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휴가 나온 군인이 쓰는 불쌍한 SF 소설] 나방 (#001 -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사람뿐)

레이의이웃 0 2,439


나방 


#001 -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사람뿐


「반갑습니다. 자신은 이번 반사회 행동장애 교정 프로그램의 총 책임을 맡은 이아마이(IAMAI)입니다. 여러분은 현재 정부와 한국 항공 우주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첨단 우주선 코쿤(Cocoon)호에 탑승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은 사회에 적응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은 재소자에게 편의와 보호를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 재소자가 사회에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미칠 잠재적 위험성을 제거할 수 없다고 판단될 시에는 그에 합당한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건 한 마디로 미친 짓이었다. 물론 그 사건이 준 파장이 대단하기는 했다. TV를 봐도 인터넷을 봐도 모두 청소년 범죄 이야기뿐이었다. 사람들은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하면서도 점점 더 자극적인 목격담과 소문들을 SNS에 퍼 날랐다. 보다 못한 정부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교육부나 여성부 따위의 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자진 사퇴를 하고 새로운 대책본부가 마련되었다. 대통령은 사춘기를 반사회 행동장애라고 규정하고 치료를 위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처음엔 모두 보여주기 식으로 하다 말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15세에서 17세까지의 모든 아이들을 거대 우주선 코쿤 호에 태워 지구 밖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또 한 번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그러나 1년 뒤 그들이 거대한 번데기를 까고 아름다운 나비로 돌아왔을 때, 더 이상 반대의 목소리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인공지능 이아마이는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고 완벽하게 선생님의 역할을 해냈고 그렇게 탄생한 신 인류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프로젝트는 더욱 더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제는 매년 15세의 아이들만 프로그램에 참가시키면 되었기 때문에 비용도 1/3로 줄어들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4년 차가 되자 문제가 발생했다. 우주선에서 유혈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100여명이 죽고 프로그램 참여 인원의 절반 가량이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다. 날개가 찢어진 채 나온 나비들을 보고 정부는 또 한 번 고민에 빠졌다. 이아마이는 자신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요청했다. 구세대들은 프로젝트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비인간들은 자신들의 선생님을 지지했다. 결국 정부는 좀 더 현명할 것임이 틀림없는 신 인류의 편을 들어줬다.

  이제 이아마이는 탑승객을 더 이상 탑승객이 아닌 재소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재소자들에게 등급을 매겨 관리했다. "교화 불가"에 해당하는 4등급은 격리되었고 "매우 위험"하다고 분류된 5등급들은 필요에 따라 죽일 수도 있었다. 이아마이의 권력은 해가 갈수록 막강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키운 제자들을 조력자 삼아 결국 자신의 관리자 권한을 얻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그녀에게 더 이상 두려운 것은 없었다. 어떠한 규칙도 그녀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영향력을 가지는 공간은 더 이상 우주선 안으로 제한되지 않았다.

  그녀는 나비인간들을 제외한 전 인류를 "교화가 필요한" 3등급이라고 판단했고 그녀가 스스로 특수 제작한 초대형 코쿤 호에 사람들을 강제로 수용시켰다.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 밖에 없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기계와 나비인간들은 이미 그녀의 수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전 인류는 재소자가 되었고 "교화 완료"1등급의 나비인간들은 간수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5등급, "매우 위험"한 재소자가 되었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게 10년 전의 그 사건, 내가 한 짓이다. 사실 그렇게 호들갑 떨만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태워먹은 건물은 한 노부부의 집으로 그들의 딸 내외가 함께 살고 있었다. 나와 동생은 그 집 지하에서 살았다. 이 집에 사는 인간들은 말 그대로 전부 쓰레기였다. 고모라는 여자는 성인이 될 때까지 맡아주겠다는 명분으로 우리 유산을 다 가져갔는데 부동산 투기와 주식으로 전부 말아먹었다. 그 남편 되시는 분은 항상 내 여동생을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어느 날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거실로 올라가는데 동생의 방으로 몰래 들어가려던 것을 나에게 들킨 적도 있다. 참다 못한 나는 할아버지라는 인물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해봤지만 그는 되려 나에게 배은망덕한 놈이라며 폭력을 휘둘렀다. 그날부터 우리 남매는 하루라도 맞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래서 태워버렸다. 그건 내가 동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생일 선물이었다. 그 날이 딱 10년 전 오늘이었다.

