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조 신공항..지역경제 황금알 "끝까지 잡는다"

2016. 6. 13. 21: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가덕도-밀양 대결 쟁점분석

영남권 신공항 예정지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이달 23~24일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공항 유치 경쟁을 하고 있는 부산과 대구·경북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 직전에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용역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가덕도가 신공항에서 탈락하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다. 신공항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분석했다.

■ 왜 이렇게 치열한가? 부산과 대구·경북이 신공항 유치 경쟁에 사활을 거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신공항 건설비용은 100% 중앙정부(국비)가 지원한다. 신공항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 5조~10조원까지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역 발전이 어려운 속에서 이런 대규모의 국책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는 그야말로 ‘황금알’이나 마찬가지다. 10년 가까이 걸리는 건설기간 동안 일자리 창출과 건설산업 활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대구경북연구원과 부산발전연구원이 과거 유치 경쟁을 펼치며 분석한 경제효과를 보면, 직간접적 고용유발효과 16만~26만명, 생산유발효과 12조~17조원, 임금유발효과 연간 2조~3조원 등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공항이 만들어진 뒤에는 공항 운영에 따른 일자리 창출, 물류비용 절감, 관광객 방문 증가 등 장기적 효과도 크다.

김해공항 문제도 부산과 대구·경북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부산시는 자칫 신공항을 유치하려다 김해공항마저 뺏길 수 있다는 불안심리도 갖고 있다. 김해공항을 그대로 두면 이용자들이 분산되면서 신공항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이를 막으려 김해공항과 대구공항을 폐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부산시민들이 이를 용인하지 않겠지만 김해공항 이용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크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대구·경북에서 김해공항과 대구공항 폐쇄를 조건으로 제시한 건 맞다”면서도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전타당성조사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공항 꼭 필요한가?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는 이미 한 차례 “공항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은 곳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3월 두 곳 모두 환경에 악영향이 크고, 건설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다 수요가 적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공항 유치에 실패했다. 하지만 2012년 대선 공약에 신공항이 포함됐고 국토부는 또다시 사업을 추진했다. 정부는 저비용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김해공항 수요가 2009년 예측 때보다 큰 폭으로 늘어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2009년 조사에선 김해공항 국제선 연간 이용객이 2020년이 돼야 566만10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미 지난해(595만8000명) 예측치를 넘어었다. 이는 현재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의 수용능력(540만명)을 50만명 이상 넘어선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도 신공항 건설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여전하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는 “신공항은 지어만 놓으면 손님들이 몰려오는 사업장이 아니다. 세금이 많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인 만큼 충분한 수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신공항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영남권의 울산·포항·사천·김해·대구 지역의 공항을 폐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용객이 영남권 안에서도 분산된다는 얘기다. 또 신공항이 지역의 거점공항으로 기능하려면 다양한 장·단거리 노선과 충분한 운항빈도가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경영 부담을 떠안고 신공항에 대거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이런 부작용은 국내외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일본 간사이공항은 개항 뒤 폐쇄 예정이던 이타미공항이 지역사회의 반대로 유지되면서 적자의 원인이 됐고, 국내에서도 무안공항 개항 이후 광주공항을 유지하면서 운영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나고야의 주부공항도 2005년 개항 이후 다양한 노선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허 교수는 “신공항이 대선 때마다 지역 단골 공약이 되면서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왔다”며 “김해공항의 수용 능력이 부족하면 이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살펴야 하는데, 정부는 관련 용역을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 가덕과 밀양 장단점 뚜렷 신공항 후보지로 꼽히는 가덕도와 밀양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밀양은 영남권 5개 시도에서 1시간 이내에 올 수 있는 등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이미 고속철도(KTX)나 주요 도로와 맞닿아 있어 연결 교통망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가덕도는 24시간 장애물 없이 이착륙이 가능하다. 김포나 밀양처럼 주변에 민가가 없어 소음 피해 걱정도 없다. 향후 이용객이 늘어날 경우 공항 확장이 쉽다는 점도 자랑거리다.

반면 두 지역 모두 단점도 적지 않다. 밀양은 주민들의 소음 피해로 24시간 운영이 어렵고, 내륙 공항인 만큼 사고 위험이 크다. 또 밀양에 신공항을 짓기 위해서는 산봉우리도 대거 잘라야 한다. 가덕도는 부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남권 지역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가덕도로 도로·철도 등 교통망을 이어야 해 추가 비용 부담도 크다.

결국 평가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신공항 입지 선정에 핵심인 평가기준을 두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것도 그만큼 기준 자체가 부지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입지 선정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산·건축물 등과 같은 고정장애물’이 평가기준에서 빠졌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렇게 되면 주변에 산이 많은 밀양이 유리해진다. 현재 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국외기관이 주도하고 있지만 국내 국책연구기관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송주 조사관(공학박사)은 “신공항은 특정 지역의 현안이 아니라 국가적 문제”라며 “정치 논리보다 정확한 수요예측, 건설비용, 건설기간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객관적 기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평가항목과 기준 등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국제기준과 전문가 자문회의 의견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결정할 것이다. 용역결과 발표 때 모든 평가항목과 평가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안전성 문제는 중요하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달 23~24일께 신공항 최종 입지가 결정되면, 내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와 2018년 기본계획 수립, 2019년 설계 작업 등을 거쳐 이르면 2020년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미 올랜도 총기난사 50명 사망…최악의 총기사고
정보위원장에 국정원 출신 이철우…“국정원 적극 대변” 우려
[단독] 롯데-MB ‘밀월’ 이끈 장경작, 퇴임뒤 청계재단 재직
[화보] ‘나는 누구일까요?’ 정치인들의 어린 시절
[화보] 100년전 사람들이 상상했던 ‘21세기’ 모습

▶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정치BAR]
▶ 콕콕 짚어주는 [한겨레 카드뉴스][사진으로 뉴스 따라잡기]
▶ 지금 여기 [구의역 사고][최악의 미세먼지][기본소득 나도 가능?]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