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바람 타고 날아온 ‘멸강나방’ 서해안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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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충남 태안까지 날아온 멸강나방.


서해안 지역인 전남 영광군은 최근 ‘멸강나방’ 애벌레가 대량 발견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 나방의 애벌레는 벼나 옥수수 등의 잎을 갉아먹는다. 먹성도 대단해 이틀 만에 식물이 앙상해질 정도다. 농촌진흥청은 농민들에게 “농작물 재배지를 미리 살펴 멸강나방 애벌레를 발견하면 즉시 방제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멸강나방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국내에서는 겨울을 날 수 없다. 하지만 매년 다시 나타나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5일 “국내에 출현하는 멸강나방은 중국 장쑤성에서 바람을 타고 유입된 해충”이라고 설명했다.

이 나방은 따뜻한 중국 남부지방에서 겨울을 난 뒤 매년 5월과 6월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와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장쑤성의 성도인 난징에서 전남 영광까지는 800㎞나 떨어져 있다. 올해의 경우 중국 장쑤성의 멸강나방 발생량이 평년보다 9배나 많았다고 한다.

벼를 갉아먹고 있는 멸강나방 애벌레.


중국에서 날아오는 해충은 멸강나방 이외에도 혹명나방과 벼멸구, 애멸구 등이 있다. 애멸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에서 월동할 수 없는 병해충들이다. 이들 해충은 중국에서 한반도 쪽으로 강한 바람이 자주 부는 5월과 6월 수백㎞를 날아 서해를 건너 피해를 주고 있다.

노형일 농촌진흥청 지도관은 “어떻게 나방이 수백㎞를 날아올 수 있는지 의아해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나 미세먼지가 강한 바람을 타고 한반도를 덮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며 “나방 등이 서해안에 유입된 뒤 알을 낳으면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병해충은 현지 발생 현황을 미리 파악해 대비하는 것 말고는 딱히 대책이 없다.

농촌진흥청은 중국 측과 2001년부터 ‘한·중 비래해충협력사업’을 통해 중국 현지 10곳에서 병해충 발생량을 조사하고 있다. 중국 측의 자료도 제공받는다. 노 지도관은 “중국의 병해충 발생이 급증하면 국내 유입에 대비해 농가 등에 미리 방제 준비를 하도록 사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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