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이야기 2 (끝)

네크 0 2,379


소녀가 들고 온 식물의 일부분은 매우 특이한 것이었다. 처음 보는 그 식물은, 그래, 아마 나무껍질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나무껍질이라고 하기엔 특이하게 생긴데다, 지독한 냄새가 가득한 찐득거리는 붉은 수액이 껍질 안쪽에 두껍게 자리잡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캐시언 소녀는 손톱을 세워 그 붉은색의 수지를 짓눌러 뭉게 수액을 짜내고는, 누운 체 고개를 돌려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내 입가에 가져다댔다.

괜찮다고, 사양하고 싶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그 진액을 받아먹었다. 구역질나는 수액의 쓴 맛 사이에서 정신을 차렸을때 느낀 흙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기절한 내 입에 소녀가 이 수액을 먹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마 고통과 감염을 지연시키던 원인은 바로 이 수액이었겠지. 소녀는 떨리는 손으로 진액을 마저 떠먹이고는 내 옆에 앉아 내 손을 잡고 쓰다듬었다. 보드랗고 따뜻한 손이었다.

"왜 도망치지 않는거야?"

물었다.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네 주인은 죽었잖아. 네가 저 시체를 꺼냈을테니, 잘 알고 있을텐데."

소녀의 입술은 움직일 생각조차 없었지만, 또 나의 손을 놓을 생각 또한 하지 않는 듯 했다. 그 푹신한 손을 붙들고, 체온을 확인하는 것 마냥 미동도 하지 않은체 그대로 굳어있었다. 힘을 준다면 빼낼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의 한 구석에서, 내가 사람의 체온을 느끼는걸 그리워 했다는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내가 무섭지 않아? 나도 앤트워프와 똑같은 마족이라고."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넌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입을 열었다. 숨을 살짝 들이쉬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소리로, 공기의 흐름으로, 손으로 전해지는 떨림으로.

소녀는 노래했다.

"맨 처음의 어미가 죽었을때부터,
짙은 밤은 매일 찾아오죠.
깊은 꿈에서는 언제나,
먼저 떠난 형제들을 볼 수 있지만,
태양이 다시금 떠오르면,
언제나 홀로 남게 되요.
손을 뻗어도 닿지 않고,
소릴 질러도 듣지 않는데,
언제쯤 나는,
다시금 모두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모두와 함께 약속했던 때를,
함께 할 수 있을까.
그 때를 기약하며,
나는 오늘도 길을 걸어요.
먼저 떠난 이가 남긴 길을 걸으며,
외로움을 달랠 이를 찾아요."

언제나처럼 나무랄 데 없는, 나무랄 수 없는 노래였다. 붉은 수액 이상으로, 지금 처한 나의 처지와 거기에 수반된 고통을 잊을 수 있게 만드는 노래였다. 눈을 감고, 이미 끝난 노래를 마저 음미했다. 이 아름다운 노래를 왜 들려준걸까. 쓸쓸하고, 애절함마저 묻어나는 노래를,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내게 불러준, 아니, 그것은 비약이겠지. 자기 자신을 위해 불렀을 수도 있으니. 하지만, 왜 지금일까. 왜 그녀는 그 노래를 불렀을까.

가사를 떠올렸다. 누군지 모를, 하지만 혼자 남겨진 이의 노래. 다신 만날 수 없는 이를 그리는 노래.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너무나 친숙한 노래였다. 그래. 너무나도 친숙했다.

"난 말야, 시작의 열두 가문 중 하나인 클랑포크 가문에게서 마흔 일곱번째로 분가한 가문인 헤이즐워스 가문의 외동이야. 말은 거창하지만, 몰락할대로 몰락한지 몇백년은 지난 가문이라, 가문 회의에 초대되기는 커녕 제대로 된 영지조차 없던 가문이었지. 주제에 맞지 않는 거대한 저택만 딸랑 가지고 있던 그런 가문이었어."

