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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이 물대포처럼 뿜어져…' 참혹한 고려아연 유출사고

송고시간2016-06-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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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장갑 끼고 볼트 해체 중 사고…"황산 차 있을 거라 생각 못 해"

작업 시작 5분 만에 6명 부상…원인 놓고 원청-현장근로자 주장 달라

고려아연 황산 누출…현장 살피는 소방
고려아연 황산 누출…현장 살피는 소방

고려아연 황산 누출…현장 살피는 소방
(울산=연합뉴스) 28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 2공장에서 황산이 누출돼 근로자 6명이 화상을 입었다. 소방대원들이 방호복을 입고 사고 현장을 살피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28일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2공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6명이 배관에서 유출된 황산을 뒤집어쓰고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황산이 물대포처럼 뿜어져…' 참혹한 고려아연 유출사고 - 2

원·하청업체, 현장근로자들의 진술과 설명을 토대로 사고 상황 재구성해보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기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약 1개월 동안 정기보수에 돌입한 날이다.

2공장 황산 제조공정도 오전 7시께 멈추고, 배관에 잔류한 액체 형태의 황산을 빼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배관 보수 작업을 맡은 하도급업체 한림이엔지 근로자 6명이 사고가 난 현장에 투입된 시각은 오전 8시께.

이들은 9시께 배관 열교환기 제거를 위해 가슴 높이에 있는 맨홀 볼트를 푸는 일을 시작했다.

작업에 앞서 별다른 주의사항은 없었다. '유독물질이 조금 나올 수 있으니 고무장갑을 끼라'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볼트를 풀 때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액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배관 안에 황산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업 시작 불과 약 5분 만에 사고가 터졌다.

지름 600㎜짜리 맨홀이 갑자기 열리면서 농도 70%가량의 황산이 물대포처럼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되는 부상자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되는 부상자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28일 오전 울산 고려아연 2공장에서 발생한 황산 누출사고로 화상을 입은 한 근로자가 울산대병원에서 부산의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앞에서 작업하던 김모(60)씨 등 2명은 온몸으로 황산을 받아냈고, 4∼5m 떨어져 있던 이모(62)씨 등 4명도 피할 수 없었다.

배관 상부에서 작업하던 원청업체 근로자가 "으악"하는 비명을 듣고 내려왔을 때 2명은 쓰러져 있었다.

나머지 4명은 스스로 걸어서 현장의 비상 샤워기로 이동해 물로 몸을 씻었다.

이 사고로 3명은 중상을, 3명은 경상을 입어 울산대병원 등으로 옮겨졌으나, 응급처치 후 부산의 화상전문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황산이 물대포처럼 뿜어져…' 참혹한 고려아연 유출사고 - 3

병원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황산이 온통 주위로 튀어나온 점으로 볼 때 배관 안에 (황산이 많아서)압력이 가득 차 있었던 같다"면서 "다친 근로자 모두 오늘 처음 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황산 약 1천ℓ가 유출됐다고 추산했으나, 현장근로자들은 맨홀에서 약 10분 동안 황산이 쏟아져 나온 점을 들어 유출량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인원 40명, 장비 13대를 투입해 부상자를 이송하고 일대 오염도를 측정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고려아연 측은 물을 뿌려 황산을 중화하고 이를 다시 회수했다.

사고를 더 안타깝게 하는 점은 원청업체와 현장근로자들이 원인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현장 작업자들이 열면 안 되는 맨홀을 여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면서 "작업 순서를 적은 서류와 작업 배관을 따로 표시한 사진도 나눠줬는데 숙지가 미흡했던 것 같다"면서 사고 원인이 '하도급업체 작업 확인 부족'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에 현장에 있었던 한림이엔지 근로자는 "고려아연의 안전작업허가서 발급에 따라 작업했다"면서 "원청의 안전관리 과실을 하청 근로자 탓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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