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서 총맞아도 미군헬기로 민간병원 가야되는 나라

송우영.조한대 2017. 11. 15.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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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병원 중증외상센터 설치 늦어져
"귀순병 신속 조치, 한국군은 어려워"
━ 민간 병원에 미군 헬기로 이송? 국군병원 의료 능력 또 도마에
이국종 교수가 14일 귀순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대통령도 해군 병원(Naval Hospital)에서 치료를 받는다. 우린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가 군이 아닌 민간 의료기관에 옮겨졌다. 난센스다.”

1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학장은 우리 군의 의료 현실을 지적했다. 지난 13일 총상을 입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는 경기도 수원시의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건의 경위와 별개로 북한 병사를 민간에서 치료하는 상황을 의아해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군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환자의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가장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서부 전선에서 발생하는 총기 및 폭발 사고의 경우 이 병원 이국종(48) 교수에게 의뢰하는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맥락이 있다. 국군수도병원(성남시 분당 소재)에 중증외상센터가 없는 것이 그중 하나다. 국방부는 ‘2013~2017년 군 보건의료 발전계획’에서 2015년까지 중증외상센터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예산과 실속 논란 속에 늦어졌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 때 부상 군인이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가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군 의료에 대한 신뢰도는 더 낮아졌다.

또 하나의 맥락은 이국종 교수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 특성화센터 센터장인 그는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총상을 치료해 화제가 됐다. 그는 중증외상센터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대병원 측은 이 교수가 치료하고 있는 북한 병사의 상태와 관련해 “앞으로 열흘 동안은 고비다. 상처 입은 장기가 오염됐다. 출혈이 심한 상태로 수술했고 항생제를 많이 투여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는 20대로 추정되며 가슴과 배의 총상 세 군데 중 하나가 치명적으로 관통했다.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섣불리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아주대병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속 300㎞로 KTX보다 빠르게 후송하면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으면 북한 병사는 병원 도착 전에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엔 관할의 사고여서 미군의 의무후송팀(더스트오프)의 블랙호크 헬기가 신속하게 이송하고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한국군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조치다. 외상센터 등의 하드웨어를 만들기에 앞서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신속함과 실전 능력이 급선무다”고 지적했다.

군에서 발생한 중상을 민간에서 치료하는 현실은 테러 등 안보 차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김록권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전 국군의무사령관)은 “군의 특성상 훈련이나 작전 중에 총상을 입거나 큰 외상을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군 전용 중증외상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상센터는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시설이기 때문에 운영비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우영·조한대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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