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못하는 이야기

네크 0 2,141

옛날 옛적, 엘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오랜 옛날, 프쉬키르라는 이름의 여신을 믿는 엘프들의 도시, 프쉬크르가 있었습니다.

프쉬키르는 정의의 여신이었습니다. 부당함을 바로잡고, 절망한 이에게 희망을 되찾아주는 정의를 외치는 여신이었죠.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손으로 정의를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신이기에 필멸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이 직접 그 정의를 수호하는 대신 그녀를 믿는 사람들에게 정의를 지킬 도구, 마법을 주고서 자신의 이름으로 정의를 수호하도록 명했죠. 그래서 프쉬키르를 믿는 신자들은 그녀의 이름으로 마법을 사용했고, 수많은 이들에게 이와같은 프쉬키르의 마법과 지혜, 그리고 그녀의 드넓은 이해심을 전파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프쉬크르에 있는 크루지앙(아, 크루지앙은 어린 엘프들이 집에서 떠나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며 세상에 필요한 지식을 공부하는 곳을 말해.)인 크루지앙 드 프쉬크르는 그 어떤 크루지앙보다 명망이 높았고, 다른 신을 믿거나 아예 신을 믿지 않는 많은 부모 또한 프쉬크르에 자식을 보내고 싶어했습니다. 검은 소리의 숲에서 온, 두 아이의 부모, 이오리스도 그런 수많은 부모 중 한명이었습니다.

누군지 모를 남편과 헤어지고 두 아이를 홀로 키운 그녀는 자신의 자식들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했습니다. 마법을 쓸 줄 몰랐던 그녀가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사람들 사이에서 천시받던 일인 도구를 만들고 고치는 일이었죠. 그런 그녀에게 크루지앙 드 프쉬크르는 그녀가 그녀의 자식들에게 해주지 못하는 수많은 일을 이루어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쉬크르는 신자가 아닌 성인 엘프가 도시에 들어오는 것을 금했습니다. 믿지 않는 신을 믿고 있다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이오리스는 자식들을 프쉬크르로 떠나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보름달이 뜬 어느날 밤, 그녀는 그녀의 자식들에게 자신의 결심을 이야기했습니다.

"내 늠름한 아들, 레느야. 내 현명한 딸, 에믈린아. 내가 너희들에게 긴히 할 말이 있구나. 내가 너희들에게 알려줄 것은 많지 않고, 너희들이 나로부터 배울수 있는 것도 그리 많지 않으니, 이제 크루지앙에 너희들을 보내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레느는 그 말을 듣고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제가 그 곳으로 떠난다면 저희는 오랜 시간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없게 되겠죠. 그러기는 싫어요."

불안해 하는 아들을 끌어안은 이오리스는 레느의 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괜찮단다, 레느야. 우리의 인생은 길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크루지앙에서의 시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잠시의 희생이지. 그때 더욱 더 강한 아이가 되어 돌아온다면 이 어머니는 더할나위없을 것 같구나."

하지만 에믈린은 그런 이오리스의 말에도 부들부들 떨며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그 곳에 가더라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곳에서 잘 해낼 수 있을것 같지 않아요."

가볍게 손을 떠는 에믈린의 손을 감싸쥐고, 이오리스는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괜찮단다, 에믈린아. 너는 언제나 올바르고 근면했단다. 네가 네 자신이 부족하다고 걱정하더라도, 너는 언제나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배워왔단다.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날때에, 너는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똑똑한 아이가 되어 돌아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이오리스의 따뜻한 격려 아래, 레느와 에믈린은 프시크르를 향한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이윽고 다시 서른번의 날이 지나, 둘은 프시크르로 향했습니다. 이오리스는 오랬동안 보지 못할 아들과 딸을 마지막으로 꼭 안아주고, 그 둘의 안녕을 기원하며 회중시계를 만들어 선물해주었습니다. 집을 떠나는 자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오리스는 웃고 있었지만 동시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눈물은 말랐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며, 이오리스는 기다렸죠.