나는 자조하며 웃었다.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내 부모님은 그런 상황일수록 더더욱 당당하고 또 누구보다 긍지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어. 그리고는 비싸디 비싼 가정교사를 붙여주고 머나먼 도시로 유학을 보내주며 위대했던 마족의 과거를 배우라고 말했지. 분에 지나친 지출이었다는 건, 두말해도 잔소리였어. 내가 살았던 우리 가문의 유일한 저택은 그런 과소비의 또다른 전형이었어. 상주 관리인을 고용할 돈이 없어서, 한달에 한번 우리 집에 들르던 관리인이 저택을 관리했고, 이마저도 돈이 밀릴때가 많았지."

나는 그 시절을 생각했다.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부모님의 직업이 뭐였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어. 한번도 제대로 이야기 해 준적이 없거든. 하지만 쉬프너 가문의 사람이 올때마다 대대로 물려오던 가보나 장식품, 그림들이 사라지고, 그때가 되서야 세월에 무너져가던 집의 일부분에 사람들이 찾아와 값싸게 고치고는 다시 사라졌어. 그마저도 어느 순간, 전부 사라지고 없더라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엔텔리제의 크루지앙식 대학교에 유학을 나가있었을 때, 집에서 비보가 날아오더군. 집에 가보니 남은 물건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부모님은 손을 잡고 함께 목메달았지. 내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말야. …물론, 그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말을 하고 자살하겠냐만은."

나는 회상했다.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그 뒤로부터 대학에서 배웠던 고전 문학과 회화같은, 옛 마족의 긍지높은 문화따위를 배우면 배울수록 회의감이 들더군. 대체 이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고. 그 긍지를 사랑하던 사람이 목을 메다는 세상에서, 이런걸 왜 배우고 또 자랑스러워 하는건지 하고."

나는 침을 삼켰다.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집에 가보니 진짜로 남은거라곤 그 분에 맞지 않는 커다락 저택 딸랑 하나 뿐이었어. 몇년 동안 떠난 유학생활 사이에, 뭐가 일어났는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어. 나는 생각했지. 가문의 긍지고 뭐고, 다 허황된 말이라고. 나는 저택을 팔아치우고, 그 돈을 모아 행상일을 시작했어.'

나는 키오라를, 무트를, 헤인스를 떠올렸다.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상업의 '상'자도 몰랐던 내가 행상일을 시작한건 사실, 도망친거였지. 죽어버린 가문에게서, 마족의 긍지에게서. 하지만 나는 길을 떠나며 굳게 다짐했지. 아,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이었는지. 돈을 모아, 가문을 다시 세우겠다는 그 꿈. 헤이즐워스를 모두가 기억하게 하리라. 하지만 잘 알다시피, 보기좋게 실패했고.

나는 부모님의 묘비를 떠올렸다. 분에 넘치는 화려했던 삶에 비교하자면 그 묘비는 차라리 초라했고 그 죽음에 걸맞았었다.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보여? 난 그렇게 한심한 사람이야. 제길, 내가 진짜로 되고 싶었던건 그저 더 나은 사람, 부모님이 의지를 할 수 있는 사람, 제 몫은 할 줄 아는 사람일 뿐이었는데, 결국 나는 모든걸 잃고 혼자 쓸쓸히 죽어가고 있어. 생전 처음 보는 소녀의, 내겐 과분한 보호를 받으면서."

나는 울었다. 뜨거운 눈물이 귓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제발, 가만히 있지 말아줘. 넌 나보다 더 대단한 존재야. 나보다 더 재능있고,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지. 나같은건 버려두고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이 곳을 떠나라고. 날 혼자… 두고서.

도망치란 말야.

난 이렇게 비참하고 쓸모 없는 사람이야. 네가 살려줄 가치가 없어. 이 곳을 떠나서 다른 사람을 위해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나 같은걸 위해서가 아니라.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화가났다. 내 자신에게 화가났다. 내 죽음을, 아무런 의미없이 계속 응시하는 듯한 소녀에게 화가 났다. 그녀를 떠나보내는 것 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왜 떠나지 않는거야. 눈물을 흘리며 소녀를 올려다 보았다.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제발.

