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 2. 알브헤임

마미 0 2,271
형형색색의 은하수가 퍼져있는 하늘을 가로지르며 소년은 날았다. 나는 여전히 그의 품에 소위 말하는 '공주님 안기'로 안겨져있는 그런 굴욕적인 상황을 뒤로하더라도 눈 앞에 펼쳐져있는 광경들은 정말로 장엄했다. 꿈 속에서도, 심지어는 동화책에서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우주 그 자체. 푸른빛의 달과 흰 색의 달이 대부분이 바다로 이루어진 거대한 행성을 맴돌고 있다. 푸른 바다로부터 뭔가 길쭉한 형체의 빛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여러마리의 나비들이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밝게 빛나는 나비들은 하나의 기둥을 만들며 달과 함께 행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태양계의 어느 쪽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우주 공간 한복판이라면 분명히 이대로 몸이 팽창해서 터지는게 정상일텐데. 이곳에는 숨쉴 수 있는 공기까지 마련되어 있다. 여긴 대체 뭘까.
 
"거의 다 왔어. 바로 여기야. 우리들의 낙원 네버랜드에 온 걸 환영해. 웬디."
"이름 알려준 적 없는데? 어떻게 아는거야?"
"이상한 질문이네. 태어날때부터 너에게 주어졌던 이름이야. 아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다고. 그보다 꽉 잡아! 대기권을 뚫고 안으로 들어간다는건 꽤 괴로운 일이거든."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야? 설마, 여기에도 중력같은게 있고 물리적인 마찰이 그대로 적용되는거라면. 이대로 진입하면 운석처럼 바로 소멸한다는 뜻이잖아? 잠깐만? 정말로 그대로 밀고 들어갈 생각이야?
 
"그만둬!"
 
행성의 대기권 안으로 진입하자, 행성을 에워싸며 날던 수 많은 나비의 무리들이 모여들어 타원형의 구체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볼성 사납게 비명을 지르면서 피터팬의 옷깃을 꽉 여며쥐었다. 이 형편없는 식물로 만든 옷감은 어찌된 일인지 찢어지지도 않는 소재인 것 같다.
 
"웃차!"
 
귀가 찢어질듯한 거친 바람소리. 본래대로라면 분자단위로 그대로 쪼개져야 정상일 속도로 추락해왔는데도 우리 두 사람의 몸엔 털끝 하나만큼의 상처도 없었다. 눈을 질끈 감은 상태였기에 주변에 들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때,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기는듯한 느낌의 따끔함이 전해져왔다. 범인은, 이 경박한 피터팬이란 남자애겠지.
 
"아얏..! 무슨 짓이야 너!"
"하여간 겁은 많아가지고. 눈뜨고 한 번 주위를 둘러보라구."
 
여자를 배려하는 방식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그런 것들을 잊게 할만큼 피터팬이 권하고 있는 주변에 대한 감상은 좀 전에 보았던 우주만큼이나 놀라운 것이었다. 바다 한 복판에 마치 부유하듯이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섬이 보였고 그 가운데에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한 눈에도 분명한 형태의 줄기를 엮어 뻗어올린 나무. 꿈에서조차 보기 힘들 것 같다 이런 것들은.
 
"세계수. 위그드라실의 나무야. 저 위에 요정 여왕과 왕이 잠들어 있어."
 
잠들어 있다니? 피터팬의 이야기로는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잠들어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하자, 곧바로 소년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을 통치해왔던 이들인데. 아직은 계속 잠들어있을 수 밖에 없데. 팅커벨이 그랬어."
 
팅커벨은 또 누굴 말하는거니. 라고 물어보기도 전에 소년은 두 눈동자를 반짝 빛내며 말을 이어간다. 남자애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수다스러운 성향인 것 같다.
 
"근데, 날 여기로 데려온거랑 그 이야기랑은 무슨 상관이 있는건데? 난 지금 물어볼게 산더미인데 넌 하나도 대답해주지 않았어."
"음, 난 너무 어려운 이야기는 잘못하거든. 아마 팅커벨한테 가면 다 말해줄테니까 좀만 기다려줄래? 지금 최고 속도로 날아가야하거든 꽉 잡아!"
 
