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국세청·개신교 면담.."세금내라" Vs "세무사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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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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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총·한교연·한장총과 '종교인 과세' 첫 면담
- 개신교 "과세 미뤄야..文 정부, 암초 부딪칠 것"
- 기재부 "시행 유예 없다..납세의무 이행해야"
- 김진표 "법안 철회 없다"..정기국회 논란 예고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과세당국과 개신교 측이 종교인 과세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정부는 내년에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개신교 측은 시행 유예를 주장, 팽팽히 맞섰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20여명의 여야 의원들도 시행 유예를 주장하고 나서, 내달 정기국회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개신교 “암초 부딪칠 것” Vs 기재부 “유예 없다”

개신교 협의체인 한국교회연합은 대표회장인 정서영 목사 명의로 14일 오후 발표한 논평에서 “(종교인 과세를 내년에 시행할 경우)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암초에 부딪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국교회연합 홈페이지]
19일 기획재정부·교계에 따르면, 기재부·국세청 과장·사무관들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사무실을 찾아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 TF(태스크포스)’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TF는 이달 초 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소속 목사들이 종교인 과세에 대응하는 취지로 만든 전담조직이다. 양측이 공식 양자면담을 진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양측은 열띤 대화를 진행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면담을 종료했다. TF 관계자는 통화에서 “교계에서 생각하는 여러 우려를 전달했다”며 “자주 만나자는 얘기를 서로 했을 뿐 이날 면담에서 정부와 합의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과세당국이 내년 시행 입장을 밝히자, 개신교 측은 △규정(시행령, 시행규칙) 미비 △과세당국의 소통·준비 부족 △종교인 과세에 따른 부작용 등을 주장하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신교 측은 △종교나 종단·종파 간 다른 수입구조와 비용인정 범위를 어떻게 적용할지 상세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종교단체들이 영리나 비영리 법인으로 구분되는데 비영리법인에만 과세할 경우 종교단체 간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TF 관계자는 “작년 여름 이후부터 올해 초까지 국정이 마비되면서 과세당국도 우리와 소통한 적이 없었다”며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이제야 면담을 했다. 솔직히 어떻게 납세를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개신교 측은 무분별한 세무조사에 따른 우려도 제기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세무 사찰이든지 종교활동을 침해하는 문제가 걱정이 많이 된다”며 “시행 유예를 안 하면 교계가 겪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세무조사 시 종교단체 장부·서류에 기재된 종교인 개인 소득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앞서 한교연은 대표회장인 정서영 목사 명의로 지난 14일 발표한 논평에서 “미비한 문제점들을 그대로 둔 채 과세당국이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으로 시행에 들어갈 경우 국민과의 소통을 국정 운영의 제1 순위로 삼고 있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암초에 부딪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진표 “법안 철회 없다”..정기국회 논란 예고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태년 부위원장이 지난 5월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했다. 부위원장에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명됐다. 국정기획자문위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에 과세당국은 개신교 측에서 협조해야 한다며 과세 방침을 재확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일반 직장인들처럼 소득이 생기면 원칙적으로 세금을 다 낸다고 보고 종교인들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면 된다”며 “내년부터는 종교인이면 비영리·영리법인을 가리지 말고 납세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을 지키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6월 기재부와 국세청은 7대 종단(천주교·불교·원불교·유교·천도교·개신교·민족종교) 대표들과 만났다. 이르면 9월 종교인 과세 관련 지역별 설명회, 10월께 국세청의 매뉴얼 책자 발간도 추진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청과 함께 하반기 중으로 비영리법인이 아닌 곳, 소득 과세 범위에 대한 매뉴얼을 자세히 만들어 제공할 것”이라며 “내년에 과세를 시행해도 혼란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앞서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25명은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아 종교계가 과세 시 마찰과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대표발의한 김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의원실에서 기재부 공무원들과 만나 과세 준비가 미흡하다며 시행 유예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법안 철회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소장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지난 15일 논평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는 공평과세의 원칙과 소득 재분배라는 조세의 기능을 부정하고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김진표 의원은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출처=국회, 기획재정부, 교계]
●종교인 과세=국회는 201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종교인들에게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다만 시행일은 2018년 1월1일로 정해 2년을 유예키로 했다. 법이 시행되면 목사, 스님, 신부, 수녀 등 종교인들이 의무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율은 현행 소득세와 같다. 다만 종교단체에서 받는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키로 했고 공제 혜택도 부여했다. 세무조사 때는 종교단체 장부·서류는 종교인 개인소득 부분만 제출하기로 법에 명시했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공론화됐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종교계에서는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영적인 일을 하는 성직자로서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 번번이 과세는 무산돼 왔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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