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라는 '폭력성'과 싸우는 유아인

2017. 11. 2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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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은 그냥 한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일 것 같다. 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칸에 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하고 코 찡끗할 것 같음." 그렇게 시작됐다.

설전의 사태가 더 이상 익명의 폭력적 언어로써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도 유아인을 포함해 현재 싸움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이들의 바람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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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 동아닷컴DB
“유아인은 그냥 한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일 것 같다. 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칸에 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하고 코 찡끗할 것 같음.” 그렇게 시작됐다.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 찡끗)”

자신에 대한 가벼운 인상평에 유아인은 대꾸했다. 이에 누리꾼은 “전형적인 한남(한국남자)짓 그만하라”며 “맞아봤음?”이라는 표현의 폭력성을 의심했다.

여성으로 짐작되는 한 누리꾼의 인상평으로 시작된 사태는 ‘애호박 게이트’라고까지 불리며 SNS를 통한 격렬한 설전으로 일파만파 커져갔다. 그 사이 ‘여혐’의 혐의를 받는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이 유아인을 지지하는 심상치 않은 시선도 나타났다. 반대로 ‘유아인=폭력적 남성’과 ‘누리꾼=사회적 약자(이거나)로서 여성’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강하다.

유아인은 27일 밤 SNS에 올린 글에서 “이 논란은 ‘익명’의 집단이 ‘실명’의 개인에게 가하는 명백한 폭력”이라며 “저들은 온라인상에서 유명인들의 인격을 살해하고 인권을 침해하면서도 피해의 당사자들이 그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를 지능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일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맹목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일부 누리꾼의 행태로, 사태가 또 다른 본질을 이루고 있다면 유아인의 의심은 합리적이다. SNS와 온라인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연기자의, 누리꾼과 소통하며 감성을 공유하려는 애초의 의도 없음의 말이 엉뚱한 논란 아닌 논란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쏟아진 일부 누리꾼의 험악한 말들이 그런 강한 의심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폭력적 말들은 불필요한 이분법적 갈등을 강요하는 것이기도 해서 더더욱 우려스럽다. 이미 언급한 오해의 대립양상도 바로 그 방증이다.

따라서 유아인이 벌이고 있는 현재의 ‘싸움’이 그 익명의 언어폭력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설전의 사태가 더 이상 익명의 폭력적 언어로써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도 유아인을 포함해 현재 싸움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이들의 바람이기를 기대한다.

P.S. 유아인도 ‘메갈짓’(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 대한 부정적 표현) 등 결코 유쾌하지 못한 말들을 내놓은 것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증오를 포장해 페미인 척”하는 것이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확산시킬 수 있을지언정, “메갈짓”이란 표현만으로도 또 다른 ‘여성혐오’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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