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수능이 100일 남짓 남았는데 그림 그리는 시간이 전혀 줄지 않은 듯한 기분이... 공부에 의욕이 전혀 안 생기니 딴짓만 하게 되는군요.
어쨌거나 이 '출산율의 저하로 인해 각 스페이스 콜로니의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제한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병용 4m 사이즈의 초거대 파워드 슈트', 현 가칭 박스헤드(Boxhead)는 슬슬 그리는 게 익어간다는 느낌입니다. 점점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느낌도 지워지고 있고...
다만, 그간 로봇물의 역사가 길다 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럴듯해 보인다' 라는 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와 비슷한 의미가 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어째 디자인적 개성이 좀 죽은 것 같다는 느낌은, 제 착각일까요.
디자인 세부적으로 말해 보자면, 안타까운 점이라고 해야 할까, 저 발 구조와 불펍식 30mm 돌격기관포(?)는 예전에 디자인했던 메카닉의 재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그도 그럴게, 세계관 수정으로 인해 갈 곳이 사라진 디자인이었거든요.
특히 저 기관포는, '코일건'을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구현(총열 옆에 튀어나온, 솔레노이드에서 발생한 자기장의 차폐막 역할을 하는 부품)한 디자인이라 버리기가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인간형 로봇이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수정해서 다시 써먹은 거죠.
일단 코일건의 화력 = 포신의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조금이라도 포신의 길이를 늘리기 위해 탄띠를 쓰는 불펍식 기관포라는 뭔가 이상한 구조 채택. 반동제어를 위해 측방손잡이를 달고, 다음 발사에 필요한 전력을 축전하는 캐퍼시터의 위치를 방아쇠 앞으로 당겼습니다. 총구 아래에 있는 카메라로 조준하는 시스템은 유지하되, 유사시를 대비해 총 위에 광학식 조준기를 장착할 수 있는 소켓을 달았습니다. 착검장치도 마음의 눈으로 보면 존재하고(...), 개머리판은 사람처럼 부드러운(?) 가슴을 가지지 않은 로봇을 위해 특수 고분자를 활용하여 제작, 평소에는 베게처럼 푹신푹신하지만 견착하면 경화되어 충격을 흡수하는 것을 돕습니다. 그리고 그 바로 위에 쿨러팬을 사용한 CPU 쿨러와 비슷한 공냉식 냉각장치를 달았는데... 사실 분진 등에 의한 오염 방지 대책이나 대기압이 지구와 다른 행성, 우주에서의 운용은 생각이 안 나서 뒤로 미뤄 났습니다. 누구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좀 도와줘요 흑흑
등에 장착한 컨테이너에서 뻗어나온 탄띠는, 30mm짜리 탄환을 일일이 다 그렸다간 제가 미칠 게 분명하다는 걸 이미 경험해 봤기에 걍 뭉뚱그려서 그렸습니다. 뭐, 설정상 화약을 통한 1차가속 같은 건 하지 않는 순수한 코일건 탄환이다 보니 탄피 같은 건 없고, 내부의 초전도 고리에 발사에 필요한 전력이 저장되어 있는 게 전부라는 설정이라 좀 대강 그려도 되겠죠.
어깨의 오른쪽 하드포인트에 장착된 MANPADS 3기는, 레이저 하드킬 기반 APS 시스템의 발달로 일반적인 미사일은 전차나 헬기, 무인 드론 전부에 명중시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목표에 근접하면 몇 개의 자탄으로 분열되어 타격한다는 설정입니다. 저 크기에 몇 개의 자탄이 들어간다는 거니, 각각의 크기는 아이언맨 1에 나오는 Mark 3의 미사일 수준(...)이라고 보셔도 될 겁니다. 뭐, SF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그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왼쪽 넓적다리의 소켓에 장착된, 손잡이 끝부분만 보이는 초음파 와이어 커터(총검)와 오른쪽 넓적다리 소켓에 장착된 초음파 야전삽.
아, 덤으로 가슴팍(?)에 보면 뭔갈 그렸다가 지운 흔적이 보일 겁니다. 별 건 아니고, 전자석으로 연막탄 같은 물건들을 고정시켜 둔다는 기믹을 표현하려 한 건데...영 이상해서 지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어쨌거나 잡동사니는 주렁주렁 집어넣는 게 '택티컬' 해 보인다는 입장이지만, 그림 실력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어서...
(※ 택티컬이란? 밀리터리 상품에서 '리얼로봇'과 비슷한 느낌으로 붙이는 외교적 수사. 물론 택티컬 나이프 등은 실용적인 사용을 목표로 꽤나 그럴싸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택티컬 좀비 슬레이어 카타나 같은 걸 보면 '택티컬한 카타나' 같은 게 아니라 ''택티컬한 좀비'를 쓰러트리기 위한 닛뽄노 부시도를 담은 반자이 어택 스킬 보유' 정도로밖에 안 보입니다. 딱히 밀리터리라고 해서 상업주의의 폐혜가 닥치지 않는 건 저어어어얼대로 아니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
덤으로 용지 크기의 제한, 좀 더 정확히는 제 스케일 계산 미스로 인해 발이 너무 작게 그려졌습니다. 접지압의 망령이 절 또 덮치는군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