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성남과 수원FC의 '깃발'

양양 4 5269

* 일부 정치인이 언급될 수 있으나 정치와는 무관합니다.

지난 2016 K리그 2라운드에서 성남과 수원FC(이하 수프)는 구단주끼리 나서 경쟁심을 형성하였습니다. 구단주들은 스스로를 각 팀의 "팬"을 자처함과 동시에 상대 구단주에게 "쫄리냐?"라는 식의 SNS글을 통해 도발을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그러다가 구단주들끼리의 내기로까지 번졌는데, 이긴 팀이 진 팀의 구장에 일정 기간동안 "승자팀의 깃발"을 게양하는 걸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이는 K리그 규정상 전혀 문제가 없을 뿐더러 성남과 수원이라는 두 도시는 악의는 없을지언정 최소한 경쟁심을 끌어올릴만한 요소가 다분했기에(분당선으로 이어져있는 인접도시, 둘 다 100만에 달하는 인구, 경기도에서 손꼽히는 경제수준, 같은 시민구단) 이 매치는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 글을 늦게 작성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언론의 엄청난 관심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웠다는 부분도 있어 상당시간 텀을 두고 적게 된 것도 있을 정도로 언론의 관심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우선 수프는 이제 갓 승격한 신생팀에 가까운 수준이고, 성남도 과거 일화시절만큼의 영광을 찾기에는 무리가 있는 팀이기에 무슨 수삼과 서울의 슈퍼매치급을 기대하게 만들만큼은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언론은 매일 이 매치를 더비로 만들고자 했으며, 제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더비는 팬이 만드는 것이지, 언론이 만드는게 아니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언론의 관심이 사그라든 뒤에 적을 요량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열기가 어느 정도 사그라든 지금, 이 경기에 대한 리뷰를 해 볼까 합니다.

 

1. 상업적 성과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박입니다. 수프의 홈 구장인 수원종합경기장은 원래 좌석으로 수용규모가 1만1천명 수준입니다. 그런데 입장한 관중은 집계수만 1만2천8백여명입니다. 수원시에서 이 경기가 있기 전에 가변좌석을 추가하지 않았더라면 홈 관중들이 불편을 겪었을지 모를 정도로 사실상 만원관중을 동원하였습니다. 가변좌석이 없었다면 1800여명은 그냥 서서 90분을 봐야 했을 테니까요. 또한 이렇게 관중이 몰릴 수 있었던 이유는 수원시민이 수원의 축구팀은 수삼만 있는게 아니라 수프도 있다는 걸 확실하게 인지하였음은 물론이고, 원정을 온 성남도 서포터들로 원정석을 가득 메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만석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지요. 이로 미뤄 볼 때, 관중 동원은 확실하게 성공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중동원력이 차후에도 있을 수입과 연관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이 매치의 상업적인 성과는 두 팀에게 있어 반가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2. 경기양상

1) 전반전 - 성남이 이끌어가는 모양새

전반은 성남이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박용지에게 간 패스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골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후에도 수프는 공격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중거리 슈팅만을 보여주며 지난 전남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남도 일단은 공격을 주도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딱히 결정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전반이 마무리됩니다.

2) 후반전 - 수프가 이끌어가는 모양새

후반에서 먼저 골이 터진건 티아고의 코너킥 골이었습니다. 성남은 후반 15분경에 잡은 코너킥 찬스에서 키커인 티아고가 왼발로 찬 킥이 그대로 골로 인정됩니다. 박형순 키퍼가 펀칭하기는 했으나 펀칭 전에 이미 골라인을 지났다는 판정이었지요. 그리고 이걸로 성남은 경기를 유리하게 만드나 했는데...

이재안의 크로스를 절묘하게 인프론트 킥으로 마무리한 김병오가 바로 득점에 성공하며 1:1로 따라갑니다. 이후 경기의 흐름은 실질적으로 수프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수프는 이후에도 공격을 몰아치며 역전을 노려봅니다. 하지만 두 팀간의 팽팽한 균형은 깨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경기는 1:1로 종료됩니다.

 

3. 문제점

몇 가지 문제점을 꼽자면

1) 수프의 미발달 서포팅

수프는 홈임에도 불구하고 응원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되려 성남의 서포팅 소리가 경기장을 지배하고 있었지요. 이는 관심과는 별개의 문제인데, 서포팅은 일반적으로 서포터들의 리드와 관중의 호응으로 이루어집니다. 허나 수프는 이제 클래식으로 승격되었고, 이에 대해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는 수프가 꾸준히 클래식에 잔류하여 경험을 쌓는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챌린지로 내려가게 된다면 1만명의 관중이 모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수원 시민들에게 이런 모습이 익숙해 질 수 있도록 수프의 잔류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입니다.

 

2) 성남의 마무리능력

성남은 이번 경기에선 상당히 불안한 마무리를 보여주면서 "충분히 압도할 수 있음에도" 그 우위를 전혀 살리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김학범 감독도 잘 알고 있을테지만... 이에 대해서는 딱히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겁니다.

 

3) 수프의 중거리 난사

중거리 슛만을 지나치게 노리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 특히나 전반에 보여준 중거리 난사는 팬들에게 있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모습은 좀 고쳐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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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함장  
그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었군요.
깃발빵이 되겠네요
양양  
경기 결과는 1:1로 비겨서 깃발빵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양팀 모두 비교적 만족할 만한 결과를 냈다 생각됩니다.
paro1923  
샤다라빠는 터키 리그에서나 보던 걸 국내 리그에서 볼 뻔했다고 얘기했죠.
양양  
이런 스토리가 언론같은 제3자가 아니라 팀의 구성원이 만들어 나간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과거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가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매우 흡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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