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패미니즘을 흔들 것인가?

cocoboom 8 9991

여권의 변화는 산업의 변화와 함께 한다고들 하죠.

 

예를 들어서 본래 여성의 성역할이 가정일에만 국한된 것은 산업혁명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쉽게 "가정일"이라고 해도, 사실 여성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당시 가옥 구조는 간단한 수리나 구조 변경도 여성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일이 많았죠. 여성이 부엌을 지킨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정작 그 부엌에서 조리할 식재료를 구하려면 남성의 손을 타야했습니다. 특히 서양은 주식이 고기였기 때문에 짐승을 잡고 잡은 짐승을 다듬어서 조리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건 모두 남성의 몫이었습니다. 시장보기는 근대 이후에는 여성의 성역할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과거엔 시장을 이용하기 위해서 며칠 씩 걸려서 험한 길을 가야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맹수나 도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죠. 우리나라만 해도 조선시대에 보면 오일장에 가기 위해 아버지가 며칠 씩 길을 나서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시장보기가 산업혁명 이전에는 "남자가 해야할 바깥일"로 취급되었던 거죠. 이런 식으로 오늘날 "가정일"이라고 생각하는 일 중에는, 과거에는 여성이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일도 많이 있습니다.

 

반대로 "바깥일"은 또 여성의 도움이나 협조가 없이는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농업의 경우는 힘이야 어쨌든 한 명이라도 손이 많을 수록 유리합니다. 당연히 여자고 남자고 할 거 없이 모두 밭에 달려들 수밖에 없었죠. 어촌에서는 여자를 배에 태우진 않더라도 그물을 다듬고 잡은 고기를 손질하고 옮기는건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모두 달려들어서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이 시절의 "바깥일"과 "가정일"의 구분은 좀 모호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때는 순수하게 "힘쓰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구분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군요. 바깥일 중에서도 특히 위험하거나 힘쓰는 일은 남자가, 힘하고 상관없이 노동력 자체가 필요한 경우는 여자가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사회구조가 많이 변했습니다. 산업혁명과 함께 도입된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애매하게 구분되어 있던, 육체적인 힘에 의해 구분되어 있던 성역할 구분을 상당히 바꿔 버렸습니다. 즉 이때부터는 남자의 바깥일이 "산업에 종사해 돈을 벌어오는 일"이 되었고, 여자의 가정일은 "집안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전담하는 걸로 바뀌었지요. 심지어 자식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일은 원래는 대부분 남자 쪽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능이 "학교"라는 형태로 완전히 바뀌게 되자 가정내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직접 "교육"하기 보다는 "징벌"에 한하게 되었고 이런 징벌을 내리기 전에 훈육하는 일은 또 어머니의 일이 되고 만 거죠.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기술의 발달이 실제 가정일 대부분을 "편리"하게 바꿨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원래 남성이 해야 했던 "가정일"은 발달된 기계와 임금을 받는 기술자가 대신하게 되었기 때문에 남자는 오로지 바깥일에만 종사하게 되는 겁니다. 즉 발달된 기술로 "가정일"에서 "여자들이 하던 부분"만 남아 버린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는 거죠.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시기를 전후로, 이 시기의 성역할은 신체적 특성하고 무관하게 순수하게 "권위"에 의한 걸로 고착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전에도 남성이 식재료는 조달해도 직접 조리하는 것은 기피하는 등 성에 따라 금기시되는 일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순수하게 권위로서 "남자는 바깥에서 돈만 벌면 되고, 여자는 집안일만 하면 된다"라고 못 박힌 것은 이때라고 생각합니다.

 

패미니즘의 발생과 함께 "여성을 가정에서 해방시킨다"는 구호가 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패미니즘의 주된 활동은 여성을 가정일에서 해방시키는 겁니다. 어느 정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 조차 그렇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기술의 발달이 가정일을 오로지 여성의 일로 국한시킨 것과는 반대로, 종국엔 기술이 가정일 자체를 없애버리는 상황도 올 수 있을 거라는 말입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가정일을 발달된 기술에 의해서 처리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가정일"의 가짓수 자체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청소 분야의 경우 불과 10여년 전까지도 집안일 분야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던 부분인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계속 비중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청소도구는 갈 수록 더 가볍고 편리하게 변하고 있고 심지어는 로봇 청소기까지 등장했고 제법 보급되고 있습니다. 세탁이나 조리분야는 성능이 달라졌을 뿐, 들이는 수고나 기능성은 크게 달라진게 없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죠. 아마 이대로 기술이 정발전한다면 몇 십년 내에 "청소"는 그냥 기계해주는 것이고 가정일에 끼지도 못하게 될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발달된 인공지능이 직접 가정에 적용된다고 했을 때, 또 한 번 가정일이 격감하는 상황이 올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요즘 구글에서는 알파고에 로봇팔을 달아서 마우스와 키보드로 스타크래프트를 시키겠다고 하는데, 농담 같지만 정말로 된다면 엄청난 일이 됩니다. 요리나 세탁처럼 기계가 대신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가정일 분야도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요.

