경(이하 컨포컬)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기기가 상당히 비싸서 실험실에서 구비하기는 힘들고, 공동기기실에서 사서 씁니다.
그리고 이 기기는 사용료를 받습니다. (시간단위) 예약제고요.
오퍼레이터 사정에 따라 예약이 안 되는 날도 있습니다.
컨포컬을 보고 나면 요금이 공동기기실->과사->실험실로 청구되는 식입니다.
그리고 우리 실험실은... 저는 안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 이거 보러 가면 잘 찍네 뭐하네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어요.
그래서 항상 타임 오버가 되곤 합니다. 참고로 타임 오버가 되면 초과한 시간만큼 또 요금이 나옵니다.
공동기기실에서 컨포컬 요금 내라고 독촉장 오데요.
심지어 가격이 여섯자리...... 도대체 언제부터 연체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한테 전화도 오고, 과사 통해서 독촉장도 여러번 왔는데 요금 낸다고만 하고 안 내서 다음날 전화오고 그랬거든요.
이게 뭐랑 똑같냐면 렌탈 서비스 받아놓고 요금 안 내는거랑 똑같은겁니다.
+컨포컬 안 되면 5층 가서 형광현미경을 써야 하는데 이것도 타임오버 됩니다...
아니 그냥 정밀하게 보고 캡쳐하면 되는데 옆에서 꼭 감놔라 배놔라에다가 조작을 가르쳐줘도 못 해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가끔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형광이 안 잡힌다며 엉뚱한 툴만 만진다거나...
그냥 물어보라고......
그 실험실 사람들은 병풍이냐......
4.
옛날옛적 호랑이 말봐라 피던 시절... 은 아니고
그 당시 전자제품을 주문하면 입금했더니 벽돌이 온다던가 하는 사기가 뉴스에 왕왕 보도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집은 전자제품만은 방문구매 or 방문수령 둘 중 하나를 택합니다. (엄빠는 전자, 저는 주로 후자입니다)
노트북도 방문수령했죠...
노트북 사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노트북 사면 사은품이 꽤 많이 옵니다.
마우스라던가, USB 허브라던가, 거기다가 노트북 백팩, 캐리어용 파우치(쓸 일이 없어서 글치)...
거기다가 노트북이 2.5킬로나 나가는지라 체감 무게가 거의 1.5리터 생수병 두 개를 한 손으로 들고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박스에 손잡이가 있어서 망정이지;;
그래서 지하철역에 나오면 짐을 좀 나눠서 들어달라고 할 요량으로 전화를 했죠.
저 : 여보세요.
쓰(쓰레기) : 어, 왜?
저 : 저 노트북을 받았는데 이게 좀 무겁네요. 좀 들어주실래요?
쓰 : 나 밖인데.
......임마 나도 용산역이야...
최소한 어딘지는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뭐 텔레포트 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놓고 실험실 가니까 노트북 좋네 이러고 있는데... 혈압 오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