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집회 폭력, 시민들 외면 불러왔다
130여일이 넘는 함성으로 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촛불집회는 축제분위기 속에 마무리 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석기 석방" "후쿠시마를 잊지말자" 등 다소 엉뚱한 구호들이 광장에 자리 잡기도 했다.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하나였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할퀴고 뜯긴 대한민국의 상처를 함께 손잡고 어루만져야 할 때란 것이다.
지난 11일 오후 2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탄핵 무효 집회를 열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이후에도 친박단체들은 "헌재의 대통령 파면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매주 같은 장소에서 진행돼 오던 이른바 '태극기 집회'는 서울 광장과 남대문 광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이날은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태극기를 든 참가자들은 가득 채우던 서울광장에는 빈공간이 곳곳에 보였다. 전날 헌재앞 과격 집회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폭력을 외면한 사람들이 불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최 측은 앞으로도 계속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날 사회자는 무대에 올라 "어제 희생자가 나오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너무 분노하지만 절대 흥분하지 마시고 정의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안전을 당부했다. 전날 격렬한 집회과정 중 3명이 숨진 사고를 의식한 발언이다. 보수단체 시위를 주도했던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 내부에서도 냉정론이 고개 들고 있다. 한 박사모 회원은 "이제 저는 반대로 집회가 폭동이 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며 "태극기집회 지휘부가 구속될수도 있는데 지금 그들을 잃을 수는 없다"고 글을 썼다.
이같은 움직임이 실제 현장의 평화로 자리잡을 지는 미지수다. 일부 지도부는 여전히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성명을 통해 "애국 열사님들께서 죽음으로 흘린 피의 대가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도 집회를 계속 강행해 나갈 계획이라는 얘기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박근혜정권 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하는 '제 20차 범국민행동의 날(촛불집회)' 행사도 열렸다.
전날 헌재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인용을 기념하고 자축하자는 취지로 마지막 촛불집회였던 셈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인용을 민주주의의 새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사저를 비우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성토도 쏟아냈다. 곳곳에 '이젠 청와대 방 비우그라' '방빼고 감옥가자' 등의 구호가 등장했다.
하지만 참여인원은 예전보다 '확' 줄었다. 대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 핵발전소 폐기 등 엉뚱한 구호가 사전집회에서 많이 등장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내란선동죄 등으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명위원회가 간이 테이블을 놓고 서명 운동을 벌였다.
한 시민단체는 이날 사전집회에서 "후쿠시마를 잊지말자"는 구호와 핵재처리 중단 요구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광장을 지나는 일반 시민들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그 동안 대통령 때문에 초래된 갈등을 봉합하고 하루 빨리 사회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유백현(29)씨는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의 집회는 불필요하다"며 "오히려 무리한 집회는 또 다른 갈등을 일을 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국금(64)씨는 "자영업자인데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이제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하나된 대한민국의 저력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준호 기자 / 황순민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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