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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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이 성적이 영 신통치 않아서 보충을 받고 돌아가는 길. 저녁이라고는 해도 한여름이라 덥긴 매일반이고 길다란 훈련복의 치마는 더 덥게 만드는듯 했다.
그러고보니 훈련을 수료하고 나면 딱 학교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 뭔가 억울한걸.
그나저나 선생님..아니 교관님이 말했던대로 연방에는 사람이 부족하긴 한 모양이다. 나름 중요시설이라는 훈련소라는곳인데도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생각이 들때쯤 나무 그늘 밑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윤기있는 흑발이  청초한 미인이라는 인상이 들게했고 키도 크고 동기들이 입는것과는 약간 다른 디자인의 옷 아래로 나와있는 다리도 늘씬해서  사람들이 연방원들이 미녀라는 인상을 가지는것도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나도 이젠 연방원인데 나는 미녀급이 아니잖아?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때. 그 흑발의 미녀가 길에 쓰러졌다.

"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건가 했지만 일어나질 않는다, 애초에 아스팔트에 돌부리가 어디있어?!
"괜찮아요?"
"아, 네 고마워요. 오늘따라 힘이 없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뭔가 따끈한 느낌에 내 손을 보니 약간 검붉은 물체가 묻어있었다.
"피? 괜찮아요? 어서 소독하지 않으면.."
하지만 그녀는 기운이 없는채로 주저앉아있을뿐.
좀 미안하지만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려서 상처부위를 찾자. 어차피 여긴 여자들 뿐이니까.
하지만 발이나 다리는 멀쩡했다. 피가 좀 묻어있었을뿐. 상처부위는 아니였다. 그래서 점점 시선을 올린 나는 환부..라고는 할수 없는곳을 알아냈다.
"아, 저기... 좀..이 아니라 그..새셨는데요 좀 많이..."
"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힘없이 대답했다.
"아, 그러니까 그날이신것 같네요."
"그날이요?"
"...생리요."
"아..."

그녀는 드디어 납득했다는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리가 이런거군요... 말만 들어봤지 해보는건 처음이라.. 썩 좋은 기분은 아니네요?"
"..네?"

나보다 키가 십센치는 더 커보이는 그녀는 맹한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쩌죠?"

급한대로 내가 들고 다니던 생리대를 주긴 줬지만 피에 흠뻑 젖은 팬티를 입힌채로 돌려보낸건 잘한짓이였을까..



집에 돌아오니 마리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아 어서와. "
"응, 그런데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말이야."
"교복?"
"아니 뭐 그런셈인가. 아무튼 이옷 말이야. 밖에 돌아다니다보면 리본색이 다른 사람들이 있지 않아?"
"글쎄... 다른 반 아닐까?"
 그런가?"
"그런건 신경 끄고 같이 목욕탕에 들어가자! 두사람이 들어가기에 충분해!"

훈련생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건 좋았지만 탕이 좀더 좁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여쭤볼게 있는데요."
"음? 무슨일이죠 세리양?"
"어제 기숙사로 돌아가다가 리본이 보라색인 훈련생을 봤는데 리본의 색에 의미가 있나요?"
"아, 그건 말이죠. 음.. 검은색 리본은 연방 규정에 따른 정신과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고 보라색 리본은 수술후 적응중인 훈련생이예요. 치료가 끝나면 세리양처럼 흰색 리본으로 바뀌게되죠."
"아, 감사합니다."  

정신과 질환인가.. 그러고보니 그녀는 맹했었지. 정신병 때문이였을까..?


 
사격술 시간은.. 어제와 똑같았다.
아니 더 했다. 이번엔 권총을 던져주고는 마음대로 쏘라고 한다음에 교관은 아예 다른데로 가버렸다.

"이거 어떻게 쏘는거지.." 
동기들을 참고하는것도 불가능했다. 동기들을 따로따로 분리해서 쳐박아놨기  때문이다. 컨닝도 못한다고. 대체 이런다고 무슨 훈련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중요한건 까딱하면 사람을 죽일수도 있는 물건을 최대한 오작동을 피하면서 사용방법을 알아야 한다는거겠지. 내총에 내가 맞기 싫으니까.
방아쇠를 당겨봐야 나가질 않는다. 총알은 분명 받았는데..

