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짤렸습니다.

작두타는라이츄 2 2751

뭐, 사실 타이밍 문제긴 했습니다. 사표쓸까 고민하던 중이었고... 

비유하자면 이런 겁니다. 남자친구를 찰지 마지 고민하는데 남친이 차버린거죠. 

 

표면상의 이유로는 일하는거랑 사람들하고 못 어울리는거라는데 되게 웃긴게 부장이 그런 말 할 입장은 아니라는거죠. 

 

일단 일 가지고 걸고 넘어진 거에 대해 반박을 해보자면(이부분은 엄마도 듣자마자 헐 거기 왜그래 이러셨음)

1. 매일 실험실 경비 잠금을 제가 해제합니다. (불켜고 준비까지)
2. 애초에 일을 지시할 때 부장이 6하원칙 중 ‘언제’를 빼먹습니다. 즉 일을 지시할 때 데드라인이 없음. (누가랑 왜는 솔직히 생략해도 되는데 데드라인이 없으면 저는 이걸 급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미뤄버립니다)
3. 저만 모니터 하나여서 예전에 그 얘길 했었는데 동료가 부장님 모니터 갖다 쓰셨으면 좋겠다고 한 적 있었습니다. 보고드리러 가면 부장님은 블로그(골프 관련 블로그)랑 카톡 켜놓고 있고 저는 브라우저 하나에 포럼 논문 구글(검색하려고) 법령 등등... 

4. 일을 안 줍니다. 제 쪽에서 먼저 시키실 거 없냐고 매번 물어봅니다. 몇주 전부터 그랬어요. 

5. 솔직히 저 포덕인거는 덕밍아웃해서 사람들도 알긴 알아요. 근데 제가 일하다가 레이드를 뛰러 가길 했나요 희귀한 포켓몬 떴다고 나가길 했나요? 그런 적 없습니다. 

 

그리고 교류 문제인데... 

이건 저랑 다른 부서원들이랑 성별은 같은데 관심사가 아예 달라서 그렇습니다. 저는 보통 남성분들이 많이 관심 가지는 게임이나 전자기기쪽이 관심사이고(그래서 남자분들이랑 말이 잘 통합니다) 그 분들은 화장품이나 옷? 그리고 그분들 저빼고 다 커플임. 공통분모가 아예 존재하질 않습니다.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아예 안 친한 것도 아니고 얘기 하는 거 듣고 있을 뿐인거예요. 일 하는데 지장은 없을 정도의 친분(온라인 게임 친밀도 레벨로 치자면 약간 친함 정도)은 유지하고 있었고요. 같이 부장님 욕 하면서 ㅋㅋ 부장님이 부당하게 일 시킨다 싶으면 그분들이 대신 화내주시기도 했고요. 

 

다음으로 부장 자체의 문제입니다. 

1. 업무 관련 지식이 1도 없습니다. 사장님도 그거 알면서 뽑았고요. 뭐 주주총회에서 순이익 몰라서 개쪽당하시는 분이니 어련하시겠습니까마는. 문제는 관련 지식이 없어도 배우고자 하면 되는데 그조차 안 합니다. 하는거요? 위에 썼잖아요. 골프블로그 보면서 카톡하고 아랫사람들한테 시켜서 브리핑받는거. 
2. 시약 관련해서 클레임이 들어온 적 있는데, 이게 용액 색깔 관련된 거였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이게 무슨 염료이고 왜 이렇게 되는 건지를 찾아봐야 정상인데 연구소장이라는 사람이 한다는 말이 “그게 그렇게 문제되면 물감 타라고 해!” 근데 이거 물감 타면 실험 망할 수 있습니다.
3. 컴퓨터로 블로그(골프 블로그)와 카톡 외에 다른 걸 하는 걸 못 봤습니다. 논문 읽는 것도 못 봤어요. 전 진지하니 궁서체.
4. 자주 어울리는 차장님이 있는데 그 분이랑 항상 담배를 피러 나가십니다.
5. 행정쪽 관련해서... 원래 영업허가 관련된건, 사람을 뽑을 때 거기까지 준비가 되어 있었어야 정상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얘기했을겁니다. 준비가 안 되어 있더라도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고요. 그거에 대해 이의제기를 했는데 아주 엿같은 이유(너도 알아야 한다 뭐 이런)를 갖다 붙이더라고요. 모르는 사람 대하는 것도 싫어하는데다가 연구원이고, 실무를 빨리 익혀도 모자랄 마당에 사무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6. 이것도 행정쪽 관련인데, 데드라인이 5월 21일입니다. 그것도 모든 서류 제출이요. 첫빠따에서 막히긴 했는데 그 처음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작성 제출 심사까지 두 달 걸립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제가 물어보지 않으면 그 쪽에서 먼저 말 안 해줍니다(시켜먹을 거 있을 때 말고요).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중소 안 가는구나 싶을 정도. 

1. 야근수당이 있긴 한데 받기가 뭐같아서 그냥 야근을 안 합니다. 이 수당도 차장급 이상은 안 나옵니다. (그래서 대부분 야근 안 함)
2. 수습이 3개월인데 처음 1개월동안은 실무교육을 하고 그걸 바탕으로 시험을 봅니다. 시험에서 외운 것 중 일하면서 쓸모있는 건 회사 주소 뿐입니다. 사업자등록번호나 사장님 이름은 물론 업태 업종 다 외워야 합니다. 정말 1도 쓸모 없습니다.
3. 도서지원 제도가 있긴 한데 책 가격 제한때문에 의미는 없습니다. (12000원+10%) 차장님이 올려달라는 얘기도 해 봤으나 온갖 지리멸렬한 멘트와 함께 회사에 돈이 없어서 안되겠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얇은 책이나 요리책만 신청하는데 가격때문입니다.
4. 연봉이 면접때 제시한 거랑 다릅니다. 월급에서 식대가 10만원씩 까입니다. 따로 식대를 주지는 않습니다. 수습때는 주긴 주는데 7000원 제한 있고 만원 넘어가면 눈치 줍니다.

5. 연차도 사용하기 일주일 전에 결재가 완료되어야 합니다. (29일에 연차 쓰려면 22일에 결재가 완료되어야 함) 당일에 아파서 연차쓰려면 진단서를 가져가야 합니다. (증빙서류가 필요하고 그 이유도 타당하지 않으면 연차로 인정이 안 됨) 또한 특정 날짜에는 연차를 쓸 수 없습니다. (창립기념일 전날이나 종무식, 체육대회)

 

솔직히 통보받고 오전에는 많이 울었는데, 오후에는 그 때문인지 오히려 차가워지더라고요. 내가 이럴 때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차가웠습니다. 자리에 있던 서류 파쇄 및 컴퓨터 세팅 해제, 자료 넘겨주기, 실험대 정리까지 순식간에 마치고 끝났네요.  

 

연락처는 제가 좋아하는 그 분 빼고 다 지웠으니 이제 모르는 번호 안 받을 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분한테 마지막으로 좋아했다는 말을 하고 나왔다는 거...?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 신고

Author

8,759 (78.7%)

<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2 Comments
paro1923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조직의 횡포에 직면할 때가 많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터무니없는 갑질에 걸렸네요.
별 위안은 안 되겠지만, 더 나은 직장을 얻기 전의 '잠깐의 트러블'이라 믿습니다.
작두타는라이츄  
생각해보면 그 트러블이 정말 심각하게 많았습니다 ㅠ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