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팩트 공세에 100분내내 끌려다녀…무너진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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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9.27. 오후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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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앞세워 토론 이끈 힐러리…트럼프, 동문서답하며 종종 한숨
힐러리, 대선가도 청신호…사상 최대 규모 부동층 상당수 흡수할듯



◆ 美대선 1차 TV토론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팩트(fact)로 밀어붙인 정치 9단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의 첫 대결에서 참패했다. 리얼리티쇼의 '달인'으로 TV 토론에서 상당한 순발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콘텐츠 부족이라는 트럼프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저녁 미국 뉴욕 헴프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에서 진행된 미국 대선후보 첫 TV 토론 직후 "힐러리의 토론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를 이기기에는 충분했다"고 진단했다. CNN 등 다수 언론이 토론 직후에 실시한 설문조사도 힐러리의 압도적 승리로 토론 결과를 평가했다. 힐러리가 압승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 규모인 30%에 달하는 부동층 상당수를 흡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힐러리는 자신의 경험과 수치를 거론하면서 조목조목 트럼프를 몰아붙였다. 트럼프는 힐러리가 자신의 주장을 공박할 때마다 '사실이 아니다(It's not true)' '틀렸어(Wrong)'라는 혼잣말을 반복하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수시로 포착됐다. 팩트를 앞세운 힐러리의 공격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힐러리가 논리정연하게 토론을 이끌어 간 반면 트럼프는 사회자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거나 교역이나 일자리와 전혀 상관없는 질문에 "우리의 일자리를 중국과 멕시코에 도둑맞고 있다"는 대답으로 마무리했다. 급기야 사회자가 나서서 "내 질문은 그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자리 관련 토론 중간에 트럼프가 기다렸다는 듯이 "사설 서버를 사용한 이메일 3만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공격에 나섰지만 힐러리는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은 분명히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넘어갔다. 트럼프가 "그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납세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힐러리의 반격에 더 이상 이메일 논란을 키워나가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WP는 "트럼프가 힐러리 이메일 문제를 거론하면서 '신뢰' '정직' 등 정작 중요한 단어를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회자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 의혹을 제기했다가 최근에 미국 태생임을 인정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트럼프는 "힐러리 진영 측근이 먼저 의혹을 제기했다"며 비켜가려 했다. 하지만 사회자가 "오바마 출생증명서가 2011년 공개됐는데 2012년, 2013년, 2014년에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지적하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경제 성장에 관한 토론 도중 힐러리가 "아버지로부터 1400만달러를 상속받아 손쉽게 사업을 시작한 트럼프는 중산층의 어려움을 알지 못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며 '금수저론'을 제기하자 트럼프는 한숨을 쉬며 "틀렸어, 틀렸어"를 반복했지만 공세적으로 반박하지는 못했다. 힐러리가 트럼프의 친(親)러시아 성향을 겨냥해 "러시아가 미국 기관을 해킹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우리는 해커들이 우리 정보를 훔치도록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한 것이 러시아라는 사실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중국일 수도 있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오히려 빈축을 샀다.

힐러리는 첫 답변에 앞서 인사를 건네기도 했고 이라크 전쟁 관련 질문에 대해 답변 기회가 주어지자 "와우, 오케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토론 중간중간에 고개를 떨구거나 한숨을 쉬는 모습이 포착된 트럼프와는 대조적으로 토론 내내 자신감 있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 건강이상설을 잠재웠다. 토론 막바지에 트럼프가 힐러리에게 대통령으로서의 "외모나 스태미나가 없어 보인다"고 공격하자, 힐러리는 "여성을 개나 돼지로 불렀던 사람이 화제를 스태미나로 돌린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힐러리가 꼼꼼하게 토론 준비를 한 반면 트럼프는 토론 리허설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얼리티쇼 스타처럼 임기응변과 순발력만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쇼맨십이 오히려 자신의 발등을 찍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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