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서 만난 예지 엄마 '정부 말투부터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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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팽목항에서 만난 예지 엄마 엄지영 씨. 조소희 기자

정부의 말투가 바뀌었다. "~을 할 예정입니다"라고 말하던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진행 중입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인데, 정부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3년간 해수부와 해경을 만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24일 팽목항에 위치한 세월호 분향소 옆 가족휴게소에서 예지 엄마 엄지영(39) 씨와 경주 엄마 유병화(44) 씨를 만났다.

'시현이', '은화', '예지'. 여느 엄마들처럼 이들도 서로를 아이 이름으로 불렀다. 안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지영 씨는 회사에 연차를 쓰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안산에 있는 시현이 엄마가 예지엄마 지영 씨에게 전화를 걸어 "거긴 어때"라고 묻는다. 지영 씨는 "여기도 똑같아, 뉴스중계보면서 기도하고 기다리고 있지"라고 답한다. 안산의 가족들은 행여 멀리 있어, 긴 거리에 마음이 닿지 않을까 걱정한다. 시현이랑 예지는 6촌 사이다. 지영 씨 가족은 그러니까, 가족 둘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예지는 세월호에서 157번째로 나왔다. 그래서 예지 엄마 지영 씨는 '157'이라는 번호가 참 밉다. 지영 씨는 "아까 화장실 가는 데 정박한 배들이 벽에 부딪히며 끼익끼익 소리가 나더라고요. 3년 전에 체육관에서 애들 기다리면서도 그런 소리가 났었어요. 그때가 떠올라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고 말했다.

예지 엄마 지영 씨는 인양 과정에서 무엇보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영 씨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은화가 예지랑 절친했다. 시신을 수습하고 수습하지 않고는 결국 운의 문제고 순서의 문제다. 함께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4일 해수부의 인양 발표 전까지 "3년을 기다렸다. 몇 시간을 더 못 기다리겠나 속도보다 안전과 정확함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팽목항에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그때부터 불과 지난 해까지만 하더라도 해수부와 해경은 "~을 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양과정에선 달랐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이 먼저 실질적인 진행을 하고 가족들에게 설명을 덧붙였다.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인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3년 간 해수부와 해경을 만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정부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기자들도 달라졌다. 불과 지난해, 지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보도하겠다'면서 카메라를 들고 온 기자들은 촬영을 마치고도 '죄송하다'는 답을 보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자들도 '무엇이든 더 보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낸다.

24일 낮 12시 예지 엄마와 경주 엄마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목포로 떠났다. 이들은 목포에 도착해 이후 조사위원회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어디서 머물면서 인양된 세월호를 바라볼 것 인지 논의에 나선다. 
조소희 기자 sso@

유튜브 주소 https://youtu.be/mOxwDRuGegw

영상 제작 김강현PD·장은미·김유빈 대학생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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