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리쌍, '맞을 짓 했으니 때렸다' 인가요?

입력
기사원문
허환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기자의 눈] 우장창창, 폭력이 합법적으로 벌어지는 게 정당한가

 [허환주 기자]

 
많은 사람이 가수 리쌍과 우장창창 세입자간 분쟁을 두고 언론에서 '세입자 편으로 기사를 썼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을질 하는 세입자편을 왜 드느냐'는 게 주요 논조입니다. 건물주 리쌍 입장에서는 세입자에게 해 줄만큼 해줬다고 합니다.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기자가 이번 사태에서 주목한 부분은 '폭력'입니다. 사정이 어떻게 됐든, 건장한 20대 용역을 고용해 폭력을 행사하고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내는 행동이 정당한가는 의문입니다. 

당시 폭력을 행사한 용역들은 법원 집행관도 아닙니다. 가수 리쌍에게 일당 20~25만 원에 고용된 경비용역들이죠. 관련해서 법 집행을 한 게 아니라 법 집행, 즉 강제철거가 용이하게 되도록 '장애물'을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죠. 

이날 용역들은 가게가 위치한 지하로 진입하면서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시민활동가 한 명은 발작 증세를 일으켜 119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죠. 현장은 아비규환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폭력 사태 관련해서 '누가 빌미를 만들었느냐'고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에 가장 폭력적인 표현은 '맞을 짓을 하니깐 때렸다' 아닐까요. 가정폭력범, 데이트폭력범들이 주로 쓰는 표현입니다. '맞을 짓'이라는 것만큼 주관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은 없는 듯합니다. 

사정이 어떻게 됐든, 출근길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폭력이, 합법적으로 벌어지는 게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야만의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장창창 가게 내로 진입하고 있는 용역들. ⓒ프레시안(허환주)


건물주 아니라면 1억8000만 원에 장사할 수 있었을까

또 하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리쌍이 배려를 해주었다고 해도. 2010년 11월 우장창창 가게를 개업할 때, 권리금이 2억7500만 원,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 인테리어 7000만 원 등 총 4억3000만 원 투자했습니다. 고작 2년 장사하려고 4억 넘게 투자하는 자영업자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영업한 지 1년 반 만에 건물주가 리쌍으로 바뀌면서 자기네가 그 자리에 장사를 하겠다고 우장창창 사장에게 나가라고 했습니다. 

건물주가 영업을 한다고 하면 권리금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합니다. 다행히(?) 우장창창 세입자는 겨우 건물주 리쌍과 합의해서 1억80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 건물 지하로 내려가서 다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리쌍 측과 합의된 사안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리쌍이 해 줄만큼 해주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해보죠. 이는 리쌍 측이 1억8000만 원의 권리금으로 목 좋은 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는 의미도 됩니다. 리쌍 측은 우장창창이 나간 자리에 '쌍포차센터'를 열었죠. 이 가게를 열 때 1억8000만 원의 권리금을 주고서 열수 있었을까요? 건물주가 아니었다면 그 곱갑절을 내야 했을 겁니다. 

우장창창, 쫓겨나면 어디로 가나

문제는 이어집니다. 그렇게 지내는 것도 잠시였습니다. 이후 리쌍 측은 2015년 이들과의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역시 여러 지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결과만 이야기하면 우장창창 세입자는 다시 무일푼으로 쫓겨나게 됐다는 점입니다.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권리금은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에게 가게를 물려주면서 받는 돈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가 없으면 이 권리금을 받지 못합니다. 

리쌍이 우장창창 세입자를 밀어낸 자리에서 자신들이 장사를 할지, 아니면 아예 건물을 리모델링한 뒤, 되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리쌍의 선택으로 우장창창 세입자는 수 억 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죠. 

물론, 권리금은 건물주와 상관이 없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왜 나한테 그러느냐고 하겠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까요? 가로수길은 강남의 '핫플레이스'입니다. 현행 권리금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권리금 자체에 관한 논쟁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2009년 용산참사 이후 국회에서도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지고 있죠. 일부 법적 실체도 부여 받은 바 있는데다, 중요한 것은 그게 '현실'이라는 점이니까요.

이전에 분쟁을 겪을 때 받은 1억8000만 원을 종잣돈으로 가지고 있다 해도 그 돈으로 어디에서 장사를 할 수 있을까요? 지하로 내려갈 때 상당 금액은 인테리어 비용으로 사용한 그입니다. 



폭력으로 받은 상처는 어디에서 치유받나 

우장창창 세입자가 서민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가수 리쌍이 피도 눈물도 없는 건물주라고도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나름 배려와 보상금을 건네줬습니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우장창창 세입자가 처해 있는 상황과 조건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이 사람은 그저 하루 열심히 일하고 산 죄 밖에 없습니다. 그런 그가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에서 다시 장사를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폭력에 의해 다친 마음은 어디에서 치유 받을 수 있을까요?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독자가 프레시안을 지킵니다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하기]

[프레시안 페이스북][프레시안 모바일 웹]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