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서 야영·샛길 출입 '얌체짓'…10만~30만 과태료 물어도 소용 없어
응급상황시 대처 어려워 조난·대형 사고 당하기 십상…"입산시간 준수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전국의 모든 국립공원에서는 해진 뒤 입산이 금지된다. 안전사고를 막고, 밤에 주로 활동하는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호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산 좀 탄다는 사람치고 야간 산행 경험 한 두번 안 해본 경우는 드물다. 1박2일이나 무박 산행 경험담을 장황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마니아'나 '고수' 소리를 듣는다.
지난 5월 29일 오전 3시 경북 상주시 화북면의 속리산국립공원 눌재∼밤태재 구간서도 칡흑같은 어둠을 뚫고 산에 오르던 남녀 등산객 25명이 단속에 걸렸다
문장대를 거쳐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에 오르려던 서울의 한 산악회 회원들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날 산행을 기획한 산악대장과 총무에게 10만원씩 과태료를 물리고, 단순 참가자 23명한테는 지도장을 발부했다.
지도장을 받고 나서 1년 안에 또 자연공원법을 어기면 무조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속리산에는 42.9㎞의 백두대간 구간이 있다. 이 가운데 문장대∼밤티재, 밤티재∼눌재, 대야산∼악휘봉, 천황봉∼회엄이재 4개 구간(30.9㎞)은 낮에도 입산이 금지된 곳이다.
암릉지대가 많아 위험한데다, 하늘다람쥐나 담비 같은 멸종위기 동물이 서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구간에 몰래 오르다가 적발되는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은 단속을 피해 야간 산행을 시도한다.
속리산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야간 산행이나 탐방로가 아닌 샛길을 몰래 출입해 적발된 사람만 61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20곳의 국립공원에서 야간 산행이나 야영, 샛길 출입을 하다가 단속에 걸린 사람은 1천56명이다.
이들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10만∼30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또 4명은 야간 산행을 나섰다가 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입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야간 산행의 운치나 스릴을 즐기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응급상황시 대처가 어려워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경고했다.
지리산과 설악산은 불법 야간 산행이 더욱 빈발하는 곳이다. 등산 코스가 길고, 종주 개념의 산행이 많아서다.
지리산의 노고단∼천왕봉∼중산리(25.5㎞) 코스는 전문가라도 8∼9시간 넘게 걸어야하는 험한 구간이다. 그렇다보니 이 구간에서 불법 산행이 빈발하고 있다.
지리산사무소 관계자는 "하산 시간을 확보해주기 위해 새벽 3시부터 등산로를 개방하지만, 이보다 일찍 산에 오르거나 몰래 야영하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백두대간 능선인 설악산의 대간령∼대청봉∼단목령(38㎞) 코스도 산 좀 탄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나 야간에 묵을 대피소를 미리 확보하지 않으면 낭패볼 수 있다는 게 국립공원 관리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불법 산행을 막기 위해 산악회 인터넷 카페 등에 대한 사이버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산 야간 종주', '××산 비박' 등 불법 산행 정보를 미리 파악해 계도하는 차원이다.
또 주요 산의 탐방로마다 등반 난이도를 맞춰 입산시간을 지정해놓고 있다.
관리공단 관계자는 "입산시간 지정제는 안전한 하산을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해 둔 것"이라며 "안전사고 예방과 자원 보호를 위해 통제에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관리공단 측은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불법 야간 산행도 덩달아 증가함에 따라 주말을 전후한 취약지 철야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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