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

안샤르베인 0 2,180

엘리자드는 둘을 물끄러미 보았다. 왕자가 별나다는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수상한 손님까지 데리고 올 줄이야. 엘리자드도 제 앞에 있는 사람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기사단 내의 사람이라면 일일이 외우고 있었다. 다만 상대의 목소리가 다급하면서도 당당하게 들린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엘리자드는 둘이 보는 앞에서 편지를 뜯었다. 비단 조각에 급하게 휘갈겨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확인한 후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엘리자드의 눈이 커졌다.

 

"이건..."

 

그는 편지를 읽고 상대를 다시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런 내용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소년에게?

 

"넌 이 편지의 내용을 알고 있느냐?"

 

상대는 잠시 멈칫했다가 대답했다. 

 

"전 장군님께서 오늘까지 전해야 한다고 부탁하셨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엘리자드는 상대를 유심히 살폈다. 왕자보다 키도 작고, 검은 옷으로 가렸지만 깡마른 체구였다. 얼굴조차 가리고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목소리조차도 중성적이었다. 그나마도 착 가라앉아 있었다. 다만 나이가 썩 많은 것 같진 않았다. 기껏해야 왕자의 또래 정도가 아닐까 추측할 뿐.

왕자는 그를 힐끗 살폈다. 편지를 전해주고 나서야 안도한 표정이었다.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이제 내 부탁을 들어줄 차례잖아."

 

그가 살짝 입을 벌렸다. 마치 이제서야 알아챘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무언가 말하려는데, 엘리자드가 그 둘을 가로막았다.

 

"죄송하지만 왕자님. 그 전에 볼일이 있습니다."

 

왕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뭔데?"

"이건 중대한 사안입니다. 함께 왕궁으로 가야 합니다."

 

엘리자드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왕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안돼! 내꺼가 먼저라고!"

"잠깐의 유흥을 끝내실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역시 엘리자드도 연락을 받은 게 분명했다. 왕자는 잔뜩 인상을 썼다.

 

"안돼. 이번엔 꼭 여우눈 영감탱이를 만나야 된다고."

"어차피 궁에서도 보실 수 있지 않습니까. 허가증은 제가 써드리면 그만입니다."

 

왕자는 표정을 구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엘리자드는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궁에서 몇 가지를 물어볼 것이다. 네가 알고 있는 대로만 말하면 된다." 

Author

Lv.1 안샤르베인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93 말퓨스 스토리-월야편(月野編)(1) 반선녀, 상실-(프롤로그) 말퓨리온의천지 06.04 2477
292 제 3차 싱크대그라드 공방전 SoylentGreen 05.07 2591
291 Project NA-그리스어가 적힌 반지 비잔뽕이부족합니다 04.25 2787
290 [Project NA] 저주받은 쉽 비스킷 SoylentGreen 04.24 2917
289 월드 오브 트로브-1 국내산라이츄 04.17 2498
288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2부 댓글2 cocoboom 04.13 2445
287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1부 cocoboom 04.10 2412
286 한방꽁트 - 빈티지 패션 트렌드 cocoboom 04.03 2369
285 한방꽁트 - 부주의의 발견 댓글3 cocoboom 04.02 2641
284 [はやぶさ] prologue 댓글3 개복치 03.30 2363
283 한방꽁트 - 자율주행이 바꾸는 생활 cocoboom 03.30 2464
282 한방꽁트 - 어떤 블랙기업 댓글2 cocoboom 03.29 2603
281 한방꽁트 – 저주받은 갑옷 cocoboom 03.28 2524
280 한방꽁트 - 25일의 은행업무 cocoboom 03.27 2447
279 언더테일 팬픽 - 샌즈와 끔찍한 시간 댓글2 Badog 03.09 2821
278 눈 빛 댓글2 Novelistar 02.03 2466
277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 네크 12.20 2445
276 이번에도, 또다시. 네크 11.16 2265
275 오타쿠들이 멸망에 대처하는 자세 댓글3 네크 10.01 2479
274 괴담수사대-Laplace's riddle 국내산라이츄 09.18 2332
273 아날로그:속마음 마시멜로군 09.16 2479
272 Lovers Oi My lovers Novelistar 08.22 2330
271 하피 이야기 1 네크 08.16 2250
270 열두 이름 이야기 네크 08.16 2423
269 별의 바다 이야기 네크 08.14 2527
268 어느 클레피의 열쇠 국내산라이츄 08.13 2565
267 미아 이야기 2 (끝) 네크 08.06 2379
266 장대 이야기 네크 08.03 2290
265 미아 이야기 1 네크 08.01 2367
264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5 네크 07.28 2344
263 숙취 Novelistar 07.26 2607
262 폭발 노숙까마귀 07.23 2665
261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4 네크 07.18 2413
260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3 네크 07.15 2326
259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2 댓글4 네크 07.10 2413
258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1 네크 07.10 2352
257 [PW-Proto.]마지막 비행 노숙까마귀 07.04 2239
256 Close my eyes, Darlin' - Part 1 시마이요 07.04 2208
255 결심 Novelistar 06.30 2233
254 믿지 못하는 이야기 네크 06.29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