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저택의 살인 3

폭신폭신 0 2,232

목덜미에, 입술에, 그리고 젖가슴에. 배에, 그리고 여자로서 가장 중요한 그곳에도.
뜨거운 낙인이 몇번이나 찍혔을까. 그리고 부드럽지만 끊임없이 이어진 손길. 귓가레 맴도는 달콤한 말.   
처음에는 이건 그저 일이라며. 그저 고통을 좀 참고 버티면 끝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자신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그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쾌락, 파도처럼 몰려오는 저린듯한 느낌에 몸을 전부 맡겨서는..


싫다, 왠지 모를 분노가 몸안에 가득차서는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고작 하녀인데 봉사해야할 손님에게 욕정해서 밤시중을 오히려 받아버렸다. 손님의 탓도 아니다. 그걸 바란건 자기 자신. 무아지경에 빠져선 자기 입으로 갈구하던 목소리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런 자신을 주인님이 용서하실리가 없다.
주인님께 사실대로 고하고 처벌을 받자. 그렇지 않는다면 이런짓을 용서받을수 없다.

"주인님. 아침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당주의 반응이 없다.  아침부터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수도 있는일이고 아니면 반대로 밤 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하시다가 아직도 주무시고 계실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반응을 안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반응을 하는 경우가 더 적지 않았던가 

"이제서야 식사신가?"
"아버님은 우리 어릴때부터 늦게 드셨으니까."
아침부터 회의라는 이름의 말싸움을 하려고 했는지 자식들의 절반이나 와있었다. 

"주인님. 들어가겠습니다."

리에가 열쇠로 문을 열고 카트를 밀며 들어갔다. 당주는 책상에 앉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리에는 말 없이 테이블보를 깔고 식사를 올려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주는 세팅이 끝날때까지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보통은 이쯤되면 움직이실텐데. 리에가 의아하다고 생각했을때 순간 멈칫했다.
무심코 바라보았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목덜미에 짙은 키스자국이 여러개나 남아있었던 것이다.
급히 옷깃을 가다듬어 대충 안보이게 한 뒤에 리에는 다시 당주를 바라보았다. 당주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보지 못했을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솔직히 말하고 처벌을 받기로 헀는데, 이걸 가리는게 이상한게 아닐까. 

"주인님.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무래도 잠에 빠진 모양이라고 생각했는지 리에는 살짝 깨우는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다가갔다.



"벌써 갔나보네.."
잠에서 일어난 불청객은 리에가 사라진것에 대해서 다소 아쉬운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등에는 어젯밤 자신도 모르게 할퀸 상처가 다소 욱신거렸다. 핥퀴었다기보다는 손톱이 피부를 파고 들정도로 꼭 끌어안아서 생긴 상처였지만. 그 통증도 불청객은 나쁘지 않은듯 살짝 미소지었다 

똑 똑.
"손님, 방문을 열어 주시겠습니까?"
남자의 목소리에 불청객은 벗어던졌던 잠옷을 대충 걸쳤다. 속옷까지 다시 입기엔 시간이 너무 걸렸다고 판단했는지 속옷은 그냥 이불로 대충 덮어버리고는 .
"무슨일이시죠?"
"처음뵙겠습니다. 이 저택의 집사로써 일하고 있는 쿠로사와 다로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그런데 이렇게 이른시간에 무슨."
"벌써 아홉시입니다."
"네? 아, 창밖이 시커매서 속았네요. 아무튼 무슨 일이 있나요?"
"주인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 만나뵙고 싶어하십니다. 아침식사도 같이 하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아.. 알겠습니다.  옷좀 갈아입고...어디로 가면 되죠?"
"제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빨리 입고 나올게요."

혼자서 저렇게 복잡한 의상을 입는다면 얼마나 걸릴까. 쿠로사와는 음식이 식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계산 안이였다. 식어버린 음식은 다른걸로 바꾸면 그만이고. 주인도 오랬동안 생각만 해두었던 계획을 실행하는데 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기대야 한다는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것이다.
"다 입었어요. 가죠."
하지만 쿠로사외의 예상 외로 손님은 10분도 되지 않아서 방 밖으로 나왔다. 그것도 흐트러짐 하나 없는 잘 정돈된 상태로.
다소 놀랐지만 그걸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은 쿠로사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디 저를 따라...."
"집사님!"
하지만  쿠로사와의 말은 저택 타치바나의 말에 끊겨버리고 말았다.

"무슨일입니까!"
쿠로사와가 문을 박차고 들어갔지만 이미 열명정도의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그 뒤를 따라온 불청객은 불쾌한 냄새를 맡은듯 살짝 인상을 썼다.

