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미래다 - 끝

민간인 0 2,419
 

나는 서울에 도착한 뒤 폰을 켰다. 내가 폰을 꺼놓은 사이, 너는 읽으라며 수많은 말들을 보냈지만 나는 깡그리 무시했다. 나는 네게 전화했다.
서울이야.
……꼭 와야겠어?
신림 몇 번 출구로 갈까.
너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2번 출구.
알았어. 기다려.
나는 미래를 데리고 지하철을 탔다. 미래는 불안해했지만 울지 않았다. 신림역 2번 출구에서 너가 기다리고 있었다. 네 모습을 보니, 나는 울며 너를 간절히 용서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말을 아꼈다. 한 마디라도 잘못 뱉으면 걷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아서였다.
너는 말했다.
미래도 데려왔어?
내가 말했다.
혼자 나온 거야?
너는 내 물음에 대답했다. 어……. 그리고 말했다. 까페로 가자.
나와 미래는 너를 따라갔다. 서울 공기의 유독함이 내 숨을 졸랐다. 앞서가는 너가 무어라 말했지만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고, 내 되물음도 묻혀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않았다. 아무 말도 않으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던 너도 점차 조용해졌다. 우리는 까페에 들어가서 자리잡았다.
너는 말했다.
난 별로 할 말 없어. 미래는 이리 줘, 내가 데려갈게.
나는 이를 악물었다.
공부는 좀 했어? 좀있음 시험이잖아.
, 그냥저냥.
……,
나는 묵직한 무언가를 삼켰다.
……너를 위해 너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어. 근데 넌 허락하지 않았지.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냐.
난 너를 잘 안다고, 너가 그렇게 말했지. 너는? 너는, 나를 알아?
너는 말했다.
"왜 너를 알아야 해?"
주먹 쥔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뭐가 되는데?"
"난 너보고 좋아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
"전혀 미안하지 않구나."
"미안해."
그 말의 무미건조에서, 나는 어떤 대화도 잇지 못함을 알았다. 너가 말했다.
"이제 돌아갈거야. 고양이 돌봐줘서 고마워. 데려갈게."
"미래는 내가 데려갈게. 그러고 싶어."
"무슨 소리야. 내 고양이야 미래는."
미래도 너에게 가는 것인가. 나는 고양이의 이동장을 열었다. 너는 미래를 꺼내 안았다.
그러자 미래는 네 품에서 발버둥쳤다.
"!"
미래는 네 손을 긁으며 품안에서 나왔다. 너가 호소했다.
"미래야, 엄마랑 가야지, 왜 그래."
미래는 너와 나를 번갈아보았다. 그러더니 너를 보며 야옹, 한 번 울고는 내게 뒤돌아섰다.
나랑 갈래? 나는 미래에게 물었다. 미래는 내게 대답하듯 다가오더니, 벌린 팔에 안겼다. 고단한 듯 눈을 감고 골골거렸다. 나는 망연해하는 너를 보며 말했다. "내가 데려갈게. 걱정 안 해도 돼." 그리고 나는 돌아섰다. 너에게서 떠났다.
나는 통로로 나와 고양이를 끌어안고는 멀어지는 너를, 서울을 낯선 풍경을 보았다. 나와 미래만이 남았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 것인가. 너와 헤어진 뒤 분명해졌다. 나는 돌아가는 무궁화 하행에서 배 사장님에게 전화했다. , 사장님, 저에요. 전에 알아봐주신 곳에서 일하려고 전화드렸어요. 너무 늦게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더 알아봐주시겠다구요? , 고맙습니다. 괜찮아요, 학교 학점은 딸 수 있으니까요. 일하면서 졸업할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나는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 고양이는 나를 보며 야옹, 울더니 다시 눈을 감아 골골거렸다. 내가 무엇이 되는지는 너는 신경도 쓰지 않으리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너. 하지만 당당하며, 자존심을 잃지 않는 너. 잘 때마다 다가와 품에 안겨 체온을 나눠주는, 나를 선택하고, 떠나지 않은 너. 이제 나는 너를 위해 살리라. 너는 나의 미래다. 나는 너의 미래다.


Author

Lv.1 민간인  2
36 (3.6%)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3 雪遠 - 3 Novelistar 10.15 2338
212 雪遠 - 2 Novelistar 10.06 2497
211 개목걸이 댓글2 주지스 10.05 2517
210 (본격 아스트랄 판타지)성스러운 또띠야들의 밤-1 댓글3 greenpie 10.04 2425
209 길을 무는 악마 댓글4 작가의집 10.03 2629
208 Resolver(리졸버) - 4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10.03 2453
207 雪遠 - 1 Novelistar 10.03 3249
206 Resolver(리졸버) - 3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28 2434
205 walking disaster 1.1 - 구원 댓글2 전위대 09.28 2462
204 추격 안샤르베인 09.26 2307
203 휴식 안샤르베인 09.25 2303
202 죽음의 완성. 댓글2 흐린하늘 09.24 2261
201 부탁 댓글2 안샤르베인 09.24 2427
200 정리 안샤르베인 09.23 2485
199 반의 성공, 반의 실패 안샤르베인 09.22 2406
198 합류 안샤르베인 09.21 2250
197 드러남 안샤르베인 09.21 2146
196 Reslover(리졸버) - 2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20 2298
195 의논 댓글2 안샤르베인 09.20 2331
194 도주 안샤르베인 09.19 2213
193 의심 안샤르베인 09.19 2204
192 전투 댓글2 안샤르베인 09.17 2318
191 습격 안샤르베인 09.17 2145
190 기억 안샤르베인 09.15 2155
189 [습작] 죽음을 거스르는 방법 Prologue 댓글4 앙그라마이뉴 09.14 2414
188 Resolver(리졸버) - 1 댓글5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14 2395
187 위험 안샤르베인 09.14 2478
186 예감 안샤르베인 09.13 2145
185 일행 안샤르베인 09.12 2249
184 심문 댓글2 안샤르베인 09.12 2268
183 관찰 안샤르베인 09.12 2433
182 발견 안샤르베인 09.11 2592
181 무슨 일이 있었나? 안샤르베인 09.10 2239
180 알현 댓글6 안샤르베인 09.10 2200
179 서찰 안샤르베인 09.09 2179
178 Resolver(리졸버) - 프롤로그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09 2158
177 이성적인 악함 댓글1 작가의집 09.08 2205
176 전달 댓글2 안샤르베인 09.05 2201
175 협박 댓글2 안샤르베인 09.04 2178
174 반항 댓글2 안샤르베인 09.03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