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등교사 대폭 늘렸던 박근혜 정부, 결국 임용대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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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도교육청이 초등교사 선발인원을 최대 90%가량 줄이기로 하면서 ‘임용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교육대 학생들은 “약속을 어긴 교육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교육당국의 졸속적인 교사 수급정책으로 애꿎은 임용준비생들만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3일 내놓은 ‘2018학년도 공립학교 교사 선발계획’에 따르면 올해 초등교사 선발인원은 3321명으로 지난해 5764명에 비해 43% 줄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846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87.6% 줄어든 105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임용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는 지난해보다 절반 넘게 줄인 868명만 뽑기로 했다. 세종시는 지난해 249명에서 30명으로 88% 줄었다. 광주시도 지난해 20명에서 5명으로 감축해 사상 처음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지난해까지 초등교사 선발인원을 대폭 늘려 임용대기자만 3817명에 이르게 됐다. 이로 인해 임용대기 기간은 늘어나고,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3년 이내에 발령받지 못해 합격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가 생기게 됐다. 더 이상 선발인원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올해 급작스레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교육당국은 대책 마련은커녕 볼썽사나운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 선발 권한은 시·도교육감에게 있다”고 발을 뺐고, 시·도교육청은 “선발인원을 늘리라고 압박한 교육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무엇보다 교사 수급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큰 책임이 있다. 정부는 초등교사 수급정책에 실패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교사 수급계획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난해 한국 초등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6.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1명)보다 많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교실 2교사 수업제를 도입하면 교육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근본적인 교사수급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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