그제서야 그녀의 가녀린 목에 걸린 쇠사슬을 볼 수 있었다.

"날 돕고 싶은거야?"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맞잡은 손은 따뜻했다. 하지만 떨리고 있었다.

"나무 잔해 안에, 내가 들고왔던 짐 가방이 있을꺼야. 낡고 오래된 가죽을 덧댄 천 가방이지. 그걸 가져와 줄 수 있을까?"

소녀는 일어났다. 앤트워프의 옆을 지나가 한때는 마차였던 잔해를 뒤지더니, 내가 들쳐맸던 짐가방을 재빨리 찾아내 어께에 들쳐맸다. 꽤 무거웠을테지만, 힘든 기색은 하나 없었다. 소녀는 그 가방을 들고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소녀의 발길을 그리듯 사슬이 소녀의 뒤를 따라갔다.

나는 소녀가 내 옆에 내려놓은 가방을 누운체로 헤집었다. 잡다한 것이 한가득 담겨있었지만, 찾고 있는 것은 한가지 뿐이었다. 그것은 손바닥 보다 살짝 큰, 손잡이가 달린 원통이었다. 끝의 돌기를 누르자 주둥이가 튀어나왔고, 난 그 주둥이의 끝을 사슬로 향했다. 소녀는 내 손을 막으려는듯, 손을 살짝 들었다 다시 내렸다. 그리고는 가만히 있었다.

"네 목 쪽 사슬을 꼭 잡고있어."

소녀에게 사슬을 쥐어주고, 어느정도 여유분을 두고서 나도 사슬을 잡았다. 그 사이를 팽팽하게 달기고, 통을 두어번 흔들고는 손잡이를 쥐어짰다.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안에 있던 내용물이 분사되었고, 팽팽하게 당긴 사슬 부분에 분사액을 골고루 묻히고 나서야 손잡이를 놓았다. 원통 뒤쪽의, 손잡이의 정반대편에 달린 버튼을 꾹 누르자 통의 표면이 마석 특유의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며 이내 분사액이 묻은 사슬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30초 가량 꾹 누르고 있자 사슬은 육안으로 확인 할 수 있을만큼 휘기 시작했다. 버튼을 놓고 통도 내려놓은뒤, 녹아내리기 직전의 고리 양 옆을 붙잡고 힘을 주어 양 옆으로 당겼다. 남은 힘은 매우 미약했지만 그 힘의 아주 조금만을 가했음에도 뜨겁게 달아오른 사슬고리는 금새 엿가락처럼 뚝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그대로 잡고있어.

지글대는 소리를 조금씩 흘리며 타오르던 사슬은 몇분이 지나가 차가운 저녁바람에 거짓말처럼 식어버렸다. 그걸 확인하고서야, 나는 말했다.

"이제, 가."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난 아무런 쓸모도 없어. 날 생각한다면, 혼자 떠나."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난 곧 죽게 될거야."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가."

소녀는, 미동조차. 제발.

"가라고!"

나는 고함쳤다. 갑자기 배에 힘을 줘서였는지, 근육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억지로 무시하고서는, 미동도 하지 않는 소녀를 응시했다.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아주 잠시동안만. 머뭇거리며, 소녀는 뒤로 물러나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나무, 숲, 협곡. 그리고 다시 나를 보았다. 외톨이, 비겁자, 반송장.

소녀는 날 떠났다. 잘 된 일이었다. 소녀는 숲 속으로 뛰어가 곧 내 좁은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그래, 어쩌면 이게 더 잘 된 일이야. 이런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만큼 나와 잘 어울리는 것은 없어. 언제나처럼 무모하고, 불안하고, 한심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모든 일에게서, 사람에게서 도망치기만 하던 나에겐, 이 죽음이 어울려.

