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저택의 살인 7

폭신폭신 0 2,357
"타치바나 군이라고 했었죠?"
"네."
"죄송하지만 성함은 어찌 되시는지."
"류, 타치바나 류입니다."
"쿨한 이름이네."
에파는 수첩에 타치바나의 이름을 적었다. 이미 여러가지가 써있는 수첩은 일본어가 아닌데다가 에파가 워낙 악필이라 리에에겐 괴문자로 보였다.
"서로 귀찮은거 싫을테니 필요한것만 물을게요."
"감사합니다."
"신장은?"
"174cm입니다." 
"제법 훤칠한걸요. 신사의 느낌이 나요."
"감사합니다."
"본인의 사격실력은 어느정도?"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에파가 리에를 보자 리에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당신의 룸메이트는 마츠다씨로군요. 성실하신 분이지만 잠을 워낙 깊이 주무셔서 야밤중의 돌발상황엔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마츠다씨의 흉을 보려는건 아니지만 손님의 말씀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첫번째 사건의 알리바이를 증명할수 있는게 그 깊은 잠때문에 당신이 몰래 새벽에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해도 모를 사람 뿐이라는 이야기인것도 납득하시겠군요?"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두번째 사건의 피해자이신 츠키코의 방을 담당하셨다구요?"
"네."
"그렇다면 츠키코씨의 방 찬장에 담배가 있었다는것도 알겠군요."
"물론입니다. 매일 간단한 청소정도는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츠키코씨와는 무슨 관계셨습니까?"
"평범한 고용인과 아가씨일 뿐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츠키코씨의 방에서 당신의 정액이 묻은 콘돔이 발견되었는지 설명해 주실수 있으신지?"
"그건... 하인으로서의 일입니다. 작년부터 였습니다. 이 섬에 방문하실때마다..였었습니다. 손님께서도 높으신분이시니 하녀와 관계를 맺으신적이 많으실거라 생각됩니다만. 당장 리에양을 생각해도.. ..이만 하겠습니다."
리에의 얼굴이 붉어지자 류는 말을 끊었다.
"하긴.. 중년 여성은 성욕이 왕성할 떄라고 했던것 같군요. 전 중년이 되어본적 없어서 모르겠지만...  더군다나 츠키코씨는 부군도 잃으셨으니 알만 합니다."

츠키코는 기업같은걸 운영하지도 않았고 특별한 직업이 있지도 않았다. 그저 능력있는 남편을 만나서 평범한 결혼을 했고 아버지의 도움도 약간 받아서 그럭저럭 괜찮은 생활을 했었던것 같다. 둘 사이에서 코토리가 태어났을땐 더없이 행복한 가정이였던것 같았지만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수입이 위험해졌었다. 남편의 보험금이 있긴 했었지만 올해 시점에선 거의 떨어져간 모양이였다. 그래서인지 필사적으로 유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군 모양이지만 본성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였다.  
"별 쓸데없는 질문입니다만..."
"말씀하십시오."
"만약 츠키코씨가 당신에게 청혼을 했다면 어떻게 대답하실겁니까?"
"그런 농담을... 전 한낫 고용인이고 그분은 아이노미야 가의 핏줄을 타고나신 분입니다. 어찌 저같은게.."
"첩이 언제 그딴 시시콜콜한걸 물었느냐! 잡말은 관두고 대답이나 하라!"
에파가 테이블을 치며 화를내자  타치바나와 리에 둘다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이런, 잠깐 흥분을... 아무튼 그런데 구애받지 않고 대답해주셨으면 합니다." 
"츠키코씨는 좋으신 분이였습니다. 비록 작년부터는 부군을 잃으셔서 날카로워 지셨지만... 그리고 중년이라 말씀하셨지만 저와 그렇게 나이 차이가 나시지도 않으시는 젊으신 분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저라도 좋으시다면... 동의해드렸을겁니다."
"그런가...."
이말을 끝으로 에파는 이분동안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던 에파는 치마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무래도 류 씨가 가지고 있는게 낫겠군요."
작은 남색의 상자에 들어있던 반지. 화려한 보석같은건 없는 수수한 금반지였.
"이건..."
"츠키코씨가 살짝 언질이라도 준건 없었던가요?"
"...그런건 없었습니... 아니.. 코토리님께 젊은 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 잠깐 그게 설마.."

"리에, 쿠로사와씨에게 타치바나군을 당분간 업무에서 빼달라고 전해줘요."
"네..."