 

즉, 기술이 발달은 가정일 자체를 없애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그런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올 겁니다. 솔직히 기술만 놓고 본다면 지금이라도 프로토타입 조리로봇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거 같으니까요.(따지고 보면 지금 대량생산되는 인스턴트 식품들은 모두 "로봇"이 만들고 있는 셈이긴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여전히 "여성을 가정일에서 해방시킨다"는 구호에 머물고 있는 패미니즘 운동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존립 그 자체가 흔들린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물론 패미니즘도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고 분야에 따라서는 훨씬 진보된 담론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주류적인 목소리는 그렇지 못하죠. 과연 패미니즘이 이렇게 급격한 사회변화, 기술변화에 따라서 같이 진화해 나갈 수 있을까요? 어쩌면 패미니즘 자체가 사멸하고 그걸 대체할, 새로운 산업사회에 적합한 성담론이 대두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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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뭐라고 하죠. 가사때문에 여성이 사회로 진출을 못한거라는 관점을 가지고 쓰신거라면 저는 동의할 수가 없군요. 그건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불과한거니까요.

실제로 여성 기혼자의 사회적진출이 활발해 진 원인은 가사기술의 발전도, 산업기술의 발전도 아닙니다. 단순히 가계수입의 감소였습니다. 남편 혼자서 벌어오는 돈이 그동안 누리던 가계생활에 턱없이 모자라지니 아내 역시도 사회에 진출해서 가계수입자체를 늘려야할 상황이었죠.

바꿔서 생각해보죠. 정말 가사를 하지 않게되면 여성이 자연스럽게 사회적진출을 하나요? 우리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도 가사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전엔 '식모'라 불리고 지금은 '가정부'라는 불리는 직업이죠. 이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뭐든지 다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내의 가사부담을 거의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당시 '식모'나 지금 '가정부'를 쓰는 모든 분들이 다 '사회적 진출'을 시도했었냐 하면 그런건 아닙니다.

기술은 공짜가 아닙니다. 모든 기계는 사는데 돈이 들고, 초기 비용은 더더욱 들죠. '가정부'를 쓰는 비용과 '로봇 청소기'를 비록해 가사용 기계를 사는 돈이 엇비슷 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면 가사를 인공지능에 의존할 필요는 줄어듭니다. 물론 언젠가는 줄어들겠죠.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기계를 대량생산할 기술은 늘어갈테니까요. \

하지만 제가 묻고 싶은건 그겁니다. 정말 여성이 가사를 하지않아도 되는 방법을 몰라서 사회진출을 안한건가요? "여성을 가사에서 해방시킨다"라는 구호가 기술자들에게 '어서 기술을 발전시켜 여성의 사회진출을 늘리자'라는 소리일까요? 그냥 의식각성을 위한 구호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cocoboom  
약간 제 의도가 잘못 전달 된거 같군요. 우선 제가 하려던 말은 가사가 여성의 사회진출에 제약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상대적으로 가정 내에서 남성의 역할은 산업과 기술의 발달이 대체하면서 남자는 온전히 사회적 업무에만 매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여성이 담당하던 영역은 그대로 남아있거나 혹은 남성이 담당하던 역할을 떠안게 되었다는 거죠.

물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여성에게 가사를 전담시키는 것이 하나의 "남성적 권위"로 굳어져 버렸다는 점은 본문에서도 지적했습니다. 박정달님이 말씀하시는 "식모를 들여도 사회진출하지 않는 여성"은 이렇게 남성적 권위로 도식화돼버린 성역할에 안주한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또 식모의 예시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 님은 가계수입이 적기 때문에 사회진출을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애초에 여성에게 제공되는 일자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자본주의 시장은 남성적 권위로 재편되어 있던 상황이므로 여성의 몸으로 일반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남편의 부재 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찾으려는 여성들에게 그나마 주어진 것이 "식모"처럼 "다른 집의 가사일"을 맡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이런 일자리들은 전체 노동시장의 평균 임금 수준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의 비정규직처럼 매우 불안정하고 임금 자체도 짜디짠 일자리였다고 할 수 있겠죠.

