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밝음 소설제 출품] The Lone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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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고독, 다이아몬드, 별, 집착

The Lone Star


  나는 하나의 보석을 찾아서 대서양을 건너 텍사스에 와 있었다. "Lone Star(외로운 별)"이라는 이름의, 큼지막하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라고 들었다. 잘나신 백작부인을 동생으로 두고 있어서 여행도 해보고 좋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기분을 말하자면 그건 또 전혀 그렇지 않다. 내 고용주뻘인 나의 동생 - 켄튼 백작부인은 절제력 없는 욕심쟁이에, 사치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서, 얼굴이 예쁘장해서 켄튼 백작에게 간택되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절대로 제대로된 인생을 살 수 없을 사람이다. 평민의 재산이기에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남긴 유산을 자기 머리 치장하는 데에 써버리고, 또 보름만에 그 머리를 풀어버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에는 분노를 넘어 좌절감까지 느꼈었다. 그런데 나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런 동생의 심부름이라도 하지 않으면 살 길이 막막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배멀미에 고생하면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보석을 찾고, 또 사모으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켄튼 백작부인의 심부름이시라는 거군요?"
  나를 앞에 두고 살피고 있는 텍사스의 총독의 눈빛은 그다지 곱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결국 예쁜 동생을 두었을 뿐, 본질은 귀족도 뭣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그 눈빛이 편안한 것도 아니기에, 나는 최대한 빨리 일을 처리하고 내뺄 심산으로 바로 요점을 이야기했다.
  "이 곳의 지명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만, 제 여동...켄튼 백작부인은 로이-조이스 플랜테이션이라는 곳에 가서 소식을 들어보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예, 원칙적으로는 로이-조이스 플랜테이션의 지주인 조이스 영감이 그 보석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총독은 우물쭈물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고 마는 품이, 어찌보아도 주저하는 모습이다. 뭔가가 있다 -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이런 일일수록 이야기를 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정석적인 방식대로 차분하고 끈질기게 총독의 말을 기다렸다. 아무리 초조해해도 이 쪽이 그저 기다리기만 할 뿐 반응이 없자, 총독은 앞에 놓인 차로 가볍게 입술을 적시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Lone Star는 피하는 편이 좋아요. 조이스 영감도 제정신이 아니고..."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마는, Lone Star는 흔히 이야기되는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라는 녀석입니다. 적어도 이 근방의 소문은 그래요."
  이건 또 어떻게 된 연유인가. 나는 미신을 굳게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또 철저히 배격하는 사람도 못된다. 우리가 알고있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총독쯤 되는 사람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그래도 잠시 흠칫하게 되는 것이다.
  "조이스 영감이 그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은 경위는 알고 있습니까."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왔습니다. 제 여동생이 Lone Star라는 이름과, 미국 텍사스의
로이-조이스 플랜테이션이라는 장소만 가르쳐 주었을 뿐이에요."
  총독은 자신이 꺼낸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에 호감이 생겼는지, 아까보다 훨씬 진지한 자세로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켄튼 백작부인은 믿을만한 분입니까."
  "약삭빠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분명 켄튼 백작부인이 아는 것도 그 정도 뿐일 거에요."
  멍청하다는 말을 적당히 돌려하는 것은 이제는 익숙해졌다.
  "Lone Star가 가져오는 불행은 보통의 저주받은 다이아몬드가 가져오는 그것과는 달라요."
  "그러고보니 아까 조이스 영감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지요."
  "...그건 Lone Star의 직접적인 영향은 아닙니다만..."
  그리고 총독은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Lone Star가 처음 조이스 집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남부의 대지주로서 조이스 가문이 크게 흥성하여 텍사스의 총독을 선출하는 과정에까지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입장이 되었을 때였다. Lone Star는 영국 본토에 있던 조이스 영감의 먼 친척들로부터 전해져 왔다고 한다.
  "그 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습니다. 사돈의 팔촌까지 전부 죽어 더이상 유산 상속자가 없어 재산이 바다를 건너온다니,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인 거에요."
  그렇게 바다를 건너온 Lone Star는 조이스 영감의 금고에 자리잡았고, 종종 파티 때면 그 근사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조이스 부인이 자랑하곤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그 시작은 조이스 부인이었다. 그녀는 말을 타다가 벼락을 맞았다. 사람이 벼락을 맞는 일이야 가끔 벌어지는 일이지만, 말을 타고 달리던 사람이 말과 함께 통째로 시커멓게 타서 뭉쳐져 버렸다는 이야기는 일찌기 들은 적이 없다. 조이스 영감의 첫째 아들은 낚시를 하다가 익사했다. 낚싯줄이 발목을 감은 채로 배에 끌려가는 형국이 되었는데, 감자기 불어온 바람에 배가 맹렬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들은 끝내 살아서 배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고 한다. 조이스 영감의 둘째 아들은 흑인 하녀를 강간하다가 복상사했다. 그의 약혼녀는 미쳐버렸다. 그 다음에는 조이스 영감의 친구들에게 하나하나 불행이 닥쳐왔다. 어떤 이는 술자리에서 싸움이 붙었다가 반신불수가 되었고, 어떤 이는 지붕을 고치던 하인이 떨어지는 바람에 깔려서 비명횡사하였다. 하나같이 괴이한 방법으로 죽고, 불구가 되어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나자, 남은 사람들은 조이스 영감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직까지 멀쩡한 것은 그 때에 재빨리 조이스 영감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지금 조이스 영감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그렇게 가장 가깝던 주변 사람들부터 하나 둘 떠나가는데 사람이 제 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지요. 그러지않아도 연달은 충격으로 위험하던 사람이 지금은 방 안에 틀어박혀서 하인들과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완전히 돌아버렸답디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협상자에게 이것은 좋은 조건이다. 만약에 Lone Star에 대한 소문이 퍼져서,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심신쇠약인 사람과 거래를 하는 것이라면, 거래 과정은 조금 번거롭겠지만, 금전적으로는 크게 이익을 볼 수 있다. 아무리 보기싫어도 내 동생은 내 밥줄을 쥐고있는 사람이다. 일단은 그녀에게 맞추어서 장사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건 좋은 기회다.