하늘이 보였다. 아니, 지쳐서 모든 것을 포기한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그 것 뿐이었다. 무기력하게 저녁 하늘을 보기. 하늘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짙은 남색으로 시작된 하늘이 짙은 사막과도 같은 주황색으로 마감되는 그라데이션을 이루고 있엇다. 아마 산등성이에 서서 오늘의 노을을 보았다면 그 모습은 몇년에 겨우 한두번 볼 수 있는 장관이었을 것이다. 다리가 멀쩡했다면, 나도 그 장관을 볼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 빌어먹을 인생, 드디어 끝났다.

내가 녹였던 그 사슬처럼, 계곡을 질주하는 저녁바람은 내 몸의 체온도 빠르게 앗아가고 있었다.

서서히 휘발하는 의식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내 뺨을 타고 귓가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제기랄, 외로워. 사실은, 너무 외로워. 누군가 내손을 잡아줘. 죽고싶지 않아. 외로히. 쓸쓸히.

눈을 감고 노래를 불렀다. 기어들어가듯 작고, 멜로디조차 희미한, 불현듯 떠오른 노래를 불렀다.

"검은 밤이 찾아왔소. 널 위한 밤, 날 위한 밤.
그댈 위해 준비했던 푸른 반지는,
피가 강을 이룬 시체 사이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오.

검은 밤이 찾아왔소. 널 위한 밤, 날 위한 밤.
그댈 떠올리며 써내렸단 상냥한 편지는,
비명이 그득하던 싸움 도중에,
불에 타버리고 말았다오.

검은 밤이 찾아왔소. 널 위한 밤, 날 위한 밤.
그댈 바라보며 부르려 했던 목소리는
죽어가는 나의 전우를 부르다가,
모두 쉬어버리고 말았다오.

검은 밤이 찾아왔소, 널 위한 밤, 날 위한 밤.
지금은 춥고, 쌀쌀하고, 괴롭겠지만,
손을 맞잡고 함께 한다면,
언젠간 내게도 아침이 오리라.
우리에게 언젠가 아침이 오리라.

그러니 그 아침이 다가온다면, 그대여.
반지가 없는 내 손을 붙잡고,
사라진 편지의 사랑을 속삭이며,
내 쉰 목소리를 들어주겠소?
그렇게 새로운 아침을, 같이 맞아주겠소?"

왜 이 노래였을까.

무슨 노래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즐겨 부르던, 전통 노래였다. 아, 그래. 어머니를 집에 두고서 멀리 떠나왔던 어느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부르시던 노래였지. 혼자 있고 싶지 않다고 하시며.

그리고 그것이, 내 마지막 생각이었다.









"검은 밤이 찾아왔소. 널 위한 밤. 날 위한 밤.
춥고 쌀쌀하고 또 외롭지만,
지금처럼 손을 맞잡고야 있다면,
우리에겐 분명 아침이 오리라.
우리에겐 분명 아침이 오리라."

노래소리가 들렸다. 미묘하게 다른 가사보다, 그 맑은 목소리가 먼저 신경쓰였다. 희미한 의식의 경계에서, 나는 눈을 떴다. 아니, 단지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그것은 밤이었고, 소녀가 내 옆에 앉아있었으며, 소녀는 모닥불을 피우고, 그 모닥불 위에 토끼처럼 보이는 작은 동물을 꼬챙이에 꽂아 굽고 있었다. 소녀는 노래하지 않았다. 소녀는 말했다.

"날 혼자 두려고 하지마."

소녀는 희미하게 눈을 뜬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날 두고 도망치지 마. 나도 널 두고 도망치지 않을테니, 날 두고 떠나려 하지마."

힘들었다. 너무 졸렸다. 다시 의식이, 눈 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손이, 푹신하고 포근한 털이 달린 따뜻한 손이 내 손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나는 깨달았다. 아침이 오리라.