정리하면 여성이 가계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그 여성에게 주어지는 일이란 "집안일"로 한정되었다는 거죠. 본격적인 산업활동에 끼어들 여지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여성의 자아실현 욕구나 사회진출 욕구는 압도적인 가사편중에 가로막혀 있었고요.

사실 오늘날은 가사분담이 많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사는 여성의 영역이라고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사일에서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출산과 육아가 여성중심이기 때문인데, 이 부분만큼은 남자가 아무리 거들어도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넘어서기 힘듭니다.

선진국이나 한국보다 양성평등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나라에서도, 가사는 여성이 사회진출을 하는데 있어서 장애가 되는 걸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여성을 가사에서 해방시킨다"는건 오래된 구호가 아니라 아직도 실질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목표입니다.

또 한 가지 오해하시는 것은, 여성을 가정일에서 해방시킨다는 구호 자체는 전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만을 전제로한 구호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 여성이 사회진출을 하느냐 마느냐 이전에 가정내에서 이루어지는 생활, 거기에 따른 노동은 가정 내에서 분업되고 소통되는 것이어야지 특정한 여성이나 가족구성원 한 명에게 전담시킬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도입이 가정의 근본적인 모습을 바꾼다, 사실상 집안일이라는 것 자체를 배제해 버리게 된다고 하면 지금까지 가사일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패미니즘 운동은 근본 자체가 달라져야 할 수밖에 없다는게 본문을 쓴 의도입니다.
다른집의 가사를 떠맡는 것을 산업으로 보지 않으신다면 말씀하신 가사에 포함되는 내용중 육아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어린이집'등의 육아전문기관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하실지 궁금합니다. 육아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청소, 세탁, 육아, 교육, 요리등 이전에는 가사에 포함되었던 수많은 부분을 외주에 의존할 수 있으며, 이는 이미 하나의 시장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본격적인 산업활동' 운운은 대체 무슨기준으로 하시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페이가 짜서요? 지금 제 페이도 짜요. 아무리 자본주의사회라지만 페이기준으로 아예 직업을 제대로 되지도 않은 것으로 밀어붙이시는건 무슨 의도인지 진짜 궁금합니다. 페이가 저평가 되었으면 페이가 올라가게 고평가를 해야하는거죠. 당연하게 여겼지만 신경쓰기 힘들어지는 부분이 산업으로 발전하는 예는 아주 흔합니다. 집앞, 가게앞 빗자루질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미화업체가 생겨나는게 아니잖습니까.

말씀하시는바가 '가사는 사회진출을 가로막는다'와 '가사는 여성의 영역으로 인식된다' 에서 '가사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다'가 나온다고 보겠습니다. 그럼 현대사회의 가사가 사회진출을 가로막을정도로 빡세느냐? 물론 말씀하신 '출산'과 '육아(중 극초기 육아겠지요. 앞서말한대로 어린이집의 존재가 있거든요)'는 제외해야하겠지만 그외의 가사는 편부가정에서도 쉽게 극복될만한 정도입니다. 돈만 있으면 다 되요. 반찬은 반찬가게가면 싸게팔고, 빨래는 간단한건 세탁기 와이셔츠같은것도 크린X피아가면 다림질까지 잘해주지, 청소는 평소에 진공청소기 돌리다 대청소할때 날잡아서 5시간이면 충분하지... 대체 사회생활 포기해가면서 해야 될 가사가 뭡니까? 출산과 육아를 제외하면 그런게 남아있기는 합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코봄님도 제 의도를 이해 못하신 것 같은데... 아주 간단하게 예를 들께요.
수입이 월 100정도 되는 여성이 있어요. 이 여성이 월 700정도 버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합니다. 그럼 여기서 어성이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가사에 집중하는 비율은 몇이나 될까요? 혹은 저기서 성이 바뀌었을때 남성이 가사에 집중할 확률은 몇이나 될까요?
반대로 수입이 월 300인 남성이 있어요. 이 남성이 자신과 동등한 수준의 수입을 올리는 여성과 결혼을 했어요. 그럼 여기서 둘중 한명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가사에 집중할 확률은 몇이나 될까요?

물론 말씀하신바가 아예 없지는 않아요. 자연스럽게 여성에게 잡가사가 넘어가는 경우는 흔하죠. 다행히도 말씀하시는 의도대로 분담이 많이 이뤄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 의문은 그 부분이 아니에요. 정말 지금까지도 '가사'가 '인공지능의 등장'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될만큼 힘든가에 의문을 표하고 싶은거지.

