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 rhapsody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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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 생포 작전을 보았다. 돌연변이 괴수를 이긴 인간의 힘이었다. 생의 최초이자 최고의 용기를 냈던 문 군은, 공무집행 방해로 잡혀 들어갔다.

 희생자, 피해자자들에겐 국가 차원으로 배상했다. 대전시는 올레길을 비롯한 등산로를 정비하는 한 편, 시민들에게 방만하게 보이던 축제 지원비를 줄여 복지 예산을 늘렸다. 이제 장동에는 복지사가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갔다. 그리고 반려동물 등록제가 강화되었다. 등록하지 않거나 등록하고서도 유기하는 사람은 벌금 300만원을 내야했다. 동시에 대전시에 있는 천변과 자전거로들을 반려동물과 함께 가도 되는 조례안을 냈다. 중성화사업을 추진해서 길고양이의 번식을 막았고, 그러면서도 동네마다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를 운영했다. 바야흐로 고양이의 도시가 되어가는 대전시였다.

 사람들의 얘기를 해보자. 카이스트, 연구개발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체에서 최 노인을 초청했다. 최 노인은 유래 없는 명사가 되었다. 하지만 최 노인은 모든 초청을 거절했다. 그러나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 특히 고양이 추격전을 보고 일찌감치 인생의 행로를 결정한 어린 아이들을 반겼다. 이제 갑천변에 나가면 최 노인과 최 노인이 조종하는 장난감들을 볼 수 있었다. 운이 좋다면 자신이 직접 최 노인에게 설명을 들으며 움직여 볼 수도 있었다. 당연히 무료였다.

 양 연구원은 최 노인에게 자극 받아 연구원직을 그만두려고 했다. 하지만 수많은 제의들을 받았고, 그 중 자신이 좋아하는 제의를 골랐다. 대기업으로부터 연구개발비 일체를 지원받으며 하고 싶은 개발을 마음껏 해보는 것이었다. 양 연구원은 대전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틈틈이 최 노인과 어울려 장난감을 조종했다.

 박 연구원의 경우는 다른 두 사람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잘못들이 속속들이 들춰졌다.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본인이 가장 걱정하던 방만한 예산 사용은, 연구비 이외에 다른 용도로는 횡령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샘플의 방출, 고양이의 유기, 유기한 고양이가 저지른 극심한 피해를 어느 정도 책임져야 했다. 고양이를 등록하지 않았다는 괘씸죄도 추가되었다. 그나마 다행은 몇 년 간의 처벌 이후를 기다리는 몇몇 곳이었다. 어느 은밀한 단체에서 출소한 뒤 고양이의 성장 연구를 지원해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하지만 받아들인다고 해도 교도소에서 나온 뒤에나 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깊이 인상을 남긴 문 군은 어떻게 되었을까. 문 군은 카서스가 잡힌 뒤에도 카서스와 같이 있었다. 그것도 취직이라는 형태로 말이다. 문 군의 새 직장은 대전동물원이었다. 문 군은 카서스를 전담하여 돌보았다. 하루하루 카서스의 귀여움을 만끽하며 살았다.

 카서스는 잡힌 이후로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최종적으로 대전 동물원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카서스를 두고 싸웠다. 피해자들이 정부와 대전시, 카이스트를 상대로 보상 소송을 했다. 카서스의 사살 요구도 빗발쳤다. 그러나 카서스가 가진 유전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나섰다. 그 와중에 연고를 찾지 못한 채 죽은 노인들의 가족이 등장했다. 보상을 요구하는 뻔뻔함에 사람들은 기가 질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카서스와는 동떨어진 일이었다. 카서스는 인간사에 일어나는 아무 일도 알지 못했다. 동물원 방문객이 카서스 덕분에 네 배로 늘었다. 대전동물원은 외진 곳이라는 장소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박람회를 열었고, 성황리에 마쳤다. 공식적으로 집계 되진 않았지만 외지에서 대전을 찾는 방문객도 세 배는 늘었다. 세계고양이협회는 코리안 숏헤어 종을 정식으로 등재했다. 이 모두가 카서스 때문에 생긴 일이지만, 카서스는 전혀 관심 없었다. 이젠 전적으로 사람들의 싸움이었다.

 이로써 한바탕 고양이 광시곡이 끝났다. 널찍한 우리 안에서 카서스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오히려 사람들을 구경하는 듯한 나른한 태도로 굴었다. 문 군의 품 안에서 가르릉 녹았고 가끔씩 꿈꾸었다. 찾으러 온 많은 사람들이 카서스의 귀여움에, 고양이라는 종이 주는 품격에 감동을 받았다. 그러다가 간혹 카서스는 문 군을 보며, 먹이를 보며, 장난감을 보며 열렬한 호기심을 보였다. 그 때만큼은 카서스에게 세상에 카서스와 장난감 밖에 없었다. 그건 가게 한 곳에서 남몰래 장난감 차를 만들던 최 노인의 눈이었고 연구소 뒤에서 날다람쥐를 만들고 조종하던 양 연구원의 눈이기도 했으며 카서스에게 주사를 놓던 박 연구원의 눈이자 자신에게 홀린 문 군의 눈, 최 노인을 찾아간 어린 아이들의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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