정말로 산만한 남자애다. 이쪽 이야기는 하나도 듣지않고 그대로 자기 할 말만 다 하면서 또 자비없는 속도로 날기 시작했다. 너무 높아서 무섭다고 이야기했더니 까다로운 여자애라고 불평하면서는 그대로 고도를 급격히 낮추는 것이다. 곧장 거대한 물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속도를 내고 있는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모세가 신의 힘을 빌어 홍해를 갈랐던 것처럼 바닷길이 양쪽으로 갈라지는걸 보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갈라진 바다 사이로 무수한 함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돛에 새겨넣은 본마크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처럼 나부끼고 있다. 17세기에 쓰였을 법한 낡은 형태의 범선들은 일렬로 늘어선 형태를 하고 있다가 이내에 V자의 역방향으로 진영을 바꾸어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즉, 주위를 전부 에워싸고 있다고 봐야한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끈질기네 정말."
 
소년의 말로는 여긴 분명 낙원이라고 했을텐데. 어째서 신화 속 요정들의 나라에 17세기에 보일법한 범선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피터팬이 미간을 찌푸리는 것으로 보아 그리 호의적인 상대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멈춰라 소년."
 
익숙한 울림이었다. 분명하게 생기를 띄고 있는 소년의 목소리와는 정 반대되는, 빈 방의 공허 속에서 울리는 듯한 낮게 깔린 목소리. 다소 허스키하긴 했지만 어떻게 들으면 여성의 목소리처럼도 들리는 음성이었다. 상대와의 거리는 제법 멀텐데도. 그쪽의 누군가가 전해오는 목소리는 분명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런던 교외에 위치한 성당의 종이 울리는 것처럼.
 
"저 사람들은 누구야?"
"넌 저게 사람들로 보이나 보구나. 웬디."
 
분명하게 적의를 띈 목소리. 좀 전의 천진난만했던 남자애는 온데간데 없이 금방이라도 무기를 빼어들고 싸울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저쪽은 포대를 거치하고 있는 여러대의 범선이고 이쪽은 그저 날기만 할뿐인 보통 남자애다. 이 세계 자체가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곳이라지만, 지금 처한 상황에 대입해봐도 무모한 싸움이 될 것은 뻔했다.
그저 빈 방에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던 내가 어째서 이런 상황에 휘말리게 된걸까. 낙원조차 아닌 곳에 그대로 끌려들어오다니!
 
"니플헤임에서 건너온 망자들. 아이들과 요정들을 혼돈 속으로 밀어넣으려고 하는 무리들이야."
"이야기를 전하려고 해도 소용없구나 소년.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더 이상 희생양을 늘이려 하지 말아라."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모르겠거든. 그리고 너희들은 죽은 몸인데 왜 여기에서 얼쩡거리는거야? 돌아가지 않으면 저번처럼 너희들 거처가 다 반파될거라는거 몰라?"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분명하게 서로를 비난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애초에 이 신화의 세계에 끌려들어온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입장인데 그 안에 있는 전쟁까지 체험하고 있다니. 목소리의 주인이 가까운 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색의, 망토에 가까운 형태의 제복을 걸치고 있는 긴 머리칼의 사람이 보였다. 옥타곤 모양의 도형만이 그려져있는 흰색의 가면을 걸치고 있었으며 눈이 있는 자리에 반달모양의 구멍만이 나있다. 오른 팔에는 손이 있어야할 자리에 갈고리 모양의 의수가 끼워져 있어 전체적으로 기이한 인상을 주고 있다. 피터팬의 말처럼 사람의 느낌이 나지않는 싸늘함 그 자체다.
 
"말했을터. 육신의 그릇이란 덧없는 것. 진실을 추구하지 않은 영들의 말로는 단 하나다."
"운디네!"
 
소년의 대답은 짧고 명확했다. 물의 요정을 부르는 것으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비늘을 몸에 두른 수룡과 인어의 모습을 한 여자들이 트라이던트 같은 것을 들고 나타난 것과 동시에 피터팬은 단호한 목소리로 해적들에게 외쳤다.
 
"너희들이 운디네 말고 다른 요정들과 만나 싸울 일은 절대로 없을거야. 여기에서 전부 침몰할테니까!"
 