그렇게 수십일이 지나고, 수백일이 지나고, 숲의 나무가 갈색으로, 또 흰색으로, 그리고는 다시 녹색으로 그 옷을 갈아입었을때, 이오리스에게 편지가 한통 날아들었습니다. 프쉬크르에서 찾아든 그 편지를 받아든 이오리스는 부푼 마음으로 그 편지를 펼쳐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습니다. 그 편지는 대신, 레느와 에믈린의 회중시계를 품고 있었죠.

이오리스는 오열했습니다. 자식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여느 부모가 그렇듯, 팔다리가 산체로 뜯겨나가고 심장이 갑자기 사라진 듯한 고통을 느꼈죠. 그리고 울부짖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이오리스는 묻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십일 밤낮을 쉬지않고 걸어, 이오리스는 프쉬크르에 도달했습니다. 이오리스를 도시로부터 가로막는 성문은 거대한 도시만큼 거대했고, 퓌 가르디아라고 불리는 유명한 프쉬크르의 정예 신자들이 그 성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오리스는 성문을 지키는 퓌 가르디아에게 물었습니다.

"공명정대한 정의의 신을 모시는 퓌 가르디아시여, 제 아들과 딸이 죽었습니다. 이제는 차게 식었을지언정 해가 가도록 보지 못했던 나의 아들과 딸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 단 한번, 한번이면 됩니다."

하지만 퓌 가르디아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습니다.

"먼 곳에서 온 이방인이여, 당신은 프쉬키르의 신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프쉬키르의 신자가 아닌 성인은 이 성문을 지나서는 안되지요. 그것은 오래전부터 내려져온 규칙이며, 단 한번도 깨진 적 없는 규율입니다. 당신의 자식들의 죽음은 비극적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규율을 어긴다면, 세상에 질서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퓌 가르디아의 발 밑에서, 이오리스는 삼일 밤낮을 꿇어 그에게 빌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호했습니다. 신자는 들어올 수 없다. 퓌 가르디아는 그 말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사일째, 이오리스는 퓌 가르디아에게 부탁하기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신자만이 프쉬크르에 들어갈 수 있다면, 나도 신자가 되면 되잖아? 프쉬키르의 신자는 마법을 사용하니, 나도 마법을 쓴다면 이들도 나를 들여보내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옛 엘프들은 신을 믿지 않고서는 마법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오리스는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법처럼 보이기만 한다면 충분히 믿겠지? 그래서 이오리스는 퓌 가르디아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하고 관찰하며, 그들의 마법을 조사했죠. 그리고 이오리스는 그녀의 손재주를 이용해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달을 보내고, 이오리스는 다시 프쉬크르의 성문으로 향했습니다.

"공명정대한 정의의 신을 모시는 퓌 가르디아시여, 저는 이제 그녀의 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이 문을 열어 제 자식의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런 그녀의 앞을 가로막던 퓌 가르디아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방인이여. 그녀의 은총을 저희에게 보여주세요. 저희의 규율이 그대의 비극을 끝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프쉬키르의 은총을 보여주세요."

이오리스는 준비한 도구를 꺼내 퓌 가르디아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도구는 조작하면 스스로 빛을 발하는 망치였습니다. 신의 은총을 받은 무기처럼 밝고 찬란하게 빛나는 망치를 보고는 퓌 가르디아는 감탄했습니다. 그렇게 밝게 빛나는 망치를 전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퓌 가르디아는 말했습니다.

"아, 그대에게 프쉬키르의 축복이 있길. 프쉬크르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자매여. 이 곳에서 그대가 바라는 정의를 찾을 수 있길 빌겠습니다."

거대한 성문이 열리고, 수많은 건물이 줄지어 서있는 건물의 모습이 이오리스의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이오리스의 눈에는 하얀 돌로 지어진 빌라도, 검은 돌로 지어진 도서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죠. 며칠동안 성문 밖에서 자식을 찾아 빌던 이오리스를 거리의 사람들이 이따금 알아보기도 했지만, 그들을 무시한체 이오리스는 자식들의 나무 회중시계를 품에 꼭 안고 크루지앙 드 프쉬크르로 향했습니다.이오리스는 그 곳에서 가장 처음 만난 엘프를 붙잡고 물었습니다.

