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햄버거병' 주장 일부 가족 햄버거병 집단 발병한 오키나와 여행

박사라 2017. 10. 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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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1주 전 '오키나와월드'에 다녀와
당시 O-157 35명 감염, 4명 햄버거병
검찰 수사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
전문가 "수사에 다양한 가능성 고려해야"

검찰의 ‘햄버거병 수사’가 난항 중이다. 지난 7월 피해자들이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고소해 시작된 수사가 9일로 97일째를 맞았지만 햄버거와 발병의 인과 관계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영구적 신장 손상을 일으키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은 어린이 두 명 중 한 명의 가족이 발병 약 1주일 전에 일본 오키나와((沖縄)에 다녀왔음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오키나와에서는 햄버거병 집단 발병이 있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박종근)는 감염 경로와 장소가 지금까지 의심된 것과 다를 가능성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사가 된 사안인 만큼 진상 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햄버거병 의심과 관련해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 사건은 모두 4건(5명)이다. 이 가운데 의학적으로 HUS 진단을 받은 어린이는 A양(5)과 E군(2)이다. 나머지 어린이들은 설사·혈변이나 출혈성 장염 증상만 보였다.

통상 햄버거병은 HUS를 의미한다. O-157 등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음식을 섭취했을 때 발생한다. 2~8일 간의 잠복기를 거쳐 장출혈과 신장기능 이상을 일으키는데 영구적인 신장손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은 햄버거 패티를 먹고 HUS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햄버거병이란 별칭이 붙었다.

고소인들은 “발병 원인이 맥도날드 햄버거에 든 덜 익은 패티 때문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먹은 패티가 보존되지 않아 역학조사는 불가능하다.

검찰은 그동안 ‘덜 익은 쇠고기 패티’를 유력한 발병 원인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수사팀은 수사 초기에 피해 어린이들이 발병 전후 섭취한 음식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런데 검찰은 E군 가족이 발병 약 1주일 전에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다녀왔음을 알게 됐다. 출입국 기록과 고소인 측이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E군은 엄마·누나와 함께 지난해 7월 20~22일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했고 귀국 직전에 테마파크인 ‘오키나와 월드’에 갔다.

이 시기 오키나와 월드 방문객 35명이 O-157균에 집단 감염됐다. 일본 후생노동성 역학조사 결과 감염자 중 4명이 HUS 확진 판정을 받았다. 35명 중 32명의 감염 원인은 테마파크에서 판매한 사탕수수 주스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오키나와월드 O157균 감염 사건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 [류큐 아사히 기사 캡처]
검찰은 E군 가족이 제출한 자료 등을 통해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수사 초기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오키나와에서 햄버거병이 집단 발병했다는 것은 검찰과 E군 가족 모두 최근에야 알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9일 “발병 원인이 햄버거 패티가 아닐 가능성과, 발병 장소가 국내가 아닌 해외일 가능성을 고려하며 조사하고 있다”며 “조만간 일본 후생노동성에 역학조사 결과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군 가족의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E군 가족이 여행 당시 물과 과자 등을 전부 싸가지고 가서 위생적으로 섭취했다고 한다. 사탕수수 주스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햄버거병 발병자인 A양의 경우는 ‘잠복기’ 문제가 변수가 되고 있다. 당초 A양의 어머니 최은주씨는 딸이 햄버거를 먹고 한두 시간 뒤에 복통 증상을 보였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햄버거병의 잠복기는 통상 2~8일이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의 요청으로 열린 자문회의에 참가한 전문의들은 “당시 다른 음식들도 상당히 섭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병의 원인이 햄버거 패티 때문인지는 신중히 따져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씨는 “딸은 햄버거를 먹은 뒤 자정이 가까워서야 설사를 했다. 본격적으로 혈변이 나오기 시작한 건 이틀 뒤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답을 정해 놓고 수사를 하진 않는다. 두 명의 햄버거병 피해 아동이 먹은 패티가 모두 불고기 버거용인데 패티 공급업체가 따로 있어 이에 대한 조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최은주씨(가운데)는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은 4세 딸이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장애를 갖게 되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고소했다. [연합뉴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 전문가들 “햄버거병 원인 다양, 모든 가능성 열고 조사해야”

「 ‘햄버거병’의 본래 이름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다. 소ㆍ돼지ㆍ염소 등의 대장에 붙어사는 대장균인 O-157이 인간의 몸에 들어오면 배가 아프고 피 섞인 변이 나온다. 이중 10~15% 정도가 HUS를 겪게 된다. 적혈구가 파괴되고 신장(콩팥)이 망가지면서 영구적 손상을 입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해진다.

O157균이 사람 몸에 들어오면 HUS에 걸릴 수 있으며, 급성 신부전증 등을 일으킨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하지만 “햄버거병의 발병 원인을 덜 익은 햄버거 패티로만 좁혀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햄버거병’이란 별칭과 달리 실제로는 감염 경로가 상당히 다양하기 때문이다.

김기덕 대전선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은 “1990년대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고 700여명이 한꺼번에 HUS 관련 증상을 보여 이런 별칭이 붙었다”며 “하지만 HUS의 원인이 되는 O157균은 소, 물, 우유 등을 통해서도 전파되고 분변에 오염된 물에서 수영을 해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소아과 전문의는 “미국 사례에서는 한 덩이 고기인 스테이크 등과 달리 여러 부위가 섞인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일괄 공정 속에 O-157균이 무차별로 섞여 퍼졌다. 공장화된 축산업에 경각심을 갖자는 차원에서 ‘햄버거병’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맥도날드 고소인 중 4차 고소인 가족이 HUS 발병지인 일본 ‘오키나와 월드’를 방문했던 것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해일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비슷한 시기에 O-157균이 일본 오키나와 월드에서만 집단 검출됐다면 이론적으로는 그곳이 감염 경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양쪽에 모두 가능성을 열고 그곳에서 섭취한 고기ㆍ야채ㆍ생수 등 모든 음식물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정탁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햄버거병은 쉽게 말해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며 “호흡기나 단순 접촉에 의한 감염은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피해 어린이가) 감염 지역에 방문한 사실 만으로 상황을 예단할 순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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