"잘 들어. 나도 너와 함께하고 싶어. 하지만 그걸 위해서는 한가지 해줘야 할게 있어. 매우 중요한거야. 내가 네 사슬을 잘랐듯, 너는 내 다리를 잘라야해. 내 다리는 이제 고깃덩이에 불과한데다, 네가 준 약초로 상처가 부패하는거 지연시키는데에도 한계가 있어. 무서운거 알아. 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야.

가방을 보면 단검이 한자루 있을거야. 유일한 가보나 다름없는 물건이지. 내 무릎 관절을, 그 단검으로 잘라. 뼈를 자르기 쉽지 않겠지만, 힘을 주고 한번에 내리치면 깨끗하게 잘릴거야. 그러니 절대 걱정하면 안돼. 넌 잘 할 수 있을거야. 아냐. 너때문이 아냐. 이곳에 떨어진 그 순간부터 이 다리는 이미 잘린거나 다름 없는 다리였어. 오히려 네 덕분에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거지.

자, 이 부분이 중요해. 다리를 자르고 나서 이 소형 착화제를 들어야해. 그래, 아까 네 사슬을 끊을때 사용했던 거야. 분사구를 내 상처로 향하고, 이 손잡이를 눌러 착화제를 상처 단면에 골고루 발라. 이 버튼을 누르면 착화제가 발화하기 시작하고, 버튼에서 손가락을 떼면 발열이 멈추지. 속으로 일곱을 세고 버튼을 놓으면 충분히 상처를 지혈하고 감염을 방지할 수 있을거야.

정말 미안해. 너무한 부탁인거 알아. 하지만, 난 이걸 꼭 하고싶어. 나도 이 손을 놓고 싶지는 않은걸. 너와 함께 내 남은 인생을 함께 걷고 싶어.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괜찮겠어? 정말? 고마워. 이런 결정을 하는게 쉽지 않은거 잘 아는데. 그래, 지금 해버리자. 숫자를 셀게. 셋에 하는거야. 하나, 둘-"







"…강을… …적시네…"

소녀는 노래를 불렀다. 정확하게 말자면, 웅얼거리고 있었다.

"길을 갈때 항상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뭐야?"

급조한, 하지만 튼튼한 목발을 짚고 숲을 헤치고 나아가며 물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음. 굳이 말하자면, 기억력이 안좋아서?"

소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기억력?"

"응. 노래를 하지 않고서는 기억하기 힘드니까."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묻지 않았다. 따지지 않았다. 궁금하긴 했지만, 그게 그녀의 대답이라면, 그녀의 대답이겠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노래를 웅얼거리는 소녀가 헤치고 간 길을 따라갔다. 때로는 목발에, 때로는 소녀에게 몸을 의지하며 따라가는 험한 길 옆구리엔 언제나 물줄기가 있었다. 한달쯤 여행을 하자 확실히 주위의 풍경이 변하고 있어, 확실히 내 자신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길 수 있었다. 졸졸졸 흐르던 강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지고 깊이는 점점 더 깊어져 투명했던 물줄기는 이제 짙은 녹색을 띄고 그 속을 한치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일주일 전쯔음에는 다른 곳을 흐르던 두 강과 하나가 되어 더 큰 강으로 변해, 이제 강줄기는 웅장하게 땅을 질주하고 있었다.

아마, 내 다리가 멀쩡했다면 이 곳에는 일주일만에, 그녀 혼자였다면 이틀도 안되어 도착했겠지. 하지만 그게 어쨌다고? 보드라운 그녀의 손은 보드랗고, 포근하고, 결코 놓고 싶지 않았다.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 또한 그러했기에, 난 몇달이 걸리더라도 그녀와 함께했을 것이다.

"셋으로 나뉜 어미의 피는 땅과 산을 깎으며,
아들 딸의 숲을 먹여살리고,
마침내 다시 하나가 된다네.
어머니는 달리네, 다시 달리네.
푸른 강이 되어, 폭풍소리를 내며,
거친 산을 넘고, 녹색 숲을 안고서,
빛나는 태양이 저무는 곳을 향해,
그리고 마지막, 어미는 하늘을 나네,
그곳에서 그녀는 잠을 청하리라,
그리하여 우리는 꿈을 꾸리라."

