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만화'의 위험성

비잔뽕이부족합니다 3 3810
예전에 모 학습만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적이 있습니다. '인류'라는것을 다루는 만화였는데 마지막에 결론을 내는 장면에서 '창조론과 진화론 둘다 나름대로의 증거가 있고 일리가 있다'란 장면이었죠... 생각해보면 만화상에서 창조론을 주장하는 캐릭터를 '굳이' 등장시켰던걸 생각해보면 작가가 애초에 창조론에 유화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저런 어이없는 말을 '과학 학습만화'에서 낼 수 있던거겠죠....

 

그외에도 학습만화를 보면 학계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서 애들을 현혹시키는 류의 만화가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무렇지도 않게 중국 소수민족 묘족의 신 치우를 한국신으로 치환시킨다거나(동이의 본래 뜻을 생각해보면 저건 자기자신이 오랑캐라고 자칭하는 꼴입니다.....), 아니면 뻔히 '야사'인 이야기를 마치 진실인양 둔갑시킨다거나....(예를 들자면, 당태종이 안시성에서 격파당해 도망치던 와중에 안시성주에게 눈에 화살을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뻔히 진실인양 전하는 만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외에도 역사적 인물들을 초인으로 만든다거나(연개소문을 무슨 한니발이나 이순신이상의 전략가로 만든다거나....) 역사적 사건을 자기 정치적 성향에 맞춰 왜곡한다거나...(5.16군사정변을 '애국군인들이 충의로 나선 일'이라고 왜곡하는 경우)등등.... 이런경우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하는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근데 적다보니 전부 역사만화쪽이군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이 문제가 꼭 '비전문가인 만화가가 전담해서 그런것'은 아니란겁니다. 의외로 전문가가 고문역할을 해서 조언을 해주거나 밑정리를 해줘도 이런일이 일어난다는게 문젭니다....(첫문단에서 소개한 만화가 바로 그런경우죠....)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역시 이런 학습만환 작가가 그리는게 학습만화 본래의 쓸모와(비전문가인 어린이,학생,기타 인원들이 해당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 가장 맞는 경우일겁니다. 전문가인 학자들이 꼭 만화를 잘 그리는건 아니니까요.... 결국 작가들이 좀더 확실한 곳에서 정보를 얻도록 하면서, 한편으론 독자가 적극적으로 혹세무민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만화들을 걸러내는 수밖에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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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어쨌거나  
이러한 선동(?)이 판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똑똑해져야 하겠죠. 하지만 학습만화라는 것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네요.
paro1923  
학습만화 하니까 이원복 씨 사례가 생각나네요. 유럽 살 적에는 사민주의에 경도된 내용을 많이 그리더니, 21세기에 들어서는 송병락의 신자유주의 레퍼런스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 작품 성향이 180도 뒤바뀌었더랬죠.
함장  
학습만화라면 어떤 주장을 결론내리듯이 전달하는 것 이전에,
'왜 나(만화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를 서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주장 자체가 아니라, 주장의 '구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같은 경우가 이런 구조가 되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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