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안 온다?...연신 빗나가는 기상청

비가 온다? 안 온다?...연신 빗나가는 기상청

2016.07.14.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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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들고 나가야 하나, 약속을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요새 날씨 때문에 골머리 앓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기상청 예보가 정확도가 낮아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얘기입니다.

지난 7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날씨를 살펴보겠습니다.

4일 모두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지만,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죠.

특히, 6일엔 기상청이 장맛비를 예고했고 많게는 120mm까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빗나갔습니다.

[최정희 / 기상청 예보분석관 : 활성화된 장마전선이 점차 북상하면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2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기상청 빗나간 예보로 인한 해프닝들도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많은 야구 팬들이 관련 사이트 곳곳에 날씨 질문을 하고, 경기 관람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 날은 비가 오지 않아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려서 야구팬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이처럼 잦은 오보 탓에, 최근 기상청 콜센터에 걸려 오는 전화만 하루 수천 통에 달한다고 합니다.

사실, 기상청의 오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07년엔 기상청장이 공식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만기 / 당시 기상청장 : 송구스럽단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저희 기상청으로써는 나름대로 최선을 노력을 다했습니다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고….]

올해만 유독 기상 예보의 정확도가 낮은 건 아닙니다.

지난 2년 동안 장마철에도 비가 내리지 않는 이른바 '마른 장마'가 계속됐는데요.

올해 들어 제대로 된 장마가 오랫만에 찾아왔기 때문에 비가 올 때와 안 내릴 때,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잦은 기상청의 오보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 공론화되기도 했었죠.

청와대 공직기강 감사를 받기도 했고, 2014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석현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태풍 특보의 절반 이상을 검증도 안 하면서 태풍 정확도가 83%라고 하면 누가 기상청 말을 믿겠습니까?]

[고윤화/ 前 기상청장 : 관심을 갖고 외부전문가와 상의해보겠습니다.]

논란이 되자 기상청은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는 슈퍼컴퓨터 4호기를 들여와 가동하고 있는데요.

가격은 무려 532억 원으로 정부 보유 물품 중 최고가입니다.

한 달 전기료만 2억 5천만 원인데요.

이에 앞서, 영국 기상 예보 프로그램을 지난 2010년부터 도입했는데요.

사용료만 1억 5천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첨단 기기를 갖고도 왜 예보가 자꾸 틀리는 걸까요?

기상 예측 과정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슈퍼컴퓨터에 기상 관측 자료를 입력합니다.

그러면 슈퍼컴퓨터가 모델링 후에 결과를 보여주죠.

마지막으로 총괄예보관 4명이 회의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날씨 예측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 결과를 예보관이, 그러니까 사람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실제로 기상 예측에 있어 그 중요도를 살펴보니, 수치 예보 모델 성능은 40%, 관측 자료는 32% 예보관의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28%입니다.

기상청에서도 예보관 판단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만기 / 기상청장 : 끝에 가서는 예보관이 종합 판단하기 때문에, 예보관의 능력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보관의 분석 능력을 향상시키는 그런 여건이….]

예보관 개인의 능력보다 기상청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옵니다.

기상청에 근무하는 예보관들 역시 고된 업무 강도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12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고요, 장마철에는 철야도 반복된다고 하는데요.

이런 직무의 특성상, 2~3년 간을 주기로 자주 부서를 옮기기 때문에 예보관의 능력이 길러질 시간이 부족한 겁니다.

한마디로 예보관의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참고로 아셔야 할 게 한가지 있습니다.

통상 예보관들은 날씨 변동이 심한 장마철에는 비가 올 확률을 좀 높게 잡아서 해석합니다.

반대로 봄, 가을에는 예측 강수량을 좀 낮춰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비로 인한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장마철엔 기준치보다 비가 내릴 확률이 높다고 내놓는 거고요.

지역 축제가 많은 그러니까 비 피해가 비교적 적은 봄 가을에는 비가 내릴 확률이 낮다고 해석한다는 겁니다.

비가 안 온다고 했다가 큰 장맛비 내려서 피해가 클 경우 책임져야 할 일이 많겠죠?

그래서 이른바 면피용 예보를 한다는 건데요.

이에 대해 기상청은 "방재 측면에서 호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고려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예보가 자꾸 틀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앞으로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주말부터 장마가 다시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이번 예보만이라도 부디, 기상청의 능력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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