  만약 내게 정말로 그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를 살 생각이 있다면.

  그 저주가 실제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일단 나는 조이스 영감을 만나보지 않으면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상 조이스 영감을 만났을 때에, 나는 켄튼 부인을 위해 그 다이아몬드를 사는 것은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가져가! 제발 그 빌어먹을 보석을 나에게서 가져가란 말이야!"
조이스 영감은 내가 이야기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틀어박혀있던 자기 방 문을 걷어차고 뛰쳐나와서는 다짜고짜 내 바짓가랑이에 늘러붙었다.
  "끔찍하게 죽고 싶지 않으면 그 보석을 가져가! 안그러면 내가 뚫어져라 너를 노려볼거야. 그러면 너도 끔찍하게 죽고 말거야!"
  도저히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웬만하면 바로 거래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했는데, 이건 지나치게 실성하여 도저히 이야기를 꺼낼 상황이 아니다. 과연 재산관리인이 저택에 함께 거주하고, 그리고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그랬던 재산관리인도 지금은 느닷없이 벌어진 상황에 넋놓고 영감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조이스 영감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우리를 제치고 허위허위 어딘가로 걸어가는 듯 싶더니 이번에는 거창한 것을 들고 나타났다.
  "쏴! 이걸로 나를 쏴!"
  쌍발 엽총을 휘두르는 조이스 영감을 보고 나와, 재산관리인과, 하인들은 하나가 되어 비명을 질렀다. 화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지붕에서 재가 우수수 떨어졌다. 착실하게 실탄을 쟁여둔 모양이다. 이번에는 그는 그 총구를 자신에게 향하고 개머리판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아무나 방아쇠를 당기라고, 당겨달라고 야단이었다.
  "진정하세요!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재산관리인이 달려들어 그를 채 저지하기 전에, 내가 보는 앞에서,  조이스 영감은 기어이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Lone Star에 정말로 뭔가 끔직한 것이 씌어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눈 앞에서 한 노인이 그 보석을 외치면서 자기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것을 본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내 인생을 거는 도박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요컨대, 만약 Lone Star에 뭔가 정말로 끔찍한 것이 씌어있다면, 그래서 그 소유자의 주변 인물들이 불행을 당하고, 그 소유자는 충격과 고독으로 미치는 것이라면, 동생이 충격받고 고통받는 거야 내가 알 바 아니지만, 그 전에 내가 저 모양으로 비명횡사할 수도 있다는 것 - 이것만은 정말 피하고 싶은 가능성이다.

  "아니야. 싫어. 나는 그런 다이아몬드라면 필요없어."
  여기까지 이야기를 했을 때, 여동생 - 켄튼 백작부인은 고개를 홰홰 저었다. 그 모습은 누가 보면 마치 정말로 가족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느낄만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아버지의 죽음을 대했을 때에 그 유산을 보고 혀를 찼던 모습을 기억한다. 저것은 그저 자기를 위해 세상을 뛰어다녀줄 심부름꾼들이 사라지면 불편하다는 생각일 뿐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다이아몬드는 필요없어'가 아니라 '나는 그런 다이아몬드는 필요없어'인 것이다. 이기주의적인데다가 멍청하기까지한 이 아이의 행동에는 오래 전에 이미 질렸다.
그래서 겉으로 지어낸 웃음으로 간결하게,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다행입니다."
하고 이야기하고는 돌아섰다.

  나는 빨리 돌아서야 했다. 내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거저 얻은 보석이 부려줄 마법을 생각하자 나는 도저히 입가에 번져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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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인찌질이님이 개최하셨던 밝음 소설제에 출품했던 글입니다. 백업을 핑계삼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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