나도 노래를 불렀다. 그녀가 방금 흥얼거렸던 노래의 뒷부분이었다. 결코 그녀만큼 잘 부를수 없을 것이고 또 그걸 바라지도 않았다. 다른 그 누구도 그녀만큼 노래를 부를 수 없을테니. 나는 그녀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그녀와 함께 노래를 부를 수는 없으니까. 소녀는 내 손을 꼭 잡고, 새로운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어떤 노래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멜로디가 정말 아름다웠다는 것을 기억할 뿐이다. 그 가사가 정말 아름다웠다는 것을 기억할 뿐이다. 그 노래를 부르던 소녀의 미소가 정말 아름다웠던 것을 기억할 뿐이다. 

그리고 그 노래가 끝났을때, 부서지는 천둥이 영원이 울려퍼지는 폭포가 있는 절벽과, 그 폭포 너머에 펼쳐진 드넓은 지평선, 그 지평선 위로 흩어진 수증기에 의해 드리워진 거대한 무지개와, 폭포와 이어진 거대한 강이 평지와 산을 굽이치며 휘감아돌아 시선 끝에 희미하게 그 모습을 비추는 바다를 향해 흐르는, 이로써 바다와 하나가 되는, 그 압도적인 광경에 압도되어 방금 불렀던 노래를 잊어버린 것을 기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귀가 멎을듯한 소리를 내지르는 폭포 옆에서 내가 가장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맞잡은 소녀의 손이었다. 사막 한가운데 버려지기 오래도 전에 이미 길을 잃어버린 나를, 이 신비롭고 결코 본 적 없었던, 그리고 예전이라면 그럴 일이 없었던 미래로 이끌어준, 한 수인족 소녀의 손이었다.



나중에 들은 것이지만, 소녀의 이름은 미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풀네임은 미아 헤이즐워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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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불렀던 것 처럼 보이는 것 치고는, 정말 아름답고 완벽한 무대였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맥주를 들이키던 취객들은, 일견 이 낡은 여관과는 맞지 않는 수준높은 공연에 흥분되어 더 유쾌하게, 더 즐겁게 가수를 칭찬했다. 말로써 묘사하는 게 불가능한, 이야기의 평가보다 몇곱절은 더 좋은 노래였고 완벽한 목소리였다. 미아는 행복하게 수줍어하며, 그녀의 남편과 딸의 배웅을 맞으며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때마침 헤이즐워스의 여관에 묵고있었던 방랑악단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의 가수를 위해 연주했다는 사실을 기적적으로 여기며, 다른 곳으로 떠나면 더이상 그녀를 위해 연주 할 수 없다는 것에 벌써부터 쓸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기운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빠른 템포의 춤곡을 연주하며 미아의 빈자리를 체웠다.

"히-잉. 하나도오 안부러운걸! 내가… 왜! 부러워 해야대냐거!"

잔뜩 취한 난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울피나는 꺄핫! 하는 취객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고는 그렇게 투정하는 난희를 비웃었다.

"부러어해야지! 명새기 디스헤레터의 이야기끈, 하얀 마녀라는 사람이 음치면서! 안그래, 피오나?"

"음치 아니라거어!"

"조아써! 빌! 여기 한 잔 더 주세여!"

피오나는 피오나대로 술에 잔뜩 취해 연거푸 술을 시키고 혼자서 들이키고 있어, 그 광경은 진정한 난장판이었다. 난희 일행의 테이블은 빈 접시와 컵으로 미처터진 상황이었기에, 빌헬름의 딸인 아멜리아가 피오나의 말을 듣고 일단 술잔을 들고와서는 어디에 둬야할지 난감해 하고 있었다. 홀을 가득 채운 사람들덕에, 테이블을 치울 시간도, 여유도 나질 않있기 떄문이었다. 보다 못한 카렌이 피오나가 좋다구나 받아든 술잔을 낚아채 자신의 입에 가져갔다.

