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바를 하고 있는데, 오늘 진상 손님이 왔습니다.

함장 2 7986
오늘 오후에 손님들이 들어왔는데, 참 뭐라고 말해야 할까. 기묘한 일행이었습니다.

머리털은 하얗게 새었는데 키 190센티미터 쯤은 되어보이는 근육질 백인 남성.
그리고 굉장히 미인인 백인 여성,
역시 엄청 키가 큰 험상궃은 개조 학생복 깡패,
전통 의상 같은 옷을 입은, 덩치크고 밥맛없어 보이는 흑인.
이렇게 기묘한 조합의 일행이었습니다.

일행은 카페 한 가운데 앉아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만.
그 대화소리가 정말 지나치게 큰 데다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영어?)를 잔뜩 섞어서 하는 탓에
카페 분위기가 정말로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른 손님들이 힐끔힐끔 보지만 전혀 신경쓰지도 않고.
특히 그 가운데 노인은 그야말로 분노가 폭발한 듯이 횡설수설을 하는게, 무슨 치매 증세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약간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도 흡혈귀라느니 조상이라느니 이집트라느니.
완전 헛소리 밖에 없고.

그러다가 급기야는 노인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테이블 위에 놓더니
그대로 손으로 내리쳐서 파괴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소음 때문에 다른 손님들은 모두 깜짝 놀랐고
몇몇 분들은 황급히 계산을 하고 도망치듯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마침 피크 타임인데 카페의 손님수는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고 한산해졌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그 일행에게 "손님들 민폐니까 나가주세요."라고 말하려고 했습니다만.
동료가 제가 화를 내는 것을 눈치채고 딱 붙잡은 다음 말했습니다.
"그만둬. 저 학생복 깡패는 내가 전에 일하던 가게에서도 행패를 부렸던 놈이야."
"예? 사실입니까?"
"무전취식을 한 다음 음식이 맛이 없다고 트집을 잡으면서 기합을 넣어주겠다고 점장을 무자비하게 두드려 팼어. 점장은 가게에서 리타이어 할 수 밖에 없었지."
"세상에."
"얼마전에 유치장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그 안에서도 난동을 부린다고 들었어. 도저히 손 쓸 수 없는 놈이니까 가만히 있는게 좋아."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그렇게 상식이 없는 깡패가 있다니. 부모의 얼굴을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부순 다음, 기묘한 일행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게에서 나갔습니다.
카메라는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고 말이지요.(쓴웃음)
어쩔 수 없이 제가 급히 테이블을 정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테이블에도 흠집이 생겨버렸고. 정말 민폐네요.(쓴웃음)

이런 손님들은 두 번 다시 가게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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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작가의집  
이집트라... 그러고보니 저희 삼촌이 이집트행 비행기를 전담해서 운행하시는 기장님이신데. 불현듯 생각나네요. 전화걸어서 안부나 여쭤봐야지.
Nullify  
"내가 밥맛이라면 자네는 꿀맛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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