"난감하네. 이게 끝나야 밥을 준다고 했는데.."
난감해하던 차에 머리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거야?"
"어?"

http://i.imgur.com/07TfhTD.jpg



마치 요정같은 분위기의 소녀였다. 말그대로 소녀. 귀여운 느낌의 분홍색 옷 뒤에는 마치 날개같은 장식이 달려있었고  그 위로는 잡티 하나 없는 흰 피부. 그리고 고양이 같은 표정을 한 얼굴, 그 위로는 금색의 머리카락.

"훈련생인가?  그거 줘."
소녀는 내 손에 들려있던 권총을 바라봤다. 어차피 밑질게 없었으니 권총을 건네주었다 
"흐응.."
그녀는 능속한 손놀림으로 권총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너희들 평소엔 소총보단 권총술이 더 중요할거야. 아무래도 민간지역에 배치되니 무거운 소총을 들고 다닐 바에야 권총을 들고 다닐일이 많겠지. 권총이 화력이 떨어지긴 해도 언제든 필요할때 꺼낼수 있다는점은 꽤나 든든하거든.  쓰다보면 3초내로 권총을 꺼내서 적 두명을 제압하는 정도까진 할수 있을거야. 그런데 너.."
어느새 권총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그리고 그 권총의 총구가 날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누군줄 알고 총을 건네주는거니."
앗.
"총은 네 목숨을 지킬수 있는 도구지만 네 목숨을 빼앗을때도 쓸수 있어. "
그리고 권총을 쏘았다. 순간 가슴이 철렁였고 이대로 죽는건가..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뭐해 너, 일어나."
라는 말에 내 자신이 쓰러져 있었음을 눈치챘다. 고통같은건 전혀 없었다.
"스미스 녀석도 괴팍하다니까. 아무것도 안가르쳐준 훈련생에게 일부러 고장낸 총을 건네주다니 말이야."
그녀는 머리카락을 긁더니 권총을 던졌다.
"받아, 그보다 너 재미있는 녀석이네. 이름은 뭐?"
"유세리..."
"아, 네가 걔구나? 이런이런, 애인과 뚝 떨어뜨려놓다니 스미스녀석 군기위원회에 회부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구나."
날 알고 있나 보네. 그것보다 얜 왜 말투가 이래? 나보다 훨씬 어려보이는데..
"뭐 그건 그렇고 묻고 싶은거라도 있어? 나도 점심시간까진 할것도 없고."
소녀가 나무에서 뛰어 내려왔다. 제법 높이가 있는데도 가볍게 뛰어내렸다.
진짜 요정같네..

"결혼 제도에 대해 알려줄까? 아니면 입양제도? 아니면 커플용 관사 등록에 대해?"
"아니.. 저기"
"아니면 차후 진로? 메이드 학과 어때? 메이드 사관학교까지 졸업하면 운좋으면 우리집에 올수도 있는데."
갑자기 그렇게 몰아쳐봐야..

그때 종이 울렸다.

"아, 점심시간이다. 밥먹으러 가야지."
그렇게 요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야 그게..

"어이!"
"세리야 어디있어!"
"아, 여기 여기!"

아무래도 고장을 고친건 나뿐인것 같다. 덕분에 가점을 받았지만 뭔가 찔렸다.

오후 수업은 평범했다. 연방의 역사에 대해 가르쳐 줬지만 마리아 교관부터가 '알아서 뭐해 이런거~' 하면서 늘어져 있었기에 별 의미는 없는듯 했다.
마리는 감동적이라며 눈이 촉촉해졌지만. 어쨌든 코코도 어제의 총알 피하기를 또 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별 문제없이 방과후가 되었다.
"으아, 드디어 퇴근이다.. 다들 대충 놀다 기숙사에 돌아가도록."
신기하게도 반쯤 졸면서 수업을 마친 마리아 교관은 흐느적 거리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마리, 기숙사에 가자!"
"미안해 세리야. 오늘 건강검진."
"아, 맞다 오늘이였지. 어쩔수 없네.. 어차피 기숙사에서 보게되니까."
으음.. 마리가 오기전에 좀 꾸며놓을까? 케이크라도 사가면 되려나...

