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반발.."文 정부, 종교인 과세하면 암초 부딪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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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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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연합 "시행하면 혼란..김진표 법안 환영"
- 기재부 "시행해도 대혼란 없다..소득 신고해야"
- 내년 1월 시행 예정..김진표 "2년 더 시행 유예"
- 전문가 "직장인 유리지갑인데 종교인 수십년 유예"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일부 개신교 단체가 종교인 과세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내년부터 시행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시행에 따른 혼란은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종교인 과세 시행하면 혼란..김진표 법안 환영”

한국교회연합 홈페이지.
개신교 협의체인 한국교회연합은 대표회장인 장서영 목사 명의로 14일 오후 발표한 논평에서 “미비한 문제점들을 그대로 둔 채 과세당국이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으로 시행에 들어갈 경우, 국민과의 소통을 국정 운영의 제1 순위로 삼고 있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암초에 부딪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연합은 “과세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종교인 소득 과세를 바로 시행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종교 간은 물론 같은 종교 안에서도 종단과 종파 간 서로 상이한 수입구조와 비용인정 범위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과세당국 자체에서 상세한 과세 기준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회연합은 “현행 과세계획은 종교단체 중 비영리법인에만 과세하게 되어 있다”며 “수많은 종교단체들이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으로 나누어져 있는 만큼 비영리법인에만 과세하게 되면 종교단체 간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교회연합은 “정부는 시행에 따른 세부사항도 일체 공개하지 않은 채 종교계와 이렇다 할 소통 노력도 없이 시간을 다 보내고 난 뒤에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 바로 시행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라며 의견수렴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대해선 “환영”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 “시행해도 대혼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교회연합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 문제가 법 시행을 미룰 정도로 혼란이나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보지 않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을 따르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일반 직장인들처럼 소득이 생기면 원칙적으로 세금을 다 낸다고 보고 종교인들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청과 함께 하반기 중으로 비영리법인이 아닌 곳, 소득 과세 범위에 대한 매뉴얼을 자세히 만들어 제공할 것”이라며 상세한 과세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10월께 최종 매뉴얼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같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려면 교계 협조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국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7대 종단(천주교·불교·원불교·유교·천도교·개신교·민족종교)을 만나 구체적인 과세·비과세 항목을 정하기 위해 소득 내역이 담긴 의견서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한 건도 받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종교인들을 만나 협조를 구해왔다”며 “현행 법, 시행령 그대로 내년에 시행해도 대혼란은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기재부와 국세청은 7대 종단 대표들을 만났고 교단별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이달 중으로는 조계종과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직장인 유리지갑인데 종교인만 수십년 유예”

9일 개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진 이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전재수·백혜련 의원이 공동발의를 철회해 발의 의원 수는 25명으로 줄었다. [출처=기획재정부, 국회]


앞서 김진표 의원(대표발의) 등 여야 국회의원 25명이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종교인 과세가 2020년 1월로 미뤄진다.

이들은 발의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아 종교계가 과세 시 마찰과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2년 유예로) 과세당국과 종교계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걸쳐 철저한 사전준비를 마치고 충분히 홍보해 처음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법이 연착륙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표 의원은 “(내년에 시행하면) 불 보듯 각종 갈등,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종교인들이 혼란·마찰·갈등을 언급하는 건 모든 거래 내역이 드러난다는 부담감 때문”이라며 “유리지갑 직장인들은 꼬박꼬박 세금이 떼이는데 종교인들만 유독 수십 년간 유예해 주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 투명한 공평과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개정안, 국회는 201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종교인들에게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다만 시행일은 2018년 1월1일로 정해,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법이 시행되면 목사, 스님, 신부, 수녀 등 종교인들이 의무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율은 현행 소득세와 같다. 다만 종교단체에서 받는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세무조사 때 종교단체 장부·서류는 종교인 개인소득 부분만 제출하기로 법에 명시했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공론화됐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종교계에서는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영적인 일을 하는 성직자로서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 번번이 과세는 무산돼 왔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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