"어째 순간이동을 요청한 좌표가 이상하더라니, 혼자 온게 다행이네. 이토록 취할 때까지 좀 말리지 그랬어."

"그러게요… 그래도 울피나는 첫잔때 괜찮아 보였는걸요."

"히히! 난희…바부야… 노래해보지 그래… 하얀 마녀의 진실을 만천하에 제대로 까발…웁…우웩."

"…"

빌헬름이 울피나를 위해 준비한 나무 양동이는 이미 한계에 도달에 내용물이 그 끝에 아슬아슬하게 찰랑대고 있었지만, 울피나는 그걸 보질 못한건지 아니면 그냥 무시한건지 개의치않고 양동이를 이용했다.

"그래도 어떻게 혼자만 술을 안마셨네?"

"여기 반면교사가 셋이나 있잖아요. 게다가 난희는 제가 술을 입에도 대지도 못하게해서요."

"엥? 술 못마시는것도 아니잖아. 안 마셔봤어?"

"아뇨. 예전에 집에서 와인을 식사에 곁들여 마시고는 했죠. 뭐,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안마셔도 괜찮지만요."

"그래도 못마시게 할 이유까진 아니잖아."

"그런데… 보면 아실거에요. 난희야. 술 마셔도 될까?"

"떽! 안대! 대항민국… 법류른… 미성년자의 으…음주를 금지하고 이따고!"

"저래서말이죠."

"뭐라는거야?"

"저도 몰라요."

페트리샤는 고개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카렌은 그런 난희를 보며 맥주를 홀짝였다. 순간이동을 하며 들고 온 거대한 망치와 방패를 테이블에 기대어 세워놓고, 반라의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체 맥주를 마시고 있는 마족 여성의 모습은 분명 흔한 것이 아니었지만, 쉽게 녹아드는 카렌 특유의 태도가 그녀를 남의 이목으로부터 어렵지 않게 피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이 주정뱅이들을 어떻게 하죠?"

"헤이즐워스씨에게는 안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 미안한걸."

"왁자지껄해서 더 좋아하는 것도 같지만요."

"하하. 그럼 피오나와 울피나는 내가… 어? 난희가 어디갔지?"

그 짧은 순간을 틈타, 난희가 술집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는 것을 카렌과 페트리샤는 뒤늦게 깨달았다. 울피나와 피오나의 손목을 굳세게 붙잡은 카렌은 주위를 급히 둘러보며 난희의 행방을 눈으로 쫓았고, 곧, 그녀는 난희를 발견했다. 그 유명한 크로녹스의 하얀 마녀는 술에 잔뜩 취한체 다른 취객들을 밀치며 방랑악단이 즐겁게 노래하는 무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싱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세여! 전 여러분이 전부 아시는, 바로 그 크로녹스의 하얀 마녀랍니닷! 모두 박수!"

난희의 말에, 다른 취객들의 시선이 모두 무대에 집중되었다. 그들은, 순간 무슨 헛소리를 하는건지하는 표정을 짓더니만, 이내 그것이 어떤 또다른 취객의 귀여운 술주정이겠거니 어림짐작하고 웃어넘겼다. 몇몇은 그 여인의 주정을 구경하겠다는 듯 한 손에 잔을 들고 팔짱을 낀채 무대를 바라보았고, 몇몇은 진짜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누가 그러는데여, 제가 노래를 못부른다네여! 믿을 수 있어여! 하얀 마녀인데여! 물론, 제가 노래로 유명한건 아니져! 그래도 부를만큼은 부른다구요! 얼마나 잘부르는데에… 제가 한번 보여줄게여! 들어봐주세여! 음… 악사분들, '하피의 노래' 아세여?"

