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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 이민자와 무관" 백악관 발언에 논란 확산

"자유의 여신상, 이민자와 무관" 백악관 발언에 논란 확산
밀러 미국 백악관 정책 고문이 트럼프 정부의 새 이민 정책을 두고 기자단과 설전을 벌이던 중 '자유의 여신상'은 이민자와 무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밀러 정책 고문은 이민자들에게 발급하는 영주권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새 이민 정책에 대해 브리핑하던 도중 아코스타 CNN 기자와 자유의 여신상 현판에 적힌 글귀를 두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아코스타 기자가 현 정부의 이민 정책이 자유의 여신상에 적힌 '가난하고 지친 이들, 자유롭게 숨쉬기를 갈망하는 무리여, 내게로 오라' 글귀가 시사하는 미국의 정신과 위배한다고 꼬집자, 밀러 고문은 자유의 여신상과 이민자는 관련성이 없으며 해당 글귀도 원래 자유의 여신상에 없었다가 나중에 추가된 거라고 반박했습니다.

프랑스가 188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은 제작 의도가 이민자와 무관하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민자를 맞아주는 존재이자 미국 이민 역사의 상징이 됐다는 게 역사가들의 중론입니다.

뉴저지주 역사가인 존 T 커닝햄은 '자유의 여신상'이 처음부터 이민자의 상징으로 제작된 것은 아니지만, 이민자들이 뉴욕 항구로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보게 돼 얼마 지나지 않아 상징 격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다수 의원도 밀러 고문의 발언에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클레이 의원은 트위터에 브리핑 영상을 올리고 "백악관의 적나라한 편협함을 보게 돼 부끄럽다. 이민만큼 미국적인 것은 없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보일 밀러 고문의 발언에 "역겹다"고 표현했습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밀러 고문의 어투는 잘못됐지만 발언 자체는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이 1886년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는 시인 엠마 라자루스가 쓴 글귀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자유의 여신상을 얹을 받침대는 미국에서 제작했는데 받침대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미국 작가들은 유대인 이민자 후손이자 시인인 라자루스에게 경매에 부칠 시를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라자루스는 미국으로 몰려드는 이민자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1883년 11월 '새로운 조각상'을 발표했지만, 4년 뒤 세상을 떠나면서 이 시의 존재는 잊혔습니다.

그러다가 라자루스의 친구가 뒤늦게 이 시가 수록된 책을 발견해, 이를 알리기 위해 나섰고 결국, 1903년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에 시가 새겨지게 된 겁니다.

'가난하고 지친 이들, 자유롭게 숨쉬기를 갈망하는 무리여, 내게로 오라, 바글거리는 해안가에서조차 거절당한 가엾은 이들이여, 집 없는 자들이여, 세파에 시달린 이들이여 내게로 오라, 나는 황금의 문 앞에서 등불을 들고 있겠다'는 이 시가 새겨진 이후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이민자와 난민들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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