"쿠로사와씨. 아버지께서... 살해당하셨습니다."
"네?!"
쿠로사와가 당주의 개인실로 뛰어들어갔다. 그곳엔 고개를 푹 숙인채로 숨이 끊어진 당주의 시신이 있었다.
"주인님!"
하지만 숨이 끊어진 당주는 대답할수 없었다. 


"도데체 누가 이런짓을.."
"아마도 저아이가.."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곳에는 커튼용 밧줄에 묶여있는 리에가 보였다. 잡힐때 저항이라도 했었는지 제대로 말도 못할정도로 얼굴이 부어있었다.
"리에양이? 그럴리가 없습니다! 저아이가 얼마나 주인님은 존경하고..."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아버지를 살해할수 있는건 리에 뿐이였습니다.."

쿠로사와가 마음을 진정시키려는듯 입을 굳게 다물고 침을 삼켰다. 어찌되었든 자신은 이 저택의 집사이며 진정해야만 했다.
"세상에, 저 이쁜얼굴을 떡으로 만들어놨네. 저리좀 비켜요."
불청객이 리에 옆에 있던 사람들을 밀어내고는 어렵사리 리에의 옆에 앉았다. 크리놀린이 심하게 방해되었지만 능숙하게 움직여가며 앉은 불청객은 무언가를 소매에서 꺼내서 리에의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이봐, 넌 누구야?"
리에를 묶은 줄을 꽉 잡고 있던 겐이 불청객에게 따져물었으나 불청객이 노려보자 일순간 겁을먹고 한발짝 물러났다.
"겐 도련님, 이분께선 어젯밤에 오신 손님이십니다."
"손님? 아버지께서 초대하셨나?"
"아닙니다. 폭풍을 피해서 오셨습니다."
"불청객 이라는건가. 이름은 어떻게 되지?"
"그게 아직.."
"이름도 모르나?!"
"주인님께서 묻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대체 무슨..."

주변에서 무슨대화가 오고 가든 전혀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리에의 얼굴에 뭘 바르던 불청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일어날수 있겠지? 이 이쁘장한 얼굴을 두들겨 패다니 정말로 야만스러운 것들이로구나. 죄인도 아니고 저항하지도 않는 이를 두들겨 패다니. 형법도, 제네바 협약도 모르는 미개인들 같으니라고."

리에가 불청객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폭행으로 인해 어지러운지 일어나다가 불청객쪽으로 쓰러지자 불청객은 능숙하게 받아주었다.
"앉는게 좋겠구나. 거기 너, 이아이에게 의자를 가져다 주거라. 이 흉측한 끈도 풀어버리고."
타치바나에게 명령하다 시피하는 불청객, 하지만 타치바나는 살인이 터진것도 모자라서 동료가 범인으로 몰려 두들겨 맞은데다가 불청객의 말투도 바뀌어 버리어서 혼란에 빠져버렸다.

"안됩니다."
"겐지 도련님.."
"아버지께서 불청객을 극진히 대하라고 하신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지금 살인의 혐의가 있습니다. 풀어줄수는 없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이 아이가 저자를 죽이지 않았음을 증명하면 된다 이말이로구나."
"리에가 죽이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아니, 없다. 하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했다는걸 증명해야 하는건 그 무언가를 했음을 주장하는쪽이 해야 할 의무지. 형법의 기본이 아니겠느냐."
"도련님, 다른건 몰라도 그건 맞는말인것 같습니다."
"사사하라 부인.."

어느샌가 도착했던 사사하라 부인이 조용히 듣고있다가 한마디 하자 겐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가 왜 리에가 살인범이라고 생각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겐지라고 했었던가? 알겠다. 그럼 어서 증거를 보여주거라."
"형, 어째서 저런녀석에게 저자세로.."
"시끄럽다 겐!"
어느샌가 고자세로 일관하는 불청객과 분명 이집의 주인격이지만 저자세를 가지게 된 겐지, 기묘한 관계가 되었다.

"먼저 저희는 이곳에 아침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리에가 좀 시간이 지나서 카트를 몰고 왔고. 한 십분쯤 지나서 리에가 아버지께서 살해당했다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선 혼자 계셨고 리에가 들어간 이후에도 더 들어간 사람이 없었으니 리에가 아버지를 죽인건 확실합니다. 십분씩이나 있었으니 충분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하나 묻겠노니. 그대는 저 아이가 그대와 비슷한 생각과 증언을 할수 있는 사람 여섯을 바로 옆방에 두고 사람을 죽일만큼 멍청한 아이라고 생각한다는겐가?"
"그건 좀 이상하지만 분명 심문을 해보면 그 이유를 알수 있을겁니다."
"쯧."
불청객은 혀를 찼다.

"그럼 하나만 더 묻겠노라. 그대는 분명 저자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했을터다. 안그런가?"
"맞습니다. 심장과 목에 총알이 맞았습니다."
불청객은 흘끔 사체를 살펴봤다. 틀리지는 않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것 같구나. 하지만 그렇다면 여섯명이나 있는데 하필이면 시끄럽기 짝이없을 총을 썼다는게 되는데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건 총을 보시면 알겁니다. 겐, 그걸 가져와라."