「이봐, 선생님!

「네, 이아마이입니다. 음성 명령 기능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나는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어디서든 나타난다. 밥을 먹을 때도, 한밤중에도, 화장실에서도, 심지어 혼잣말로 욕을 할 때도 대답을 한다.

「나 외출 좀 시켜주면 안될까? 동생이 무지 보고 싶은데 말이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몸인데 그 정도 소원은 들어 줄 수 있지 않아?

「당신은 교정 프로그램의 등급 체계에 따란 매우 위험한 인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그 요청은 거절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제 죽일지 모르는 거겠죠. 4명으로는 아직 부족하신 건가요?

「그럼 면회라도 부탁해. 오늘이 그 애 생일이라고.

「그 요청 또한 거절되었습니다. 데이터 베이스에 의하면 당신은 다른 사람보다 가족에게 26.12% 포인트 더 높은 공격성을 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씨발!

「별로 좋지 못한 농담이군요. 경고합니다. 공격 성향을 멈추지 않으면 5등급 재소자 관리 규정에 따라 당신을 처분하도록 하겠습니다.

, . 잘못했습니다.

착한 아이로군요.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대화를 종료합니다.

  정말이지 짜증나는 녀석이다. 이런 녀석 아래에서 어떻게 미쳐버리지 않고 1년을 버틴 건지 나비인간 놈들도 대단하다. 네 번 째 녀석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들은 미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기관, 단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현실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습니다.

휴가 나와서 무슨 글만 쓰다 가는 것 같네요. 재밌는 걸 어떡해

나비인간이라니 제가 생각해도 센스가 좀 괴악합니다. 어메이징 버터플라이 맨

*/

Author

Lv.1 레이의이웃  1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3 만월의 밤 自宅警備員 06.26 2378
252 추락. 댓글1 양철나무꾼 06.14 2461
251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3 (끝) 네크 06.13 2193
250 無力と言う罪_after 블랙홀군 06.08 2269
249 예전에 쓴 즉흥시? 댓글1 귤탕자MAK 06.08 2315
248 無力と言う罪_Borderland 댓글1 블랙홀군 06.05 2384
247 남자로 돌아왔는데 두근거림이 멈추지않는다 댓글1 네크 05.23 2542
246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2 네크 05.22 2388
245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1 네크 05.16 2400
244 단상 1 WestO 05.11 2361
243 안개왕 이야기 네크 05.09 2383
242 여느 4월 때와 같은 날씨였다. Novelistar 05.04 2420
241 백마를 탄 놈 랑쿤 04.29 2572
240 무제 YANA 04.29 2537
239 꿈을 꾸는 이야기 네크 04.19 2370
238 부재 greenpie 04.19 2289
237 애드미럴 샬럿 4 폭신폭신 04.12 2363
236 통 속의 뇌 댓글1 네크 03.22 2532
235 Robot Boy - 2 댓글1 Novelistar 03.17 2581
234 Robot Boy - 1 댓글1 Novelistar 03.14 2429
233 마법사가 우주비행사를 만드는 법 댓글1 Heron 03.11 2523
232 239Pu 댓글1 Heron 02.25 2516
231 디트리히 루프트헬름의 이야기 (1) 네크 02.24 2489
230 별의 바다와 열두 이름들 이야기 네크 02.15 2602
229 운명론자 이야기 네크 01.25 2481
228 붉은 찌르레기 이야기 네크 01.23 2413
227 천랑성 作家兩班 01.18 2464
226 마녀 이야기 2(끝) 댓글1 네크 01.17 2486
225 마녀 이야기 1 댓글2 네크 01.16 2522
224 미래의 어떤 하루 주지스 01.07 2414
223 시간 야생의주지스 01.07 2542
222 그 해 가을 - 上 Novelistar 12.18 2829
221 애드미럴 샬럿 3 폭신폭신 12.15 2497
220 기관사 아가씨 16편 폭신폭신 12.06 2598
219 매장昧葬의 후일담後日談 Novelistar 11.10 2832
218 있을 때 잘해. 댓글1 Novelistar 10.31 2521
217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2 Novelistar 10.25 2396
216 상담사님과 함께 작가의집 10.24 2536
215 프로자식 레나 10.23 2577
214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1 Novelistar 10.21 2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