"혹시 레느와 에믈린이라는 아이들을 아시나요? 이 곳에 온지 일년만에 죽은 내 자식들이랍니다."

하지만 엘프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습니다.

"아, 비운의 여인이여, 자식을 찾아 프쉬키르에게 귀의한 마녀여, 안타깝지만 이 거대한 도시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기아로 죽고, 병으로 죽고, 떨어져 죽죠. 저는 그것과 아무런 관계도 없기 때문에, 죄송하지만 어떤 대답도 할 수 없겠네요."

그리고 그 엘프는 이오리스로부터 떠나갔습니다. 이오리스는 크루지앙으로 들어가, 그곳의 스승 엘프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혹시 레느와 에믈린이라는 아이들을 아시나요? 이 곳에 온지 일년만에 죽은 내 자식들이랍니다."

하지만 스승 엘프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습니다.

"아, 비운의 여인이여, 자식을 찾아 프쉬키르에게 귀의한 마녀여, 안타깝지만 이 거대한 크루지앙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은 한둘이 아니랍니다. 많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 고향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자살을 하지만 전 거기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예측 뿐이기에 죄송하지만 어떤 대답도 할 수 없겠네요."

그리고 스승 엘프는 이오리스로부터 떠나갔습니다. 황혼이 비치는 크루지앙의 광장에서, 이오리스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그녀는 그저 죽은 자식들을 기리고, 왜 그들이 죽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아무도 그녀에게 대답하는 이 없었습니다. 마치 그곳에 자식들이 없었던 것 마냥, 이오리스는 홀로 거대한 도시에 버려졌습니다. 자식들의 회중시계와 함께 말이죠. 

해가 지자, 이오리스는 프쉬크르의 정중앙에 있는 언덕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 보며 쉬고 뒤틀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것이 너희들이 믿는 정의란 말이냐? 대체 누구의 부당함을 바로잡는다는 것이냐? 대체 누구의 희망을 되찾아준단 말이냐? 너희들의 신은 자신의 신자조차 지키지 못하는 거짓된 신인게냐? 눈속임에 현혹되어 속아넘어가는 거짓된 신의 거짓된 종들이여, 잊혀진 내 아들과 딸의 시계에 걸고 맹세하노니, 너희들이 이루지 못한 정의를 내가 이루겠다. 직시하라.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허상에 염원을 비는 사람이 심판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나태했을때 그 사람을 누가 심판하는가? 내가 하겠다. 그 사람을 내가 심판하겠다."

다음날, 이오리스는 사람을 모았습니다. 길거리의 엘프가 말했듯, 수많은 아이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잊혀져 갔으며, 수많은 부모가 그들의 존재를 추억하며 눈물흘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프쉬크르 속에서, 그들의 존재는 스러져만 갔죠. 이오리스는 그런 이들을 한 곳에 모아 외쳤습니다.

"여러분은 정의를 갈구하는 프쉬키르의 이름 아래 모인 자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 정의는 너무 멀리 또 희미하게 존재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 정의를 위해 저희는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프쉬키르는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우리에게 정의를 구현할 도구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무엇을 했습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정의를 쫓을 권리를 퓌 가르디아에게 넘겼지만, 퓌 가르디아는 우리의 고통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의란 무엇인지 정할 권리를 크루지앙에게 넘겻지만, 크루지앙은 우리의 상실에 개의치 않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어서야 합니다. 잊혀진 권리를 되찾아, 잊혀진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들고 온 망치를 하늘 높이 들었습니다. 그 망치는 그 어느때보다 환히 빛을 발했습니다. 성벽 안짝의 골목 구석구석까지 그 빛이 비치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 빛을 쬔 사람들은 잊혀진 자들을 추억하고 이루지 못한 정의에 대해 뒤늦게 깨닫고는, 누구 할것없이 거리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을 잃은 수많은 부모들은 무리의 선두에 선체 소리높여 프쉬키르의 이름을 외쳤고, 크루지앙을 향해, 도시를 내정을 총괄하는 신전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뒤늦게 퓌 가르디아가 군중을 막으려 나타났지만, 수많은 엘프 앞에서 그들은 무기력해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전의 문은 몰려드는 인파에 의해 쓰러지고, 프쉬키르를 위해 만들어졌던 수많은 동상과 제단이 엎어지고 부서졌습니다. 신전 안에 들이닥친 사람들은 정의를, 그들의 자식을,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한 그녀의 약속을 소리높여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 무리의 제일 선두에서 대신관을 마주한 이오리스는, 꺼지지 않을 빛이 끊임 없이 새어나오는 망치를 들고 대신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그녀를 받드는 대신관입니까?"