악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높은 음을 연주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그걸 연주해주시겠어여? 아! 두 키 낮춰주시구여. 다들 놀라지 마시라구여!"

조그맣게 웃으며, 곡이 시작되었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경쾌한 기타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듯한 아코디언이 연주의 기중이 되어, 다른 여러 악기가 화음을 이루기 시작했다. 난희는 음음, 하고 헛기침하며 목을 풀고 입을 열었다.

"오, 내 사랑하는 그대, 내 눈을 바친 그대.
나와 약속했던 일은 잘 해내고 있겠죠?
숲은 외롭고 사람들은 괴롭히겠지만,
나 없이도 홀로 잘 해낼거라 믿어요.
나는 지금 뱃놀음을 하는게 아니라,
그댈 위해 일하고 있으니,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노를 젓고 있어요!"

꺄르륵, 하고 웃어재끼더니 난희는 노래가 끝났다는 듯 멜로디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악단은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결코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경쾌한 음악을 멈추지 않았고, 미아가 비틀거리며 춤을 추는 난희를 보고 미소짓더니 대신 노래를 마저 노래를 불렀다.

"오, 내 사랑하는 그대, 스승이었던 그대.
되도 않는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범 없는 숲에서 여우가 왕이라고,
오늘도 당당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어디서 뭘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오리라 믿고 있기 때문에,
그대가 돌아올 그날을 위해,
오늘도 눈을 안고 기다리네요!"

브라보! 주정쟁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노래를 마친 미아의 관심은 오직 다리가 풀려 자리에 쓰러진 난희의 상태였다. 카렌이 2층에 있는 방에 울피나와 피오나를 데려다 준 사이, 난희의 상태를 지켜보러 온 패트리샤는 곯아떨어진 나희를 부축하며 일어났다

"항상 난희가 흥얼거리던 노래인데, 미아씨가 부른 부분은 처음듣는 것 같네요. 난희가 1절만 아는건가요?"

"아, 아냐. 이 근처 지역에서 널리 퍼진 마녀의 답가지. 숲의 마녀가 하피의 노래를 듣고 만든 노래라는데,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아하…"

패트리샤는 어딘지 모르게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가사를 뒤로 하고, 힘을 내어 난희를 부축했다. 옆에서 미아가 패트리샤를 도와 난희를 부축하고는 함께 끌고갔다. 질질질, 마치 포댓자루마냥 끌려가던 난희는 겨우 정신을 차린 듯 끄응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살짝 들더니, 이내 미아의 하얀 털을 꼬며 장난쳤다.

"히히…고양이 귀다…히히…"

"완전히 취해서 무례를 끼치네요. 죄송합니다.""

"아냐! 하얀 마녀가 우리에게 와준 덕분에 오히려 손님들도 많고 좋은걸. 하얀 마녀가 찾은 집이라고 광고도 할수 있으니 오히려 좋지."

"아, 그런 계산이 있었던건가요? 하하."

"집사람은 열두 가문의 사람이다 뭐다하며 마냥 좋아하고 있지만말야."

"하하하."

"뭐가 그리 좋은지, 도통 모르겠네."

"아, 미아씨, 한가지 궁금하게 있는데요."

"음? 말해봐."

패트리샤는 조금 생각하다 말했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난희의 노래를 끝마쳐주신 이유가 뭔가요? 미아씨라면 억지로 불렀던 조금 전 노래만 마치고 들어가셔도 되지 않았나요?"

미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하지만 유쾌한 노래였는걸. 수인족의 노래중에 이런 노래가 있어. 함께 즐기고,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의 노래는 함께 부르라는 노래지. 난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 좋아하는 사람이 노래를 부르면 따라부르고 싶어지지. 너무 힘들어서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을때조차도,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단 한사람이 노래를 부른다면 언제나 같이 불러줄 수 있는게 노래란거야. 그리고 노래의 진짜 재미는 말야, 함께 즐길때 느낄 수 있어. 누군가 부탁해서는 결코 즐길수 없지. 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아는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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