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딸 죽게한 親父… 이름조차 못밝히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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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 공개 살인·강간·강도 해당… 아동 학대는 적용안돼

괌서 車에 애 방치한 판사 부부

머그샷 공개까지… 한국선 불가

“사회적 파장 큰 아동학대 사건

공론화 거쳐 공개 기준 바꿔야”


친부의 학대와 폭행에 시달리다 숨진 고준희(5) 양의 이름은 대중에 공개됐지만, 딸을 학대하고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시인한 ‘인면수심’ 친부는 검찰에 송치되는 순간까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사진)이었다. 그의 신원도 끝까지 ‘고준희 양의 아버지 고모(37) 씨’로만 표기됐다. 경찰은 사회적 파장이 크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신상공개위원회를 거쳐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지만, 고 씨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유는 아동학대범이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상 신상공개 대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고준희 양 친부와 동거녀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법을 고치고, 경찰의 수사공보 기준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난 6일 아동학대 치사와 사체 유기 등 혐의로 고 씨와 동거녀 이모(36) 씨를 검찰에 넘겼다. 애초 경찰은 이들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하려 하다가, 최종적으로 형량이 더 무거운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폭행치사죄의 형량은 징역 3년 이상이지만, 아동학대 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적 분노가 크고 강력한 처벌이 아동학대 근절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혐의를 무겁게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밝힌 대로 준희 양 사망은 사회적 파장이 큰 강력사건이었다. 8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준희 양의 넋은 누가 위로해주느냐”며 “아동 관련 범죄자 신원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현행법상 고 씨의 신상을 공개할 방법은 없다.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특강법 제2조에 규정된 범죄 피의자에 한해 얼굴·성명·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살인 △약취·유인 및 인신매매 △강간과 추행 △강도 △조직폭력 범죄 등이 해당한다. 고 씨와 이 씨에게 적용된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는 신상공개를 할 수 없다.

선진국들은 수사기관이 기소 전 아동학대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을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최근 미국령 괌에서 아이를 차량에 방치, 현지 경찰에 체포된 한국인 판사·변호사 부부의 ‘머그샷’(경찰이 체포 후 촬영한 얼굴 사진)이 공개된 게 대표적 사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친부가 딸을 학대해 사망케 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큰 강력 범죄에 해당하지만, 특강법에 따라 경찰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대에 따라 강력범죄 유형도 변화하는 만큼, 아동학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특강법 개정과 함께 경찰의 신상공개 기준 변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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