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10년 대장정의 마무리를 앞두고, '파이널 판타지 15'
파이널 판타지 15는 '리얼'과 '판타지'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리즈 사상 최초로 도전하는 오픈 월드 시스템을 채용한 작품이다. 시리즈 최다인 12개 언어를 대응하며 한국어 자막도 정식으로 지원한다.
자막 한글화를 거쳐 PS4와 Xbox One으로 11월 29일 정식 발매될 예정인 파이널 판타지 15는 10년 전 파이널 판타지 13 베르서스라는 이름의 타이틀로 시작했으나 지난 2013년 E3에서 정식으로 파이널 판타지 15로 타이틀이 바뀌면서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 된 바 있다. 아래는 타바타 하지메 디렉터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사전
질문지를 보며 답변을 준비하는 타바타 하지메 디렉터.
● 전 세계 동시 발매라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는 매우 이례적인데,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듯합니다.
타바타 디렉터 : 한 지역에 선행 발매를 한 다음 현지화를 해서 다른 지역에 조금씩 발매를 해나가는 것과 전 세계 동시 발매를 하는 건은 전혀 다른 프로세스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생은 하리라 예상했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고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형태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제작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게임을 발매하면서 현지화 문제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따라 어울리는 마케팅 이벤트도 준비해야 하는 것도 고생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 당초 9월 발매에서 연기가 되었는데 어떤 부분이 보강되었나요.
타바타 디렉터 :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없애는 작업을 했습니다. 최적화 작업을 통해서 더 나은 모습으로 조정했고 연기된 기간 동안 밸런스를 잡기도 했습니다. 좀 더 강화하고 싶은 부분도 있어서 해당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성장 시스템을 조정해서 플레이어가 좀 더 매니지먼트하기 편하도록 했습니다. 정식 버전은 이전에 공개했던 데모 버전보다 훨씬 좋은 모습으로 완성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 이번 작품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오픈 월드 스타일이 최초로 합쳐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타바타 디렉터 :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이기에 메인 스토리의 존재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서 확고한 메인 루트를 준비해두었습니다.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방향을 잃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요. 하지만 그 주변으로는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풀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고정된 메인 루트와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영역 모두 준비했습니다. 오픈 월드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 때는 자유로운 모험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전투 파트에서는 액션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필요하기 때문에 직관적인 조작 체계도 필요합니다. 자연스럽게 파이널 판타지 15라는 세계에 플레이어들이 녹아들 수 있도록 불편하게 느껴질 요소를 줄이고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했습니다. 일단 누구라도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 PS4 프로로 파이널 판타지 15를 구동할 때는 게임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타바타 디렉터 : 아직 파이널 판타지 15와 PS4 프로가 발매되기 전이라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기존 PS4로 구동하는 것과 콘텐츠 자체는 달라지는 부분이 전혀 없지만 하드웨어 사양이 좋은 PS4 프로로 플레이하면 비주얼적으로 보다 풍부한 경험이 가능해집니다. 향후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PS VR을 이용한 모드는 현재 공개된 베히모스 전투 외에도 있나요.
타바타 디렉터 : 지금 PS VR을 위해 준비한 데모는 E3에서 공개하기 위해 만든 베히모스 전투 외에는 없습니다. 일단 파이널 판타지 15 본편의 개발이 끝나면 PS VR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베히모스 전투를 공개하고 나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은 상태이며 지금도 PS VR을 위한 콘텐츠의 아이디어 자체는 있습니다. 다음에 만드는 PS VR용 콘텐츠는 훨씬 더 제대로 된 완성도로 만들고 싶습니다. 게임의 세계를 캐릭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게임 세계에 들어가서 체험할 수 있는 내용을 PS VR을 통해 만들고 싶습니다.
● 자동차로 비행도 가능한데 자동차 외에 조종할 수 있는 비행 수단도 존재하는지.
타바타 디렉터 :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이용한 비행 관련 요소는
제대로 만들어두었습니다.
● 플레이 타임 및 월드맵의 크기는 이전 시리즈에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지.
타바타 디렉터 : 플레이 타임은 게임 세계를 모두 돌아보고 모든 콘텐츠를 건드려 보면 200시간 정도 걸립니다. 메인 루트만 플레이하면 40~50 시간 정도 걸립니다. 월드맵의 크기는 솔직히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은 실제 비율의 캐릭터들이 거주하고 있는 현실적인 크기의 세계로 만들었기 때문에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리얼 스케일의 모험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광대한 월드맵으로 완성되었습니다.
● 첫 발표로부터 10년, 파이널 판타지 15로 타이틀이 변경되고 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타바타 디렉터 : 파이널 판타지 15를 제작하면서 정말로 많이 배웠습니다. 개발을 통해서 인터네셔널 포맷에 대해서도 배웠고 게임 자체의 기술도 굉장히 많이 발전했습니다. 굉장히 많이 공부를 했고 새로운 기술에 도전도 해봤는데 이러한 도전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는 발매 이후가 되어야 알 듯합니다.