대신관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걸 보세요. 이건 제 아들과 딸에게 만들어 준 회중시계입니다. 이것 말고는 이제 제 자식들을 떠올릴 수 있는 물건이라고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시체조차 본 적 없는 제 자식들의 유품이라구요."

대신관은 고개를 떨궜습니다.

"뭐라고 대답을 해주세요. 제 자식은 왜 죽어야 했던 거죠? 제 자식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죠? 저는 왜 이 시계만을 보며 제 자식들을 기억해야하는 거죠? 이 도시는 왜 제 아이들과 수많은 아이들을 잊어버리려고만 하는 것이죠?"

대신관은 이윽고, 입을 열었습니다.

"자살하는 아이들은 너무 많소.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추적하기엔, 우리의 힘은 역부족이오. 우리가 어찌하겠소?"

이오리스는 소리질렀습니다.

"궤변입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절망하고 고통에 몸부릴칠때, 당신은 무엇보다 그들을 위해 먼저 나서야 했습니다! 그것이 당신들의 책무였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신자로써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묵과하고, 무시했습니다! 당신들은 마법과 지혜를 나누기 위해서라는 명목을 통해 많은 부모의 가슴을 찢어놓았습니다! 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까? 그녀는 당신들에게 자신의 권능을 위임하였음에도 그 책임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까?

제 생각에, 그 이유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당신들이 손에 쥔 모든 것은 신이 내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이란 애초부터 없었던 겁니다. 정의란, 당신이 다른 이들을 이용하기 위해 사용한 허울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오리스는 손에 든 망치를 내동댕이 쳤습니다. 그 망치는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조각 났고, 그 망치에 서린 빛의 파편이 신전 곳곳으로 쏟아졌습니다. 이오리스를 제외한 신전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그 광채에 눈이 머는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쓰러진 사람들 사이에 홀로 서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무 회중시계를 손에 쥔 그녀에게는 더이상 빛을 발하는 도구가 없었음에도, 그녀의 손등에는 아직 가시지 못한 빛이 아른거렸습니다. 

광채에 쓰러진 사람들이 일어섰을때, 더이상 프쉬키르를 믿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고함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횃대에 불을 붙이고 장대를 집어든체 거짓으로 군림했던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더이상 그들을 막을 사람도, 신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정의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오리스는 길을 떠났습니다. 또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을 향해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리높여 신의 부재를 외쳤습니다. 그녀는 신을 믿지 않고도 마법을 쓰며 사람들을 이끌었습니다. 신을 믿지 않았음에도 눈이 멀듯한 광채를 내뿜으며 사람들을 이끌었습니다. 그녀는 신을 믿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녀는 기적을 믿었습니다. 자신의 딸과 아들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리는 기적을 말이죠. 이를 굳게 믿고서, 이오리스는 숲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직접 실현시키리라 굳게 다짐했습니다.










-------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는거, 알고 있지?"

이야기가 끝나자, 울피나가 바로 반론했다. 어떻게 보면 기계적이고, 또 어떻게 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도 알아. 엘프들은 신을 믿지 않는다는 걸. 많은 엘프들은 아무것도 안믿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현재에 그렇다고 해서 옛날에 그랬다는건 아니잖아?"

난희가 바로 변명했지만, 울피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어디까지나 이야기에 불과하니 엘프가 신을 믿는다는 설정도 넣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과거라고 과정을 했음에도, 회중시계나 거대한 성벽을 가진 도시가 공존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니까. 너무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해."

