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포춘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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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용사가 동굴을 지나고 있었다. 슬라임이 가득한 동굴이었다. 한 번 해치운 슬라임은 분해된 채 다시 달려들었기 때문에 몇 번에 걸쳐 해치워야 했다. 경험치도 얼마 주지 않았기에 용사들은 길목에 있는 슬라임만 적당히 상대하며 동굴을 지났다.
 슬라임을 해치우며 다섯 용사는 같은 생각을 했다. 그것은 전설의 포춘쿠키에 대한 생각이었다. 일찍이 2천년 전 대마왕이 공포로 세상에 군림하고 있을 적 내려오는 이야기였다. 대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나선 세 용사가 있었으니, 세 용사는 대마왕을 무찌르러 가던 중 동굴 안에서 전설의 포춘쿠키를 찾아내 먹었다고 한다. 그 때까지 포춘쿠키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고, 세 용사는 그저 체력 회복의 수단으로만 포춘쿠키를 먹었지만, 먹고 나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세상의 존망을 건 대마왕과의 승부가 시작되었다. 대마왕은 용사들의 레벨을 아득히 뛰어넘었고, 손 써보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세 용사는 패색이 짙었다. 그 때 마법사가 갑자기 포춘쿠키를 떠올렸고, 다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갑자기 위화감이 들었다. 갑자기 대마왕의 방 안에 있는 책상이 신경쓰였다. 그래서 마법으로 책상을 밀어젖혔는데, 아래에서 마왕이 데리고 있던 요수가 나타났다. 요수는 대마왕을 공격했다. 대마왕은 당황했다. 전사는 이 상황에서 포춘쿠키를 떠올렸다. 그러자 유독 대마왕의 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전사는 대마왕이 요수랑 싸우는 동안 꼬리를 잘랐다. 대마왕의 갑옷이 녹아내렸다. 고통으로 울부짖는 대마왕에게, 포춘쿠키를 떠올린 궁수가 눈에 들어온 대마왕의 허벅지에다 빛의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대마왕이 엎어져 가쁜 숨을 내쉬었다. 세 용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마왕을 해치웠다.
 그 뒤 세 용사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지고 살았다고 한다.그것이 2천년 전부터 내려오는 포춘쿠키 전설이었다.
 동굴을 지나는 다섯 용사 역시 말하지 않았지만 포춘쿠키를 의식했다. 그러다 성직자가 드디어 입 밖으로 말을 꺼냈다. 성직자는 메이스로 슬라임을 터트린 뒤 물었다.
 "야, 여기엔 포춘쿠키가 있을까?"
 그러자 전사가 면박을 주었다.
 "성직자라는 놈이 기도는 안 하고 요행이나 바라냐? 다 옛날 얘기고, 그런 건 없어 임마."
 그러자 도둑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재잘거렸다.
 "그래도 내가 한 번 찾아볼게!"
 전사가 짜증냈다.
 "야 넌 좀 뛰어다니지좀 마, 정신 사나워. 제발 우리 싸우는 거나 도와줄래?"
 도둑은 팽 돌았다.
 "어떻게 넌 하나부터 열까지 짜증이니? 남자인데 생리라도 하니?"
 "죽을래?"
 전사는 도둑을 잡으려고 했으나 발빠른 도둑이 멀찍이 달아났다. 올라운드 캐릭터이자 무리의 미모를 담당하는 엘프가 전사를 진정시켰다.
 "싸우지 말고 지나가는데 집중하자, 쟤는 알아서 따라오잖아."
 "그, 그래."
 전사는 엘프를 보니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속으로 저 엘프랑 한 번 해야되는데…… 생각했다. 2년째 해온 생각이었다. 그 때 도둑이 외쳤다.
 "야 일로와봐! 여기 뭐 있어!"
 용사 일행은 도둑이 있는 곳으로 갔다. 도둑의 발 아래엔 고풍스러운 곽이 반짝였고, 곽 안에는 쿠키가 있었다. 일행은 직감했다. 이것은 전설의 포춘쿠키다.
 "이거……," 라고 도둑이 포춘쿠키를 집어들려는데, 갑자기 도둑이 벽으로 밀쳐지더니 쿠키가 마법사의 손 안으로 들어갔다.
 "야! 뭐하는-"
 도둑이 소리치기도 전에 포춘쿠키는 마법사의 입 안에 있었다.
 "이런 건 원래 마법사님이 가장 먼저 드셔야 한단 말씀."
 전사는 혀를 끌끌 찼다.
 "저 허세종자, 누가 먼저 먹는 게 대수라고……. 맛은 있냐?"
 "아니? 좀 이상해. 좀 이상한데…… 기분도 이상하네."
 전사는 쿠키를 일행에게 나누어주며 말했다.
 "당연히 이상하겠지, 이게 어떤 쿠킨데. 우리 먹을 땐 방해하지 마라."
 용사들은 쿠키를 먹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동굴이 흔들리며 천장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무너진다! 얼른 나가야해!"
 "슬라임이 몰려오고 있어!"
 동굴 안의 모든 슬라임들이 일행의 길을 막았다. 아까 분열되었던 슬라임도 있어 양이 많았다. 일행은 최선을 다해 슬라임들을 해치웠다. 찌르고 자르고 마법을 날리고…… 그러는 사이에 동굴은 더 크게 흔들렸다. 마법사가 소리질렀다.
 "나 몸이 좀 이상해!"
 "렙업했어? 아니면 쿠키 먹고 스탯이 오른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마법사가 난처해했다. "아랫배가 좀 아파."
 전사는 칼을 휘두르면서도 짜증냈다.
 "그러니까 내가 홀딱 벗고 다니지 말랬지! 방어력 높다고 천 몇개 걸치더니, 응? 마법사란 애가 왜그렇게 생각이 없니?"
 "이 상황에도 그런 말이 나와? 아 씨…… 점점 아픈데."
 "여기서 설사라도 하게? 동굴만 나가면 되니까 좀만 힘내봐!"
 다른 일행도 그간 잘난척하고 이기적으로 굴었던 마법사에게 한 마디씩 했다. 마법사는 뭐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점점 배아파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몸에선 한기가 느껴졌고 아랫배는 견딜 수 없어졌다. 주문도 간신히 외웠다.
 "슬라임 다 해치우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시간 없어!"
 동굴은 서있기 어려울 만큼 흔들렸다. 갑자기 도둑도 복통을 호소했다.
 "야, 나도 아랫배가 아파, 어떡하지?"
 "어떡할래, 싸고 올래, 응? 지금 뭐하는 거야 너네!"
 그 다음엔 궁수가, 그 다음엔 엘프가 복통을 호소했다. 전사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지금 다들 대체 뭐하는 거냐고! 설사하다 죽을래? ……어, 나도 배가, 으응으응……."
 일행은 슬라임에게 포위되었다. 몸도 상황도 다급했지만 방도가 없었다. 동굴 바닥이 갈라지고 한 무더기의 돌이 떨어졌다. 나가는 길이 막혔다. 전사가 속삭였다.
 "안 돼…… 엘프랑 해보지도 못하고……."
 전사가 채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동굴이 무너졌다. 일행은 목표를 이루지도 못하고 다 죽어버렸다. 실은 동굴을 통과해도 무사하기는 힘들지 몰랐다. 왜냐하면 습한 곳에 너무 오래 있던 포춘쿠키가 식중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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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셰퍼드
으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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