개인적으로는 편부가정이었고, 현재 자취하는 입장에서 저에게 가사란 '어? 맘만먹으면 혼자서 주말 날만잡아도 잘 돌아가던디?'수준입니다. 오히려 집에만 있는 날은 고급시계를 플레이하고, 힘들게 일하고 온 다음에야 집청소라도 하는 날이 늘어가는군요(...)

그러니까 아주 간단하게 한줄 요약을 할께요 '그거 내가 해봤는데 가사 육아랑 출산빼고 다 X밥'
paro1923  
어, 논지는 이해했습니다만, 개인 경험을 언급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칫 "나는 되는데, 뭐가 안돼" 하는 식으로 읽힐 수도 있어서...
객관적인 지표로 반박하면 되는문제죠. 저도 그부분을 기대하고 있구요.
cocoboom  
아직까지도 수입이 필요해서 일을 한다는 말을 반복하시는건 좀 당황스럽군요.

우선 제가 말했다시피 가정일이 여성의 임무로 고착화되고 권위주의화되는 과정에서 여성에게는 산업구조상으로 제대로된 일자리가 거의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을 왜 무시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묻겠습니다. 식모나 가정부 일자리 수요가 전체 산업 분야에서 주류적인 수요가 있는 분야였습니까 아니면 어디까지나 변두리적인 부분으로 있었던 겁니까? 또한 여성에게 그 외의 일자리가 원활이 제공되었습니까? 하다 못해 식모로서 일하는 여성에게 사회인이자 산업 노동자로서 남성 한 사람과 동등한 분량의 권리가 보장되었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남편을 둔 여성이 아무 것도 안 하고 무위도식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정작 재벌가의 며느리들도 각자 자기 사업을 꾸리거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등 놀고 먹는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다. 반대로 개발도상기 시절의 한국만 보더라도, 여성은 먹고 살기 어렵고 당장 굶어 죽을 판이어도 일자리 자체가 크게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식모 조차도 살지 못하고 친척 원조나 빚을 내가면서 살아가거나 매춘 등 불법적인 일로 내몰리기 일쑤였습니다.

이는 산업과 기술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남성이 전담하던 가정내에서의 일은 거의 소멸되었고, 산업의 구조가 노동력을 투자해서 자본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바깥에서 돈을 벌어오는 일과 집안에서 생활을 유지하는 일이 완전히 구분된 영향입니다. 이 중 자본을 버는 일이 "남성의 일"로 못박혀 버린 거죠.

두 번째로 오늘날에 조차도 가정일을 완전히 남의 손에 맡기거나 기계화시키려면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님은 정확히 어떤 가사를 얼마나 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식구 수에 따라 배가되는게 가정일이며 그 육아와 출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납니다. 극초기에 얼마 간만 육아를 하면 된다고요? 어이없는 발언이군요. 육아는 아이가 성인이 될때까지 계속될 뿐더러 우리나라 같은 구조에서는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온전히 부모에게서 독립하지도 않습니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186115
그리고 이 기사를 좀 보시겠습니까?

하지만 30대에서는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126분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이는 남성의 가사노동시간보다 1시간 30분 이상 많은 시간이다. 돌봄노동에도 남성보다 30분 이상 많은 63분을 투입했다.

노동시간은 260분으로 남성보다 1시간 30분가량 짧았지만 가사 및 돌봄노동시간이 더 많이 늘어나면서 남녀 여가시간의 차이는 31분으로 20대보다 벌어졌다.

30대 여성 취업자의 경우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을 줄여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 투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0대에서는 여성 취업자의 돌봄노동시간이 20여분으로 30대 여성 취업자보다 짧은 반면 가사노동시간은 156분으로 30분 가량 긴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깝지만 가사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조차" 여성이 온전히 사회활동이나 직업활동에 매진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 중에 하나입니다. 님이 어떠한 근거로 "가사일은 아무 것도 아니고 이미 해방됐다"고 주장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인 지표로 표시했으니 반박을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까고 말해서 가정일은 여자만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니깐(요즘엔 남자도 청소한다 설거지한다 블라블라), 그래서 별로 상관 없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자가 할수 없는일이라면 다르겠죠.
즉 만약에 엑소슈트, 혹은 여자도 힘을 세게 해주는 약물같은게 나와서 여자도 남차처럼 물리적 힘을 쓸수 있게된다면, 그때 페미니즘이 바뀔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cocoboom  
저도 다소 SF적이긴 하지만 출산이나 육아 자체도 공공사업적인 영역이 되고, 종국엔 출산이 특정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단계에 이르게 되면 신체에 대한 성별이나 태생에 따른 조건 차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일반화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도입은 그런 부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시발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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