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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신고질라' 日감독 "'괴물'은 뛰어난 작품"

송고시간2016-10-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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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구치 신지씨, 세트 제작 알바에서 연출 감독으로

"고질라를 통해 원전폭발 문제 얘기하고 싶었다"

(부산=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고질라라는 괴수를 좋아해서 고질라 영화 시리즈에서 세트 제작 일을 했던 젊은이가 나중에 커서 고질라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됐다.

영화와 같은 이 얘기는 실화다. '신 고질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일본의 히구치 신지 감독의 이야기다.

그는 7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질라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전했다.

고질라는 일본에서 1954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이후 모두 29편이 제작될 만큼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는 괴수 캐릭터다. 히구치 감독이 안노 히데아키 감독과 공동 연출한 '신 고질라'가 바로 29번째 고질라 영화다.

"제가 촬영현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을 당시는 '10년 만의 부활'이라는 기획으로 영화로 제작되던 때였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아갔죠. 영화 일을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현장에서 고질라가 탄생하는 순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고질라는 저에게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히구치 감독은 '신 고질라'의 연출 제의를 받고 "어마어마하게 기뻤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 감독으로서 모습을 보이려고 애써 태연한 척했다고 한다.

그는 21세기 일본에서 고질라를 왜 영화의 소재로 다시 끄집어냈나. 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가. 히구치 감독은 1954년 작과 새 작품을 비교해 이를 설명했다.

"두 발의 원자폭탄으로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되던 1954년 '고질라'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때 '고질라'는 전쟁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과학은 대단한 발명품들을 내놓았지만 그런 발전을 계속해야 하나 의문을 던졌죠. 2011년에 대지진이 났고 원전이 폭발했습니다. 그 문제는 지속하고 있고, 여전히 해결되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우리가 안고 있다는 사실을 고질라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시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히구치 신지 감독
질문에 답하는 히구치 신지 감독

(부산=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영화 '신고질라'의 히구치 신지 감독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신고질라'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10.7
ksujin@yna.co.kr

그의 말처럼 '신 고질라'는 단순한 괴수영화가 아니다. 거대한 괴수를 등장시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런 괴수를 우여곡절 끝에 무찌르는 기존 괴수 장르의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스펙터클'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정부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다. 총리를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와 고질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도쿄 지방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정교하게 표현됐다. 때로는 '담당 부서가 정해지지 않아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거나 '문서주의가 민주주의의 근간이지'라며 정부의 관료주의를 비판하기도 한다.

히구치 감독은 이런 현실적인 묘사를 안노 히데아키의 공으로 돌렸다.

"안노 감독이 기본적으로 하고 싶어 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 정말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할까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일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을 때 안노는 정말로 고질라가 일본에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2년간 성실히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가 정부의 관료들이 무언가 결정하고 조처를 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는 관료주의를 비판한다고 해서 누구는 좋은 편, 누구는 나쁜 편 식의 이분법적으로 인물을 그리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창피할 정도로 성선설에 기반해 모두가 제대로 일하는 것으로 그렸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괴수물 영화가 많지 않은 한국영화계에 대한 조언에 오히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대상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이었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정말로 분했다"고 했다. 왜였을까.

"한국이 괴수영화를 못 만든다고 하는데 '괴물'은 뛰어난 영화입니다. 제가 만들고 싶어 했던 그런 괴수영화였죠. 특히 한강에서 괴물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연출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같으면 괴수가 나타날까 말까 하는 긴장감을 주다가 괴수가 나타나는데 '괴물'처럼 갑작스럽게 툭 튀어나오는 연출이 더 '리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하정우가 주연한 '더 테러 라이브'(2013)도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몬스터를 잘 그려냈다"며 인상적인 한국영화로 꼽았다.

영화 제목에 새로울 '신'(新)자가 붙은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1954년 작 이후 일본에서 제작된 고질라 영화는 모두 1954년 작의 후속편 격이다. 기존에 고질라가 있었고 등장인물 모두 고질라라는 존재를 알고 있는 설정으로 나온다. 하지만 '신 고질라' 속 등장인물에게는 고질라는 정체 모를 괴생명체다.

히구치 감독은 "한국에서 고질라가 많이 상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설정으로 인해 한국 관객들도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 고질라'는 국내에서 내년 1월께 개봉될 예정이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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