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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강렬한 예고편이 시작이자 끝…'수어사이드 스쿼드'

등록 2016.08.02 08:00:00수정 2016.12.28 17: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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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근래에 이렇게 관심이 집중됐던 예고편은 없었다. '퀸'의 명곡 '보헤미언 랩소디'(Bohemian Rhapsody)에 맞춰 등장하던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감독 데이빗 에이어) 속 악당들의 모습은 지독하게 강렬했다(2차 예고편).

 특히 눈을 사로잡은 건 미치광이 커플 '할리 퀸'과 '조커'였다. 마고 로비는 마치 '할리 퀸'이 환생한 듯한 완벽한 비주얼로 시선을 끌었고 자레드 레토는 잭 니컬슨·히스 레저에 이어 또 한 번의 전설적인 조커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데이빗 에이어 감독이 '이미지'만으로도 이 영화를 '미치도록 궁금해서 안 볼 수 없는' 그런 작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셈이다.

 두 악당 데드샷(윌 스미스)과 할리 퀸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경쾌하다. 윌 스미스의 거친 매력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고, 마고 로비 또한 퇴폐적인 눈빛과 미소로 관객을 압도한다. 빠른 편집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도 이 영화의 앞으로 전개를 내심 기대케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한 팀을 이루게 될 악당들과 그들의 능력을 소개하는 초반부터 슬슬 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중반부에는 이야기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매고, 후반부에는 결국 캐릭터도 서사도 모두 놓친 채 붕괴하고 만다.

 정보국 국장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는 슈퍼맨 사후 그의 역할을 대체할 인물을 찾다가 과거에 추진되다가 폐기된 '프로젝트 X' 재가동을 시도한다. 이 계획은 바로 최악의 악당들로 팀을 구성해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들을 상대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데드샷·할리 퀸·캡틴 부메랑·엘 디아블로·킬러 크록 등으로 구성된 팀이 만들어지고, 이들은 첫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드디어 감옥 밖으로 나온다.

 '어벤져스'의 악당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에 관객이 기대하는 건 '캐릭터 플레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그들 개별의 특성을 살리면서, 각 인물이 지닌 독특함을 하나의 이야기에 조화롭게 담아내는 것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시리즈가 거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캐릭터 플레이를 어떤 영화보다 잘 해냈기 때문이다('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의 공항 전투 시퀀스는 이에 대한 적확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인물의 특성을 선명히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둘 이상의 캐릭터가 한 데 뭉쳤을 때 뿜어내는 시너지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

 하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캐릭터 플레이가 아닌 '이미지 플레이'에 몰두한다. 인물들에게는 '성격'(character)은 없고, '인상'(image)만 있다. 영화에서 가장 강조되는 인물은 역시 할리 퀸일 것이다. 에이어 감독은 할리 퀸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조커의 주치의였다가 그를 사랑하게 돼 조커와 같은 악당이 됐음을 러닝타임 내내 강조한다. 하지만 이건 인물의 전사(前史)이지 성격이 아니다.

 중요한 건 할리 퀸이 그래서 어떤 악당이 되었고 그로 인해 어떤 행동을 하느냐다. 그러나 할리 퀸은 그저 붉은색과 푸른색이 대조를 이루는 특유의 옷차림과 화장을 한 채 연신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웃음을 지어보일 뿐이다. 떠올려보자. 아이언맨이 전 세계 관객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히어로가 된 것은 그의 화려한 수트와 함께 자신이 슈퍼히어로임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거침없고 거만한 그 성격 덕분이었다.

 조커도 마찬가지다. 조커는 일단 분량도 적은데다가 그 등장 자체가 꼭 필요했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한 인물이다. 자레드 레토가 조커 연기에 공을 들였다는 건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영화에서 드러나는 건 그의 기괴한 겉모습 말고는 없다. 그런 점에서 레토의 조커를 히스 레저의 조커나 잭 니컬슨의 그것과 비교하며 기대감을 키운 이들은 영화를 보고 나면 다소 머쓱해질 수도 있다. 데드샷·디아블로·킬러 크록 등 다른 인물들 또한 성격 자체를 부여받지 못하고 그저 이미지로만 승부를 본다.

 캐릭터가 없으니 이야기가 순조로울 리 없다. 어차피 관객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서사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구멍이 많은 이야기를 캐릭터 보는 재미로 채워줄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에게 매력이 느껴지지 않으니 성긴 이야기가 더 눈에 띄게 되고, 관습적인 연출의 반복은 중반 이후부터 영화를 아예 지루하게 만든다(서사 구조가 너무 약하기도 하다).

 아무런 특징을 찾아볼 수 없는, 창의성 없는 액션은 이 영화의 캐릭터 붕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된다. 캐릭터들은 그저 적과 맞서 싸우기만 한다. 아무 개성 없이 총을 쏘고, 주먹과 칼을 휘두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

 여기서 또 다시 마블스튜디오의 작품들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서 블랙팬서·앤트맨·스파이더맨은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캐릭터로 느껴지는데, 이는 대개 그들이 액션 시퀀스에서 남긴 독특하면서 강렬한 인상 덕분이다. 마블의 이런 요소들을 떠올려 보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액션이 얼마나 허술하게 짜여졌는지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DC는 언제쯤 마블에 필적할 만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슈퍼맨 대 배트맨:저스티스의 시작'도,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아니었다. 이쯤 되면 DC의 진짜 '어벤져스'라고 할 수 있는 '저스티스 리그'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쿠키영상이 준비돼 있으니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이 작품에서는 '배트맨' 벤 애플렉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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