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들이 멸망에 대처하는 자세

네크 3 2,507

멸망이 그 징조를 드러냈을때, 오타쿠들은 그들 특유의 연락망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이로인해 멸망의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모두 인식하고는 재빨리 대처하기 시작했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에 대피소를 만드는데 있어서 금전적, 기술적인 어려움은 아무것도 없었다. 서로의 취향은 건들지 않는다는 대전제 아래 수많은 오타쿠들이 대피소 아래 집결했고, 멸망이 다가왔을때, 그들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들은 한가지 문제를 간과하고 있었다. 극단적인 성적 불균형. 남자 오타쿠들의 연락망과 여자 오타쿠의 연락망은 근본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다는 점이 이 치명적인 실수의 원인이었다. 몇 없는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차별적인 시선과 구세주로써의 비정상적인 선망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다른 이들의 접근을 거부했다. 때문에 멸망을 맞이한 인류집단으로써 가장 크게 성공한 오타쿠 집단은 한세대도 채 가지 못해 멸망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명 공학의 권위자이자 오타쿠였던 한 남성이 기계 공학의 권위자이자 오타쿠였던 다른 남성과 합동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기존 인류의 DNA를 복제한 클론을 만듦으로써 인구수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클론을 만드는데 성공한 오타쿠들은, 자가번식을 통해 대를 이어갔다. 하지만 클론이 기존의 세대를 전부 대체했을 즈음, 그들은 또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클론이 클론을 만들 경우, 유전자가 열화되어 치명적인 유전병이 생기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클론 기술을 개발한 오타쿠는, 자신의 자손들은 밖으로 나가 새로운 여자를 만나 재생산에 성공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치지 않았지만, 그들의 자손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그 누구도 밖으로 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치명적인 실수는 대피소에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인구수는 점점 소모되었고 얼마 안가 대피소의 존속에 필요한 인구수마저 충족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오타쿠들은 서로 모여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재미없는 개드립과 헛소리, 논점이탈이 거듭되길 1년, 대피소는 개중 그나마 신체 요건이 양호한 오타쿠 20인을 선발하여 대피소 밖으로 나가 여성을 찾아 납치해오기로 합의한다. 남초현상이 심한 원시 수렵 부족의 납치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밝게 빛나는 금성의 이름에서 비롯된 이름을 가진 이의 제안이었다.

무너지고 갈라진, 처참하게 멸망에게 노출되었던 메마른 도시의 폐허속에서, 수많은 미지의 위기에 봉착하며 탐험대는 수없이 괴멸 위기에 처했지만, 마침내 그들은 또다른 생존자 집단을 찾아가는데에 성공했다. 준비해둔 총과 칼을 부여잡고, 번식의 꿈에 부푼 가슴을 진정시킨체 그들의 대피소로 들어갔다.


한달 뒤 돌아온 탐사대는 그 어떤 여성도 데려오지 않았다. 한 오타쿠가 물었다. "왜 아무도 데려오지 않은거지?"

탐사대 중 한명이 말했다. "처녀가 없었거든."

다른 한명이 말했다. "유녀도 없었고."

또다른 한명이 말했다. "츤데레도, 핑크 머리도, 하다 못해 싸우는 미소녀도 없었어. 아줌마 아니면 거지꼴을 한 쌍년들밖에 없었다고."

그러자 오타쿠가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남자애들만 데려오는 것이 올바른 해답은 아니었을텐데?"

Author

Lv.1 네크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Nullify
저 많은 이들 중에 인처 취향이 하나도 없었다고요? 진짜로?
양양
유부녀라 해서 모두 다 인처가 아닌지라(...).
Nullify
--취소선을 안쳤더니 이런 반응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93 말퓨스 스토리-월야편(月野編)(1) 반선녀, 상실-(프롤로그) 말퓨리온의천지 06.04 2500
292 제 3차 싱크대그라드 공방전 SoylentGreen 05.07 2618
291 Project NA-그리스어가 적힌 반지 비잔뽕이부족합니다 04.25 2847
290 [Project NA] 저주받은 쉽 비스킷 SoylentGreen 04.24 2946
289 월드 오브 트로브-1 국내산라이츄 04.17 2523
288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2부 댓글2 cocoboom 04.13 2471
287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1부 cocoboom 04.10 2444
286 한방꽁트 - 빈티지 패션 트렌드 cocoboom 04.03 2388
285 한방꽁트 - 부주의의 발견 댓글3 cocoboom 04.02 2663
284 [はやぶさ] prologue 댓글3 개복치 03.30 2386
283 한방꽁트 - 자율주행이 바꾸는 생활 cocoboom 03.30 2494
282 한방꽁트 - 어떤 블랙기업 댓글2 cocoboom 03.29 2630
281 한방꽁트 – 저주받은 갑옷 cocoboom 03.28 2552
280 한방꽁트 - 25일의 은행업무 cocoboom 03.27 2491
279 언더테일 팬픽 - 샌즈와 끔찍한 시간 댓글2 Badog 03.09 2859
278 눈 빛 댓글2 Novelistar 02.03 2492
277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 네크 12.20 2474
276 이번에도, 또다시. 네크 11.16 2291
열람중 오타쿠들이 멸망에 대처하는 자세 댓글3 네크 10.01 2508
274 괴담수사대-Laplace's riddle 국내산라이츄 09.18 2361
273 아날로그:속마음 마시멜로군 09.16 2543
272 Lovers Oi My lovers Novelistar 08.22 2360
271 하피 이야기 1 네크 08.16 2274
270 열두 이름 이야기 네크 08.16 2447
269 별의 바다 이야기 네크 08.14 2548
268 어느 클레피의 열쇠 국내산라이츄 08.13 2594
267 미아 이야기 2 (끝) 네크 08.06 2404
266 장대 이야기 네크 08.03 2312
265 미아 이야기 1 네크 08.01 2397
264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5 네크 07.28 2366
263 숙취 Novelistar 07.26 2633
262 폭발 노숙까마귀 07.23 2691
261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4 네크 07.18 2439
260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3 네크 07.15 2349
259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2 댓글4 네크 07.10 2439
258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1 네크 07.10 2375
257 [PW-Proto.]마지막 비행 노숙까마귀 07.04 2270
256 Close my eyes, Darlin' - Part 1 시마이요 07.04 2233
255 결심 Novelistar 06.30 2258
254 믿지 못하는 이야기 네크 06.29 2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