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안샤르베인 0 2,274

소년은 침을 삼켰다. 그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복장이라 당장이라도 어둠에 녹아들 듯 했다. 얼굴은 제 나이쯤 됐겠다 싶었지만 차림을 봐서는 용병이나 여행자에 더 가까운 듯 했다. 

소년은 퍼뜩 불길한 생각을 떠올렸다. 얼마전부터 수도에 용병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걔중에는 말이 용병이지 무뢰배들이나 다름없는 자들도 많았다. 대낮부터 술을 마시다 싸움이 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치안대뿐만이 아닌 군인들도 나서야 할 수준의 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어쩌면 병사들이 늘어난 이유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년은 천천히 걸음을 뒤로 뗐다.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난 좀 바빠서 말이지..."

 

난처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리를 터 주곤 했다. 하지만 앞사람은 여전히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상대방의 눈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쯤은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시선을 피했다. 얼른 자리를 뜨고 싶었다. 등을 돌리려고 하는데 손목으로 손이 휘감겨왔다. 엄습하는 통증에 소년은 외마디 소리를 냈다. 아귀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신음에 상대도 얼른 손을 놓았다.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죄송합니다. 결례를 저질렀군요."

 

결례인 걸 안다면 하지 말라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옷을 살짝 걷어보니 손목엔 붉은 손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얇기만 한 손가락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놀라웠다.  

그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소년은 발을 떼려고 했다. 그러나 골목으로 한 무리가 들어닥쳤다. 병사들이었다.

 

"찾았다!"

"도망쳐 봐야 제까짓 게 어디로 갈 수 있겠어?"

 

소년은 잠시 당황한 표정으로 제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자도 태도에서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병사들이 창을 들고 빠져나갈 길목을 옥죄어왔다. 낭패라는 두 단어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소년은 이곳에서 빠져나가긴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는 행동이 빨랐다. 그가 바로 등을 돌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소년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소년이 입을 떼려는 순간, 허공에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소년은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옆구리의 불편함을 제외한다면. 병사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면 현실이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앗! 사람을 납치했다! 거기 서라!"

 

소년이 상황을 파악했을 때, 그는 달리고 있었다. 상점가의 지붕 위를.  


Author

Lv.1 안샤르베인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3 雪遠 - 3 Novelistar 10.15 2361
212 雪遠 - 2 Novelistar 10.06 2523
211 개목걸이 댓글2 주지스 10.05 2543
210 (본격 아스트랄 판타지)성스러운 또띠야들의 밤-1 댓글3 greenpie 10.04 2453
209 길을 무는 악마 댓글4 작가의집 10.03 2656
208 Resolver(리졸버) - 4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10.03 2481
207 雪遠 - 1 Novelistar 10.03 3278
206 Resolver(리졸버) - 3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28 2460
205 walking disaster 1.1 - 구원 댓글2 전위대 09.28 2480
204 추격 안샤르베인 09.26 2330
203 휴식 안샤르베인 09.25 2327
202 죽음의 완성. 댓글2 흐린하늘 09.24 2295
201 부탁 댓글2 안샤르베인 09.24 2470
200 정리 안샤르베인 09.23 2508
199 반의 성공, 반의 실패 안샤르베인 09.22 2429
198 합류 안샤르베인 09.21 2269
197 드러남 안샤르베인 09.21 2168
196 Reslover(리졸버) - 2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20 2327
195 의논 댓글2 안샤르베인 09.20 2351
194 도주 안샤르베인 09.19 2236
193 의심 안샤르베인 09.19 2233
192 전투 댓글2 안샤르베인 09.17 2337
191 습격 안샤르베인 09.17 2171
190 기억 안샤르베인 09.15 2183
189 [습작] 죽음을 거스르는 방법 Prologue 댓글4 앙그라마이뉴 09.14 2443
188 Resolver(리졸버) - 1 댓글5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14 2420
187 위험 안샤르베인 09.14 2539
186 예감 안샤르베인 09.13 2171
185 일행 안샤르베인 09.12 2282
184 심문 댓글2 안샤르베인 09.12 2294
183 관찰 안샤르베인 09.12 2464
182 발견 안샤르베인 09.11 2615
181 무슨 일이 있었나? 안샤르베인 09.10 2271
180 알현 댓글6 안샤르베인 09.10 2225
179 서찰 안샤르베인 09.09 2201
178 Resolver(리졸버) - 프롤로그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09 2186
177 이성적인 악함 댓글1 작가의집 09.08 2232
176 전달 댓글2 안샤르베인 09.05 2229
175 협박 댓글2 안샤르베인 09.04 2200
174 반항 댓글2 안샤르베인 09.03 2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