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공모에 낼 소설] 결혼식 (2/2)

BadwisheS 0 2,500

 

나는 생각했다. 이 곳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모여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마음에 평생을 산 나의 볼품없는 그것, 그것을 위해 사회에 맞서는 어쩌면 위태로운 민호와 유민의 그것, 죽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번갈아가며 마음을 괴롭히는 아현의 그것,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어찌하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진수의 그것이 바로 이 곳에 모인 사랑이다. 그것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은사님은 사람, , 그리고 다른 모든 것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보이시며, 사람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도 사랑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 어쩌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직은 어린 이 청년들을 이끌어야 할 내가 품어야 할 태도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잡고, 나는 민호와 유민의 준비되지 않은 결혼식을 축복하기로 했다. 둘이 팔짱을 끼고 내게 마주섰다.

 

「……하나님께서 만든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이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아름다운 것들의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움을 기념하고, 축복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관계와, 행동 양식과, 그 사랑의 형태는 남들과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그 만큼이나 많은 사랑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새로 시작하게 되는 이 사랑의 형태를 잘 기억하시고, 마음속에 사진으로 남겨두어 앞으로 한참이 지나 인생에 황혼이 찾아올 때 꺼내보시며, 과거와 현재의 사랑의 형태는 같은 것인가, 살피시길 바랍니다. 이것으로 제 축사는 마치겠습니다. 입장하신 두 분께서는 마지막으로 맹세의 입맞춤을 하여 주십시오.

 

두 남자가 서로 가볍게, 그리고 수줍게 입을 맞춘다. 그 때 고물 발전기가 마침내 전구송이에 전력을 공급하며 요란하게 돌아간다. 그리고는 언덕을 불빛으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세 사람의 조용하고 느긋한 박수소리가 그칠 줄을 모르고 조용한 밤을 가득 채웠다.

 

Author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73 고래 댓글6 레이의이웃 08.31 2339
172 切段 댓글4 Novelistar 08.27 2439
171 납치 안샤르베인 08.26 2274
170 마주침 댓글4 안샤르베인 08.18 2341
169 뒤를 무는 악마 댓글2 작가의집 08.10 3039
168 작문 쇼 댓글2 민간인 08.10 2487
167 애드미럴 샬럿 2 폭신폭신 07.30 2370
166 검은 나비의 마녀 댓글1 블랙홀군 07.17 2445
165 애드미럴 샬럿 1 폭신폭신 07.15 2487
164 섬 저택의 살인 9 댓글2 폭신폭신 07.06 2412
163 섬 저택의 살인 8 폭신폭신 07.04 2495
162 네버랜드 - 3. 엄마? 마미 07.03 2477
161 섬 저택의 살인 7 폭신폭신 07.03 2385
160 네버랜드 - 2. 알브헤임 마미 07.02 2297
159 섬 저택의 살인 6 폭신폭신 07.02 2416
158 섬 저택의 살인 5 폭신폭신 07.01 2315
157 도타 2 - 밤의 추적자 팬픽 Novelistar 06.30 2365
156 섬 저택의 살인 4 폭신폭신 06.29 2294
155 네버랜드 1. 웬디 그리고 피터팬 마미 06.28 2294
154 라노벨 부작용 다움 06.27 2398
153 파리가 사람 무는거 본적 있어? 댓글2 다움 06.27 2718
152 카라멜 마끼아또, 3만원 어치 민간인 06.26 2465
151 섬 저택의 살인 3 폭신폭신 06.26 2262
150 섬 저택의 살인 2 폭신폭신 06.24 2251
149 섬 저택의 살인 1 폭신폭신 06.23 2289
148 무제 민간인 06.22 2432
147 발을 무는 악마 댓글6 작가의집 06.19 2542
146 [본격 휴가 나온 군인이 쓰는 불쌍한 SF 소설] 나방 (#001 -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사람뿐) 레이의이웃 06.11 2441
145 인문혁명 댓글2 Tongireth 06.11 2782
144 손님을 맞는 이야기. 폭신폭신 06.05 2423
143 훈련소에서 댓글1 폭신폭신 05.25 2489
142 [공모전에 낼 소설 초안] 꿈, 혁명, 그리고 조미료와 아스피린 (1) 댓글1 BadwisheS 05.19 2574
141 학교에 가는 이야기. 폭신폭신 05.13 2459
140 세달만에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 폭신폭신 05.12 2223
139 뚜렷 한흔적 댓글2 다움 05.10 2466
138 Spinel on the air(스피넬 온 디 에어) - 프롤로그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4.26 2264
137 마지막 약속 댓글3 안샤르베인 04.18 2393
136 빛이 지는 어둠 속 작가의집 04.14 2585
135 아름다웠던 하늘 김고든 04.10 2479
134 이별의 아침 아이언랜턴 04.09 2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