"식사 하셨습니까?"
타치바나 나츠키였다. 그녀가 밀고 있던 카트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아, 타치바나양. 아직이네요."
"어머, 다들 이미 끝내셨는데. 그럼 같이 식사하시겠어요? 리에 양도 아직이죠?"
"아아 고마워요."

그런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식사는 여전히 훌룡한 편이였다. 더군다나 손님에게 나가는 식사가 아니라 하녀가 먹기 위해 챙겨둔 음식이라는걸 생각하면 더더욱.
에파는 자꾸만 치즈 퐁뒤에 빵을 빠뜨렸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또 빠뜨렸다.

"퐁듀 어떤가요?"
"네 맛있네요. 자꾸 빵이 실종되는 기분이지만요."
"손님댁에서 먹는 퐁듀와는 다른가요?"
"뭐라고 할까, 저희집에서는 치즈퐁뒤는 거의 금기예요."
"네? 어째서요?"
"그런거 먹다가 걸리면 조리 하녀장이신 류미스씨가 날뛰거든요 '먹다 남은 찌꺼기 잡탕을 어째서 먹고 있는겁니까!' 라면서 말이죠. 거의 햄버거나 피자같은 패스트 푸드랑 거의 동격으로 취급해요. 뭐 류미스씨는 앙시앵 레짐 시절 사람이니까 그럴수도 있죠. 아 또 빠뜨렸어."
"앙시앵 레짐이 뭔가요?"   
"아, 그 프랑스 혁명 전의 절대 왕정 시절이요, 류미스씨 일단은 부르봉 왕가 출신이니까... 리에양 뺨에  묻었어요."
에파가 리에의 뺨에 묻은 퐁뒤를 낼름 핥아먹었다. 곧 리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런데 사건 조사는 잘 되어 가시나요?"
"잘 안되네요. 이것 저것 주운건 많은데 합치가 안된다고 할까.. 정작 중요한건 하나도 없다고 할까.."
"역시 외부에 누군가가 있는게 아닐까요?"
"그건 아닐거예요. 폭풍우 속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숨어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 특수부대에 입대하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네요."
"그럴까요.. 하지만 주인님이나 츠키코님을 살해할만한 범인이 있을까요.. 가족을 죽이다니.."
"사건하니 생각났는데 류씨 참 안됐어요."
"네? 류가 왜요?"
"츠키코씨가 류씨에게 청혼하려고 헀던 모양이예요. 류씨도 승낙하려고 했던것 같은데.."
"네...?!"
나츠미의 안색이 파래졌다.
"그게 정말인가요!?"
"네. 참 안됐죠... 제가 범인을 빨리 잡았다면 그런 비극도 없었을텐데.."
"그아이는 제 동생인데... 어째서...아아..."
나츠미가 머리를 붙잡고 안좋은 혈색으로 중얼거렸다.
"네? 성이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결국 에파는 리에와 함께 나츠미를 방에다 데려다 줄수밖에 없었다.


"아,  리에양, 나츠미양은 어떻던가요."
"이제야 잠드셨습니다."
"슬픈일입니다. 어쩌다 이런일이 벌어졌는지..."
쿠로사와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참, 남성분들은 목욕을 끝내셨습니다. 여성분들도 목욕을 시작하시면 된다고 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쓰고 있는 방에는 각각 작은 욕실이 딸려있긴 했지만 화장실 용도라면 몰라도 각 방당 여덞명정도 되는 인원이 목욕을 하기에는 역부족. 때문에 대형 욕탕에 한꺼번에 목욕을 하기로 했다.

"사요님, 욕실에 들어가시지요."
"아, 이거 때문에 말이야."
사요가 더블바렐 샷건을 보여주자 리에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고마워, 하지만 그러면 리에가 못씼잖아?"
"전 손님과 함께 들어가곘습니다."
"그래? 고마워... 아 맞아, 그 손님이란분은 어디계신거야?"
"코토리님과 나츠미씨, 그리고 같이 오시지 않은분들을 지키고 계십니다."
"아 그런가. 빨리 씻고 교대해드려야겠네."
"천천히 하고 오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좋으신 분이네... 아, 옷 세탁 부탁해."
"물론입ㄴ..."
하지만 리에의 대답은 욕실 안에서 들려오는 찢어지는듯한 비명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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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퐁뒤에 빵을 빠뜨리면 안되는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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