반짝이는 비늘을 단 수룡이 자신의 정원에서 기지개를 켠다. 그것만으로 일직선이었던 바다가 변덕을 부리며 춤을 췄다. 부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17세기의 범선들은 대재해에 맞서지 못하고 침몰해간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운디네'라는 이름과 상당한 거리를 둔 정령들은 각자 물을 머금고는 니플헤임에서 건너온 선박들을 향해 격렬히 내뿜는다. 진영이 무너지는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하나 둘씩 포신처럼 발사되는 물의 파동에 의해 선박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종잇장처럼 짓이겨지고 싶지 않으면 너희들 무덤으로 꺼져!"
 
욕설이라곤 하지 못할 것 같은 천진난만한 소년이라 여겼는데.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토록 분명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일까?
 
"이 몸은 형태로써 한정된 그릇에 불과. 팽창이 있었다면 수축 또한 거스를 수 없다. 소년이여, 모래가 떨어지는 방향은 언제나 같다."
해적들의 지도자는 사라져가는 범선속에서 그런 난해한 이야기를 남겼다. 주어를 생략하는 것은 일부러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암시를 던져주고 싶어서였을까. 피터팬도 그렇지만 이 세계에 있는 녀석들중 정상적인 것들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대로 소멸되어져가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이웃들끼리 건내는 안부라도 묻는듯이 가벼운 느낌. 음침하고 어두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초연하게까지 들리는 음성. 운디네들의 폭력에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한채, 대재해에 사라져가는 선박들이 한편으론 안쓰럽기까지 했다.
"사라진거야?"
"아니, 또 올거야. 어떻게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매번 저렇게 많은 장난감들을 끌고서 나타나거든. 올때마다 격퇴시키긴 해도 말야. 끝이 없다구."
 
그랬지. 피터팬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 세계에는 죽음이 없다고 그랬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곳이 딱히 사후세계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공복을 느끼는데다 분명하게 느껴지는 피로감이 그러했다.
 
"많이 지친 것 같네. 조금만 참아. 친구들이 있는 곳은 금방이니까. 그 전에, 팅커벨을 먼저 만나러 가자."
 
팅커벨은 또 누구냐고 묻자, 역시 그 소년 다운 대답이 나왔다.
 
"페어리. 조그마한 요정이야. 내 친구이고, 다들 같이 살고 있어."
 
왠지, 이 난잡한 녀석만큼이나 정신없고 유아틱한 요정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보통 같이 있는 녀석들은 닮는다고 하니까. 어떻게 해야할까. 다른 건 모르겠지만, 여기가 사후세계가 아니라고 한다면 아마 지금쯤 저택은 난리가 났을까? 아니, 오히려 저주가 사라졌다면서 가문의 친척들은 좋아할지도 모른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어차피 아무데도 없어. 그렇다면, 속는 셈치고 가더라도 나쁠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시 그 방으로 돌아가고 싶은거라면 데려다주겠지만, 너는 그러고싶지 않은거잖아? 그래서 내가 온거라구."
"정말로 다 알고있는거네... 알았어. 대신 좀 천천히 날아주지 않을래? 멀미할 것 같아."
 
이렇게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도착해서는 날 어딘가 노예로 팔아넘기거나 만드레이크의 먹이로 주는 것은 아닐까 그런 불안감도 들었다. 겉으로 볼때에 사람은 모르는 법이니까. 이미,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깊은 불신감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러한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형형색색의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있는 언덕을 지나서 폭포, 그리고 골짜기. 간혹 요정들이 날아와서 피터팬에게 간단히 안부를 묻다가 사라지곤 했다. 어쩌면 이곳은 아담과 하와가 쫓겨나기 전의 에덴동산이 이곳은 아니었을까. 창문 밖으로 보던 수채화와는 달리, 이곳은 모든 것이 입체적이었다.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바람이 불어온다. 식물의 잎사귀를 살짝 매만질 정도의 미약한 바람들. 분명, 이곳도 공전하고 있으며 밤과 낮이 존재할 것이다. 사계절에 대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굳이 따진다면, 언제나 봄날씨나 초여름 같은 느낌이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란 그러했다. 집 안 정원의 나무 위에 판자로 집을 지어서 병정놀이를 하는 어린 남자애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생활하면서 먹고 자고 놀면서 하루를 다 보냈던 걸 기억하고 있다. 물론, 나는 병약한 몸이었기에 직접 올라갈 수는 없었기에 진지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러한 것들이 마치 벌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세계수 근처마다 지어져있다. 조잡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피터팬이야!"
"피터팬이다! 피터팬!"
"누굴 데려왔는데?! 누굴까? 누굴까?"
 
