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교육 의무화해주세요"… 교실 여혐에 선생님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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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1.18. 오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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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교실서 자라난 여혐-②] "성평등 인식 담은 교과서 만들어달라"…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하자는 주장도]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초등학교 교실서 오가는 성차별적·여성혐오적 발언들로 인해 교사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문제의식 없이 여성혐오(여혐) 성격이 짙은 유튜버·BJ(인터넷방송 진행자) 등을 따라하거나 여혐 내용을 담은 대중문화를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 교사들은 교과서의 성평등 관련 내용이 원론에 불과하고, 오히려 성차별적 내용도 담겨 있어 교과서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18일 다수의 일선 초등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이 여성혐오적 콘텐츠에 물든 반면 이를 제지할 수 있는 교육은 사실상 부재한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29)는 "인터넷방송·유튜브 등에 노출된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의 경우 의미를 모른 채 OO녀, 에미OO의 말을 자주 쓴다"면서 "사실상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김모씨(27)는 "아이들이 여혐성 발언을 해 '그러면 안된다'고 했더니 내게 '페미니스트냐'고 되묻더라"면서 권위를 획득한 교과서가 이런 현실적인 여혐 상황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기대와는 달리 교과서는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노출돼있는 성차별, 여성비하 상황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교과서에 성차별적 시각이 투영돼있다는 지적도 잇따르는 실정이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의 교과서에도 성차별적 부분들이 발견됐다.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 총 16권에서 아동이 등장한 경우는 모두 6380번인데 이중 남성 아동이 350번 더 등장했다. 또 남성 아동은 주로 주도적 활동을 하고 여성 아이는 수동적 모습으로 그려졌다. 예컨대 6학년 체육 교과서에 실린 경기 삽화에 응원단은 모두 여성으로, 선수와 심판은 모두 남성으로 묘사돼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체육 교과서에 실린 삽화. 응원단은 모두 여성으로, 선수와 심판은 모두 남성으로 묘사돼 있다. /자료=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상황이 이러하니 직접 성평등 교육에 나선 교사들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인 '초등성평등연구회'가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함께 만나 학생들의 성차별적 말과 행동에 대처하는 지도안을 만들고, 각 교과 수업시 성평등 관점을 반영해 수업할 수 있는 지도안과 수업자료 등을 만들어 블로그 등에 제공한다.

더 나아가 여성주의·성평등 교육시간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방에는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주세요"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자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 및 선생님들에게 들은 성희롱 발언 사례로 △여자와 개는 패야 맛있다 △남자선생님들 계신데 그렇게 다리 활짝 벌리지 말라 △메갈x, 허벌xxx, 씨xxx 등을 꼽으며 학교에서 여성주의 교육을 받도록 법적 의무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박경미 의원도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학생들이 성별 차이를 차별, 배제, 혐오의 방식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럴 수록 학교 공간에서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데, 그 중 첫번째가 성평등 교육이며 국회와 정부는 성평등 교육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성평등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교과서 등을 잘 정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숙 건국대 여성학 교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자는 주장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국민적 정서 때문에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어 우려된다"면서 "아이들에게 진정한 성평등 인식을 가르치기 위해선 교과서에 있는 각종 성차별적 요소부터 줄이는 게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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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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