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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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인위적인 힘이 가해졌단 말인가?"

"그렇소. 아직 조사해야 할 부분이 더 남아있지만,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오."

 

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사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적과 맞닥뜨리게 될 지도 모른다. 훨씬 흉폭하고 사나우며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 상대. 공격성뿐만이 아니라 위력까지 개조되었다면...

현자도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대장은 한숨을 내쉬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정말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군... 장군께선 어찌하실지..."

 

========================

 

식사시간이었다. 병사들은 잽싸게 자기 몫을 해치우곤 같은 분대끼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이는 취사병들 사이에서 그들이 설거지하는 것을 거들었다. 그러면서 저들끼리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조사만 끝나면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겠지?"

"난 여기서 말뚝박는건 사양이야. 여긴 시골 촌구석보다도 더해."

"솔직히 난 밥만 맛있으면 어디든 상관없는데."

 

그 말을 한 상대에게 온갖 야유가 쏟아졌다.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병사들이 잠깐의 휴식시간을 만끽하는 동안 그는 현자의 막사로 향했다. 손에는 식사가 들려 있었다.

 

"아. 왔구먼."

 

그는 말없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가져온 것을 내려놓았다. 현자가 밥을 먹는 동안 그는 막사를 나와서 바람을 쐬었다. 노을도 다 지고 점점 어둑어둑해져가고 있었다. 공기가 차가웠다.

그는 잠시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난 누구일까, 어디서 왔을까, 왜 여기 있을까, 하지만 어느 하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단 한명, 백금발 머리의 청년이었다. 얼굴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의 목소리는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찾으세요. 그리고 강해지세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는 유일하게 자신에게 남은 단서를 만지작거렸다. 목걸이 속에 든 푸른 동전같이 생긴 물건 뒤엔 K자 모양을 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만은 잃어버려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쓸어보다 다시 목걸이 안으로 넣었다.

갑자기 든 이상한 예감에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지만, 무언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

 

그가 조용히 명령했다. 그러자 별안간 기운이 사라져 버렸다. 괴이한 일이었다. 뭐였을까? 그는 주변을 둘러봤으나, 아까의 그것은 이미 사라져버린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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