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이야기 1

네크 2 2,524


마녀는 그 마을에 아무 기척없이 어느샌가 나타났습니다. 흰 피부에, 뿔도 없고 길고 뾰족한 귀를 가진 그녀는 마을 교외의 한적한 숲속에 순식간에 집을 짓고는 마을 사람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전 그 누구도 해치려하지 않아요."
그 마을의 주인인 비트베르겐 가문은 자신의 첫째와 둘째 아들, 셋째 딸을 보내 마녀를 쫓아내라고 지시했습니다. 군인이었던 첫째 아들은 칼을 높게 치켜들고 숲 속으로 들어가 외쳤습니다.
"이 숲에 숨어든 마녀는 나와라! 비트베르겐의 가주의 이름을 빌어 명한다!"
마녀는 나무 뒤에 숨어 키득거리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비트게르겐이라는 이름도 모르고 그 가주도 몰라요."
그런 마녀의 이야기에 발끈한 첫째 아들은, 칼을 휘두르며 발끈했습니다.
"이 숲의 주인조차 모르는 자가 어찌 이 숲에서 살아가려는 것인가!"
마녀가 물었습니다.
"이 숲의 주인이라는건 그 가주가 이야기한건가요? 아니면 이 숲의 동물들이 이야기한건가요?"
그 질문에, 첫째 아들은 머뭇거렸습니다. 그 사이에, 숲 속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비트게르겐은 무슨! 이 곳은 우리의 땅이야!"
있을리 없는 목소리에 식겁한 첫째 아들은 검을 떨어트리고 부리나케 숲 밖으로 달려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많은 것을 알고있는 둘째 아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둘째 아들은 넓은 모자를 쓰고 품 속에 석궁을 숨긴채 숲 속으로 들어가 마녀를 찾았습니다.
"이 숲에 숨어든 마녀는 나오시오. 비트베르겐의 차남이 부탁하오."
마녀는 나무 뒤에 숨어 키득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어두운 숲속에서 그런 넓은 모자를 쓰고 들어올 필요는 없지 않나요?"
둘째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자를 벗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마녀, 당신도 나무 뒤에 숨어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지 않소?"
마녀는 나무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왔습니다. 둘째 아들은 재빨리 가슴에서 석궁을 꺼내 마녀의 가슴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습니다.
"아야, 아프잖아요! 하지만 어쩌죠? 저에겐 심장이 없답니다."
화살이 가슴에 꽂히고도 마녀는 싱긋 웃으며 둘째 아들의 눈 앞에 서있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섬뜩한 마법에 식은땀을 흘리며 손에 쥔 모자와 석궁을 집어던지고는 숲 밖으로 달려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셋째 딸에게 전해주었다. 하지만 셋째 딸은 마녀를 쫓아내고 싶지 않았다. 첫째 아들처럼 군인인것도, 둘째 아들처럼 학자도 아닌 셋째 딸은 혼자 숲 속에 사는 마녀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해질녘 남몰래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마녀님, 계세요?"
어두운 숲 속의 언저리, 셋째 딸은 나지막히 숲에 말을 걸었습니다. 이내, 마녀가 대답했습니다.
"누구시죠? 우둔한 첫째 아들도, 아둔한 둘째 아들도 아닌 소녀가, 이곳에 무슨 일이죠? 밤의 숲은 차고, 소리마저 얼어붙는답니다."
셋째 딸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는 우둔한 첫째 아들도, 아둔한 둘째 아들도, 또 무식한 셋째 딸도 아니랍니다. 저는 그저 마을의 작은 소녀랍니다."
마녀는 키득거리며, 셋째 딸의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소문대로 마녀는 흰 피부에 길고 뾰족한 귀를 하고 있었고, 마을의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뿔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첫째 아들의 검을 허리춤에 차고, 둘째 아들의 모자를 머리에 쓴 마녀는 웃으며 셋째 딸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런가요? 그러면 축하해요. 그대가 저의 첫 손님이 될 것 같네요."
마녀의 손을 잡고 따라간 셋째 딸은 그녀의 집에 들어갔습니다. 나무 속에 지어진 집은 그 전에 본적없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물었습니다.
"이 집은 누가 지은건가요?"
마녀는 친절하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지었어요. 내 마법으로 말이죠."
셋째 딸은 보글보글 끓고 있는 스프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그럼 저 스프는 누가 만든건가요?"
마녀는 친절하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만들었어요. 내 마법으로 말이죠."
셋째 딸은 놀랐습니다. 마법으로 그런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기 때문이죠.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의 가족이 하던 마법은 부수고 불태우는 것밖에는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신기해요. 마법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건 몰랐어요."
마녀는 물었습니다.
"신기해요? 그럼 제 마법을 조금 가르쳐줄까요?"
셋째 딸은 마녀의 말에 깜짝 놀라며, 그리고 또 기뻐하며 대답했습니다.
"정말요? 그러면 정말 좋을것 같아요! 제 부모님은 제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시질 않는답니다."
마녀는 싱긋 웃으며, 셋째 딸의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이제 당신은 제 첫번째 손님이자 첫번째 제자가 되었군요!"
셋째 딸은 그렇게 마녀의 제자가 되었답니다. 하룻 밤이 지나고, 또 지나고, 또 지났을때, 셋째 딸은 뛰어난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마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뛰어난 마법사가 되었죠.