으. 이런 사람은 좋아하지 않아. 난희는 생각했다. 만난지 한나절도 채 되지 않은 울피나의 태도는, 나름 자신을 이야기꾼이라고 자부하는 난희가 가장 싫어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런 개인적인 이유로, 난희는 여기서 반론을 한다면 앞으로의 여행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반론을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사실에 기반하는 걸. 그렇게 난희가 말했어."

하지만 그 말을 꺼낸건 난희가 아닌 패트리샤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더라 하더라도, 모든 이야기에는 이야기의 뿌리가 있어. 숲 속에서 늑대에게 도망치는 이야기는, 숲에 홀로 나가지 말라는 교훈에서 시작됬고, 아이를 납치하는 마녀의 이야기는 남을 함부로 따라가지 마라는 불안에서 시작된거야. 그리고 내가 아는 난희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 뿌리와 가장 가까웠어. 그러니 내 생각엔 믿을만 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흠."

그리고 그런 울피나의 퉁명스러운 한숨에 대응한 것 또한, 패트리샤였다.

"뭐, 그걸 믿지 않더라도 난희의 이야기는 재미있잖아? 그렇게 이야기 해 준다면, 이야기를 믿든 믿지 않든 난희는 좋아할거라고 생각해. 모든 이야기꾼은 그러니까."

Author

Lv.1 네크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93 말퓨스 스토리-월야편(月野編)(1) 반선녀, 상실-(프롤로그) 말퓨리온의천지 06.04 2476
292 제 3차 싱크대그라드 공방전 SoylentGreen 05.07 2591
291 Project NA-그리스어가 적힌 반지 비잔뽕이부족합니다 04.25 2783
290 [Project NA] 저주받은 쉽 비스킷 SoylentGreen 04.24 2915
289 월드 오브 트로브-1 국내산라이츄 04.17 2498
288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2부 댓글2 cocoboom 04.13 2441
287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1부 cocoboom 04.10 2411
286 한방꽁트 - 빈티지 패션 트렌드 cocoboom 04.03 2365
285 한방꽁트 - 부주의의 발견 댓글3 cocoboom 04.02 2640
284 [はやぶさ] prologue 댓글3 개복치 03.30 2362
283 한방꽁트 - 자율주행이 바꾸는 생활 cocoboom 03.30 2461
282 한방꽁트 - 어떤 블랙기업 댓글2 cocoboom 03.29 2600
281 한방꽁트 – 저주받은 갑옷 cocoboom 03.28 2522
280 한방꽁트 - 25일의 은행업무 cocoboom 03.27 2441
279 언더테일 팬픽 - 샌즈와 끔찍한 시간 댓글2 Badog 03.09 2817
278 눈 빛 댓글2 Novelistar 02.03 2463
277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 네크 12.20 2444
276 이번에도, 또다시. 네크 11.16 2262
275 오타쿠들이 멸망에 대처하는 자세 댓글3 네크 10.01 2479
274 괴담수사대-Laplace's riddle 국내산라이츄 09.18 2329
273 아날로그:속마음 마시멜로군 09.16 2473
272 Lovers Oi My lovers Novelistar 08.22 2329
271 하피 이야기 1 네크 08.16 2245
270 열두 이름 이야기 네크 08.16 2418
269 별의 바다 이야기 네크 08.14 2522
268 어느 클레피의 열쇠 국내산라이츄 08.13 2564
267 미아 이야기 2 (끝) 네크 08.06 2374
266 장대 이야기 네크 08.03 2285
265 미아 이야기 1 네크 08.01 2366
264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5 네크 07.28 2343
263 숙취 Novelistar 07.26 2605
262 폭발 노숙까마귀 07.23 2660
261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4 네크 07.18 2409
260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3 네크 07.15 2325
259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2 댓글4 네크 07.10 2412
258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1 네크 07.10 2348
257 [PW-Proto.]마지막 비행 노숙까마귀 07.04 2234
256 Close my eyes, Darlin' - Part 1 시마이요 07.04 2207
255 결심 Novelistar 06.30 2233
열람중 믿지 못하는 이야기 네크 06.29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