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강렬한 예고편이 시작이자 끝…'수어사이드 스쿼드'
특히 눈을 사로잡은 건 미치광이 커플 '할리 퀸'과 '조커'였다. 마고 로비는 마치 '할리 퀸'이 환생한 듯한 완벽한 비주얼로 시선을 끌었고 자레드 레토는 잭 니컬슨·히스 레저에 이어 또 한 번의 전설적인 조커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데이빗 에이어 감독이 '이미지'만으로도 이 영화를 '미치도록 궁금해서 안 볼 수 없는' 그런 작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셈이다.
두 악당 데드샷(윌 스미스)과 할리 퀸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경쾌하다. 윌 스미스의 거친 매력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고, 마고 로비 또한 퇴폐적인 눈빛과 미소로 관객을 압도한다. 빠른 편집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도 이 영화의 앞으로 전개를 내심 기대케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한 팀을 이루게 될 악당들과 그들의 능력을 소개하는 초반부터 슬슬 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중반부에는 이야기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매고, 후반부에는 결국 캐릭터도 서사도 모두 놓친 채 붕괴하고 만다.
정보국 국장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는 슈퍼맨 사후 그의 역할을 대체할 인물을 찾다가 과거에 추진되다가 폐기된 '프로젝트 X' 재가동을 시도한다. 이 계획은 바로 최악의 악당들로 팀을 구성해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들을 상대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데드샷·할리 퀸·캡틴 부메랑·엘 디아블로·킬러 크록 등으로 구성된 팀이 만들어지고, 이들은 첫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드디어 감옥 밖으로 나온다.
'어벤져스'의 악당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에 관객이 기대하는 건 '캐릭터 플레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그들 개별의 특성을 살리면서, 각 인물이 지닌 독특함을 하나의 이야기에 조화롭게 담아내는 것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시리즈가 거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캐릭터 플레이를 어떤 영화보다 잘 해냈기 때문이다('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의 공항 전투 시퀀스는 이에 대한 적확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인물의 특성을 선명히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둘 이상의 캐릭터가 한 데 뭉쳤을 때 뿜어내는 시너지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다.
중요한 건 할리 퀸이 그래서 어떤 악당이 되었고 그로 인해 어떤 행동을 하느냐다. 그러나 할리 퀸은 그저 붉은색과 푸른색이 대조를 이루는 특유의 옷차림과 화장을 한 채 연신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웃음을 지어보일 뿐이다. 떠올려보자. 아이언맨이 전 세계 관객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히어로가 된 것은 그의 화려한 수트와 함께 자신이 슈퍼히어로임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거침없고 거만한 그 성격 덕분이었다.
조커도 마찬가지다. 조커는 일단 분량도 적은데다가 그 등장 자체가 꼭 필요했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한 인물이다. 자레드 레토가 조커 연기에 공을 들였다는 건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영화에서 드러나는 건 그의 기괴한 겉모습 말고는 없다. 그런 점에서 레토의 조커를 히스 레저의 조커나 잭 니컬슨의 그것과 비교하며 기대감을 키운 이들은 영화를 보고 나면 다소 머쓱해질 수도 있다. 데드샷·디아블로·킬러 크록 등 다른 인물들 또한 성격 자체를 부여받지 못하고 그저 이미지로만 승부를 본다.
캐릭터가 없으니 이야기가 순조로울 리 없다. 어차피 관객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서사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구멍이 많은 이야기를 캐릭터 보는 재미로 채워줄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에게 매력이 느껴지지 않으니 성긴 이야기가 더 눈에 띄게 되고, 관습적인 연출의 반복은 중반 이후부터 영화를 아예 지루하게 만든다(서사 구조가 너무 약하기도 하다).
아무런 특징을 찾아볼 수 없는, 창의성 없는 액션은 이 영화의 캐릭터 붕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된다. 캐릭터들은 그저 적과 맞서 싸우기만 한다. 아무 개성 없이 총을 쏘고, 주먹과 칼을 휘두른다.
DC는 언제쯤 마블에 필적할 만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슈퍼맨 대 배트맨:저스티스의 시작'도,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아니었다. 이쯤 되면 DC의 진짜 '어벤져스'라고 할 수 있는 '저스티스 리그'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쿠키영상이 준비돼 있으니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이 작품에서는 '배트맨' 벤 애플렉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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