[이어짐]

Author

Lv.1 네크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흐린하늘
우둔과 아둔의 차이는 뭘까요.
네크
우둔 - 생각이나 행동이 어리석고 모자라다
아둔 - 무언가를 느리게 알아차리고 생각하는것이 어리석다
비슷한 의미긴 하지만 첫째는 그냥 멍청해서, 둘쨰는 똑똑하긴 한데 멍청하게 행동해서 다르게 썼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93 말퓨스 스토리-월야편(月野編)(1) 반선녀, 상실-(프롤로그) 말퓨리온의천지 06.04 2500
292 제 3차 싱크대그라드 공방전 SoylentGreen 05.07 2618
291 Project NA-그리스어가 적힌 반지 비잔뽕이부족합니다 04.25 2847
290 [Project NA] 저주받은 쉽 비스킷 SoylentGreen 04.24 2946
289 월드 오브 트로브-1 국내산라이츄 04.17 2523
288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2부 댓글2 cocoboom 04.13 2471
287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1부 cocoboom 04.10 2444
286 한방꽁트 - 빈티지 패션 트렌드 cocoboom 04.03 2388
285 한방꽁트 - 부주의의 발견 댓글3 cocoboom 04.02 2663
284 [はやぶさ] prologue 댓글3 개복치 03.30 2386
283 한방꽁트 - 자율주행이 바꾸는 생활 cocoboom 03.30 2494
282 한방꽁트 - 어떤 블랙기업 댓글2 cocoboom 03.29 2630
281 한방꽁트 – 저주받은 갑옷 cocoboom 03.28 2552
280 한방꽁트 - 25일의 은행업무 cocoboom 03.27 2491
279 언더테일 팬픽 - 샌즈와 끔찍한 시간 댓글2 Badog 03.09 2859
278 눈 빛 댓글2 Novelistar 02.03 2492
277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 네크 12.20 2474
276 이번에도, 또다시. 네크 11.16 2291
275 오타쿠들이 멸망에 대처하는 자세 댓글3 네크 10.01 2508
274 괴담수사대-Laplace's riddle 국내산라이츄 09.18 2361
273 아날로그:속마음 마시멜로군 09.16 2543
272 Lovers Oi My lovers Novelistar 08.22 2361
271 하피 이야기 1 네크 08.16 2274
270 열두 이름 이야기 네크 08.16 2447
269 별의 바다 이야기 네크 08.14 2548
268 어느 클레피의 열쇠 국내산라이츄 08.13 2594
267 미아 이야기 2 (끝) 네크 08.06 2404
266 장대 이야기 네크 08.03 2312
265 미아 이야기 1 네크 08.01 2397
264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5 네크 07.28 2366
263 숙취 Novelistar 07.26 2633
262 폭발 노숙까마귀 07.23 2691
261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4 네크 07.18 2439
260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3 네크 07.15 2349
259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2 댓글4 네크 07.10 2439
258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1 네크 07.10 2375
257 [PW-Proto.]마지막 비행 노숙까마귀 07.04 2270
256 Close my eyes, Darlin' - Part 1 시마이요 07.04 2233
255 결심 Novelistar 06.30 2258
254 믿지 못하는 이야기 네크 06.29 2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