라고 생각해서 케이크를 사러 가는길이였는데. 어제 사람이 쓰러졌던 그곳에 또 그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괜찮아요?!"
"흐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네요오.."
다른걸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에상대로 치맛속은 피칠갑이 되어있었다.
물티슈를 가방에서 꺼내서 급한대로 닦기 시작했다

"생리대도 안하고 뭐했어요?"
"생리라는거 하루만에 끝나는게 아닌가요..?"
뭐래 이건.
"며칠은 가거든요?! 그 나이 되도록 대체 뭐했어요?"
"생리는 처음이라니까요.."

대충 닦아주고 내 생리대를 꺼내긴 했지만 피에 푹 젖은 팬티가 역시 맘에 걸린다.
게다가 아무래도 병원으로 데려가야 할것 같다. 마리아 교관님이 그랬으니까,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뭐해?"
느닷없이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요정이였다.
아니, 오전 수업때 만났던 요정같은 소녀였다.

"아니 이 분이 그게.."
상대는 어린애다. 생리가 뭔지는 알고 있을까? 성교육을 받았다면 알겠지만... 이런상황에서 도와줄수 있을까?
"생리라서 지금..." 
못알아들으면 못알아듣는거고 도와줄수 있으면 좋은거니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말해버렸다.
"생리? 오호.."
소녀는 여전히 비몽사몽인 상태의 그녀를 바라보고는 그녀의 치마를 들췄다. 대충 닦았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검붉은 피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었다 .
"축하해."
"뭐?"

뭔 축하?!

"팥밥이라도 지어줘야겠네? 새옷도 맞춰야겠고.."
"정말..요?"
흐리멍텅하던 그녀의 눈이 순간적으로 맑아졌다.
"아무튼 일단 오늘은 쉬어야겠고 내일 생각해봐야겠구나."
그렇게 말한 소녀는 그녀의 목걸이를 꾹 눌렀다. 그리고는 소녀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하얀 구급차..같이 생긴것이 도착했다. 바퀴가 없어서 차라고 부르기가 뭐했지만. 아무튼 구급차에서 나온 몇명의 사람들이 그녀를 들것에 태워서 구급차로 데려갔다. 그녀들중 가장 계급이 높아보이는 자가 소녀를 향해 경례를 했지만 소녀는 고개를 살짝 까딱했을 뿐이다.

바퀴 없는 구급차는 미끄러지듯 우아하게 멀어져갔고 난 소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소녀는 자신의 손에 묻어있던 피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여기."
물티슈를 소녀에게 건네주었다. 소녀는 물티슈를 받고는 손을 닦아냈다.

"저기, 설명해주지 않을래?"
"뭘?"
"저 리본색은 그러니까.. 정신병이 있다고 하는거잖아?"
"응."
"그런데 생리를 가지고 축하한다느니.. 이해가 안되서 말야."
"아, 난 또 뭐라고."
소녀는 재주도 좋게 물티슈로 비행기를 접어서 날렸다.
"말 그대로야. 병을 치료했으니 축하해야 할 일이잖아?"

이게 또 뭔 소리야..

소녀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더 자세히 말해주었다.

"연방 표준 의학 분류표에 따르자면 성 동일성 장애는 엄연한 정신과 질환에 해당된다. 뭐 흔히 트랜스젠더라고 불리는 사람들 말이야. 알다시피 트랜스젠더는 보통 세계에서는 완전 치유가 불가능한 난치병. 치유의 희망이 없는 환자를 연방에 가입한다는 조건으로 치료해주는건 세리 당신도 잘 아는 일일텐데?"
당연히 잘 알고 있다.
"아, 응.. 하지만 트랜스 젠더를 어떻게 치료한다는.. 아!"
나보다 키가 큼에도 처음 한다는 생리....
"생물학적 성별을 바꿔주면 돼. 간단하지만 어려운 해결책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기도 하고. 어차피 연방 의학으론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성을 바꿔주고. 여러모로 관찰해주다가 무사히 초경을 끝내면 정식으로 연방 가입 절차를 밟게돼."
소녀는 당연하다는듯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난 그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태어나서 십년 이상 살아온 몸을 완전히 녹여버리고 새로운 몸을 받는다는 결정을 과감히 내린다는건..  으으 대체 몸이 다 녹아있을떄 무슨 기분이 드는걸까?"
소녀는 몸서리를 쳤다.
"이제 이해됐지?"
"응."
"그럼 새 친구를 환영해 달라구."
소녀는 기지개를 펴고는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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