한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이 소년 한 명뿐이라는 것을. 다른 아이들은, 나처럼 평범하게 땅을 밟고서 걷거나 뛰어다니고 있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대게는 청소년이 되기 이전의 상태인 아이들이 많았다. 성장기를 어느 정도 거친 아이들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아마 피터팬이란 소년은 이들중에서도 제일 특별하고 돋보여지는 존재일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부 내 동생들. 네버랜드에 같이 사는 가족들이야. 소개는 나중에 할거야. 우선 팅커벨을 만나러 가야지."
 
그 팅커벨이라는 요정이, 소년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측이 맞다면, 어린아이들을 통제하고 돌보는 역활일 것이다. 아무리 성장기를 거친 소년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부모 밑에서 자랐어야할 아이들 아닌가.
아니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기억 나지 않는 아주 어릴적 말고는 부모님에 대한 좋은 기억이 거의 없으니까.
 
"그것이 내가 너를 여기에 부른 이유란다. 웬디."
 
소녀 특유의 높은 목소리. 하지만 맑고 청아하다. 이름을 가르쳐준 적은 없었지만, 그 목소리는 분명하게 나를 부르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에서 금색으로 빛나는 광채가 사선을 그리면서 날다가 이곳으로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식물줄기를 엮어 만든 옷을 입은 요정이 보였다. 갈색머리에 녹안, 피터팬과 닮아있는 외형의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의 모습이다.
 
"갑자기 이름 막 부르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난 이들의 가감없는 태도 자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와 마주쳐왔던 인간들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과연, 다른 아이들도 처음 올때는 다 너랑 비슷하긴 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서 지내게 된다면 다 잊게될거야. 웬디. 아참, 이름을 말해야지? 난 팅커벨이야. 여기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장난감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은 몸집을 하고 있으면서 보호자라고 한다니. 냉소적인 반응이라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잖아. 팅커벨이 속마음을 꿰뚫어봤는지 곧장 대답했다.
 
"음 괜찮아. 그럴 경우엔 피터팬이 막아주니까. 아무도 내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걸. 나는 보호자이지만, 피터팬은 이곳의 리더니까."
 
아이들의 사회라곤 해도, 누군가가 지도자가 되어서 이끌어주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는거구나. 부족사회를 그대로 담습하고 있는거네. 다른 유인원들도 이렇게 시작했겠지 아마.
 
"하지만, 말했지? 여기에선 죽음이 없다고. 따라서, 네가 싫어하는 어른들과 같이 늙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야. 네 가장 큰 바램은 그것 아니었니? 웬디. 이곳에선 아무와도 작별할 필요 없고. 언제나 함께 놀면서 영원히 지낼 수 있는 낙원이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순수함을 잃는다는거야. 즉, 여기는 선악과를 먹지 않은 존재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곳이라는거지."
선악과라고? 위그드라실 나무에서 사는 요정이 왜 성경에 대해서 알고있는거야?
"요정주제에 구약성경 구절을 인용해서 말하다니. 너는 도대체 정체가 뭐지? 여긴 어딜보나 북구신화에 나와있는 그런 요정들의 나라잖아?"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뤄지는곳, 그게 바로 네버랜드야 웬디. 네가 상상해오던 세상이 여기가 아니었니?"
조그마한 요정의 눈동자는 반짝 빛나고 있었다. 계속 바라보면 그대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기이함. 난간에서 간혹 마주치던 다른 길고양이들이 생각났다.
"고양이들을 생각했지? 그 말대로야. 여기에는 캐트시들도 있으니까. 계속 지내다보면 고양이들의 왕과도 만날 수 있어."
"고양이들의 왕이라니?"
 
반문하면서 물어보았다. 누군가가 지어낸 신화나 동화 속 이야기가. 여기에서는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이런 것을 대답해주는 게 요정이라니. 나는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걸까.
 
"너는 아주 오래전에, 슬프게 헤어져야만 했던 고양이가 있지 않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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