하지만 개발자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반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15년을 맞이하면서 스타트 라인에 선 기분입니다. 실제로 파이널 판타지 15를 지난 3년 간 개발하면서 얻은 가장 큰 획득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발매 자체는 안 되었기 때문에 이렇다 할 감상은 없지만 발매일 자체는 매우 기다려집니다.
2년
전 TGS 2014에서 파이널 판타지 15에 대해 소개하는 타바타 디렉터.
● 오픈 월드 스타일에 기나긴 개발 기간, 발매 하드웨어의 변경 같은
부분 외에도 JRPG의 대표격이었던 이전 시리즈와는 다른 부분이 많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타바타 디렉터 : 요시다 슈헤이 SIE WWS 대표는 파이널 판타지 15을 돌연변이라고 표현하더군요(웃음). 일본에서
만든 RPG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RPG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저희 입장에서는 그 정도로 해외 게임을 의식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특수한 룰을 만들거나 진입장벽을 높이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만들다 보니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습니다.
● 스퀘어
에닉스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듯합니다.
타바타 디렉터 : 지금까지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의 차이는, "파이널 판타지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시리즈에 있었으니 당연히 넣어야 한다거나, 지금까지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없었으니 넣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피했습니다. 이 작품에 필요한 요소인가, 그렇지 않은 요소인가를 따졌습니다.
일본에서 만드는 RPG니까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시스템 등을 설계한 게 아니라 파이널 판타지 15만의 확고한 세계를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15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생각한 게 아니라 누구나 재미있게 파티 멤버들과 전투도 하면서 모험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모아서 파이널 판타지 15를 만들자는 느낌이었습니다. 단순히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투를 통해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 즐기는 것을 더욱 중요시했습니다.
● 당초 구상했던 아이디어 중 결국 구현하지 못해서 아쉬운 요소나 시스템 등이 있다면.
타바타 디렉터 : 개발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실시간으로 계산을 해가면서 세계를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하드웨어 파워로는 이런저런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형태도 굉장히 열심히 만들어낸 결과물이긴 하지만 결국 정말로 만들고 싶었던 세계를 구현하기엔 무리였습니다.
제대로 된 생태계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몬스터가 한 번 다치면 그로 인해 그 후로 행동이 달라지고 성격이 달라진다거나,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몬스터들도 전부 다른 인공지능으로 행동하면서 개성을 드러내는 등의 세계를 구현하고 싶습니다. 아마 PS6 정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실제로 살아 있는 듯한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저희 개발자들도 앞으로 많이 노력해야 하겠죠.
● 반대로 이 부분만큼은 정말 멋지게 완성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타바타 디렉터 : 살아 있다고 느껴질 만한 캐릭터의 표현이나 행동 원리, 움직임 등은 세계에 내놓아도 잘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동료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감각을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게임에 비해 이 부분이 월등히 뛰어나다기보다는 다른 게임에서는 잘 표현하지 않는 부분에 가깝긴 하지만요(웃음).
● 10년 동안 게임 업계의 많은 부분이 바뀌면서 파이널 판타지 15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을 텐데요.
타바타 디렉터 : 지난 10년 동안 게임 업계가 변하면서 파이널 판타지 15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단 10년 전 최초의 개발팀 내에서도 많은 멤버가 바뀌었고 남아 있는 멤버들도 나이를 그만큼 먹었으니까요. 물론 10년 동안 빠지지 않고 파이널 판타지 15 개발에 꾸준히 참여한 멤버도 있긴 하지만요.
10년 동안 기술도 바뀌고 사회도 하드웨어도 바뀌었지만 결국 게임이란 것은 현 단계에서 자기의 최고의 실력을 발휘해서 만드는 것입니다.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지는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사회도 달라지고 기술도 달라지고 사람도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많은 것이 바뀌는 와중에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서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타바타 디렉터 : 액션의 베이스 자체는 그리 변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세세한 부분이 달라지긴 했지만 처음 파이널 판타지 13 베르서스를 만들 때는 '킹덤 하츠 시리즈 같은 파이널 판타지'라는 감각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콘셉트가 없어졌지만 플레이어가 적과 싸울 때의 액션을 통한 즐거움은 10년 전 추구했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 마지막으로, 파이널 판타지 15 한글판을 기대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타바타 디렉터 : 아직 한국 팬과 직접 만난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는 가본 적이 있지만 지스타에도 가본 적이 없고 유저 분들과 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좀처럼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닿으면 꼭 한국 팬들과 만나보고 싶습니다. 게임이라는 문화가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개발자로서 알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13 한글판 발매 당시에는 다양한 개발자 이벤트를 했다고 들었는데 파이널 판타지 15도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본에서 발매하고 점차 다른 국가에 발매되었던 파이널 판타지 13은 한국 발매 이벤트가 가능했지만 파이널 판타지 15는 전 세계 동시 발매라 발매일에 맞춰 한국에 가기에는 무리인 것은 아쉽습니다. 발매 이후가 되겠지만 한국 분들께서 파이널 판타지 15를 직접 플레이하고 나서 느낀 점을 저에게 직접 말해주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정말 좋을 듯합니다.
이상원 기자 petlabor@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