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 이런 뉴스]놀고 먹으면 돈을 내라?..'사회적 기생충 방지법'

이인숙 기자 2017. 2. 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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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월19일 벨라루스 제2의 도시 고멜에서 시민 2000여명이 1년의 절반 이상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돈을 물게 하는 일명 ‘사회적 기생충 방지법’안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왔다. |svaboda.org

19일 벨라루스의 제2도시 고멜의 ‘반란의 광장’에 시민 2000여명이 집결했다. ‘분노한 벨라루스인의 행진’이다. 이들은 왜 화가 났을까.

벨라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이크를 든 야당 연합자유당(UCP) 대표 아나톨 랴베즈카는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에게 “‘법령3호’에 맞서 행동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지난 17일 수도 민스크에 2000명이 모여 시작된 시위가 지방으로eh 번진 것이다. 같은 날 벨라루시의 북동쪽 비테브스크 승리의 광장에도 200명이, 남서쪽 브레스트에도 100명이 모여 ‘법령3호’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자들은 “나는 기생충이 아니다”라는 손피켓을 들었다. 다음달 15일에는 수도 민스크에서 더 큰 시위가 예정돼 있다.

법령3호는 일명 ‘사회적 기생충 방지법’으로 불린다. ‘국민의 사회적 의존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부가 2015년 4월부터 시행한 법이다. 1년의 절반인 183일 이상 일하지 않고 국가고용센터에 등록하지 않은 성인에게 세금을 내지 않은 보상으로 460벨라루스 루블(약 28만원)을 물게 하는 법이다. 이는 벨라루스에서 한달 월급의 절반이 좀 넘는 돈이다. 이 법을 적용받는 사람은 47만명 정도다. 하지만 실제 이 돈을 낸 사람은 10%도 안될 정도로 저항이 세다.

이 법은 실업률이 올라가고 연금은 삭감되고 정년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불황으로 인한 민생고를 국민에게 전가시켜 국민의 소득을 더 감소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벨라루스 경제는 2015년 이후 저유가로 러시아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그 직격탄을 그대로 맞고 있다. 많은 벨라루스인들은 러시아에서 일하면서 집으로 돈을 부친다.

지난 17일 민스크에 모인 시민행동 ‘분노한 벨라루스인의 행진’은 당국에 법령3호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한달 안에 정부가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새로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며 대통령 퇴진운동을 경고했다. 벨라루스 초대 대통령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2)는 2015년 5선에 성공해 1994년부터 23년째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루카셴코 정부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정권’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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