겐이 총을 들고왔다. 1미터가 넘는 장총. 게다가 그 끝에는 검은 원통형의 소음기가 달려있어 더 길어보였다.
"보시다시피 총 끝에 소음기가 달려있습니다. 이런걸 달고 쏘면 옆방에 있었던 저희들은.."
"흥, 네 녀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뻔히 보여 한심스럽구나. 이러니까 너희나라가 원죄니 뭐니하면서 억울한 수형자만 낳는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였으니.. 거기 너. 문을 닫거라. 네녀석은 날 따라 방으로 들어오고."
"그렇게 하도록 해 타치바나군."

당주의 개인실 문이 닫히자 당주의 개인실 안은 불청객과 겐지, 그리고 한구의 시신이 남아있었다.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소리가 나자 불청객은 겐지를 바라보았다. 
"그총을 주거라."
겐지 입장에서는 난생 처음보는 여자에게 이런 상황에 총을 줄 이유가 전무했지만 어째선지 그녀의 눈빛은 그녀를 따리게 하는 마력이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겐지는 순순히 불청객의 손에 총을 넘겨주고 말았다.
"M14,아니 M1A인가. 명중률이 좋아 제법 인기가 좋았다고 들었다. 일본에서는 불법이겠지만 뭐, 이만한 부자가 이런 장난감좀 가지겠다는게 놀랄일은 아니겠지."
그리고 불청객은 총구를 천장으로 향한채 방아쇠를 당겼다.
타-카앙!
갑작스러운 총성에 겐지는 몸을 움찔거렸지만 곧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뭐, 네 녀석도, 저녀석들도 잘 들었겠지."
불청객은 오토락을 풀고 문을 열었다.

"네 녀석들이 귀가 먹지 않았다면 총소리를 들었을터다. 소음기라는 녀석은 일반인들이 아는것마냥 대단한것이 아니야. 더군다나 이런 낡아빠진 소음기로 뭘 어쩔수 있겠느냐. 게다가 아음속탄도 아니니 논할 가치도 없다.  어쨌든 그럼 둘중 하나로구나, 너희들의 귀가 쓸모가 없는 장식이거나 이 아이는 살인의 죄를 범하지 않았다는것이지. 어느쪽이 옳은지는 무지한 너희라도 깨달았으리라 믿겠노니. 그럼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가겠다."


"저기 잠깐만!"
불청객이 리에의 손을 잡자 갑자기 누군가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아이노미야 히카리였다.
"무슨 일이지?"
"리에가, 리에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증거는 뭐죠?"
"하아, 네 녀석은 형법을 공부하는것이 어떻겠느냐.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제출하는것은 검사의 몫이지 피고의 몫이 아니다."
"하지만.. 비록 전 무지하지만 믿고 싶습니다, 리에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는것을.."
"그런건 마음으로 믿으면 그만이다. 굳이 증거를 찾을것까지 있느냐."

히카리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길을 비키지는 않았다.

"하아... 그럼 말해주겠다. 저자는 시반이나 사후경직을 보았을때 최소한 여섯시간 전에 죽었다. 아마 6~8시간전에 죽었겠지. 이집에 주치의가 있을테니 확인해 보거라. 그리고 그시간즈음에는 저 아이는 나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렇지 않느냐?"
불청객이 타치바나군을 바라보자 타치바나는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분신이라도 있는게 아니라면 나와 살을 섞던 아이가  저자를 죽일수는 없었겠지. 정 뭣하다면 정을 통하고 있었을때 난 상처라도 보겠느냐? 등에 나있을것이다."
불청객의 등에는 난이 얼마 안된듯한 상처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럼 딱 하나만 더 물을게요."
"히카리!"
"괜찮다 겐지.  히카리라, 이쁜 이름이구나. 말해보거라." 
"당신은 누구인데. 이런걸 알고 계신거죠?"
"아아.."

불청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

"첩은 여신 연방의 황녀이자 신성제국의 여제인 릴리안느 슈에스타 벨 마르그리트 드 로슈포르-메르헬링크라 한다. 친한 이들은 에파라고 부르나 너희들에게 그 애칭을 허락하고 싶진 않구나. 그럼 이만 내려가겠으니 비켜주지 않겠느냐?"

히카리가 길을 비키자 왼손에는 리에의 손을 잡고 오른손에는 어느샌가 꺼낸 총을 쥔채로. 에파는 방을 나섰다.
"어찌되었든 살인범은 이 섬에 있는것이다. 모두들 알아서 조심하는게 좋지 않겠느냐."
라는 말을 남긴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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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라와의 번역으로는 첩보단 짐이 나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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