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와 외치는 근황

을오랑 2 2673

1.

테일즈 오브 베르세리아를 클리어했습니다. 주인공이 은근 취향이었는데 결말은 씁쓸하군요.

그냥 선택지를 하나 더 넣고 세카이계처럼 멸망으로 끝맺어도 괜찮지 않았으려나? 싶을 만큼 말입니다.

이런 말은 전작의 팬들에게 실례겠죠.

 

2.

어릴 적엔 게임을 놓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었지만, 이젠 변수 하나로만 보입니다.

가장 좋아했던 세계는 서비스 종료와 함께 사라졌고,

잘못해서 트롤로 몰리거나 욕 먹는 게 두렵습니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게임들이 많지만,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변수 하나를 위해 많은 것을 들였던 시기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3.

최근 30~40년 전을 떠올리는 낮고 투박한 콘크리트 건물과 간판들을 볼수록 익숙함보다 두려움이 듭니다.

'나는 저런 데서 살아갈 처지로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날 높이 솟은 세종시의 아파트와 학교 근처의 후줄근한 건물들을 떠올릴수록 그런 생각을 버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전자의 삶을 누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버리고 희생해야 할지 두렵습니다.

 

언젠가 발전을 위해, 나이값을 위해 소중히 여겼던 것들을 버릴 날이 오겠지요.

젊음처럼 여겼던 오타쿠 문화도, 인터넷 속에서 이야기할 여유도 사라지겠지요.

결국 심사숙고하며 지었던 닉네임마저 사라지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같은 기본 키만 남는 게 아닐까요?

 

그것이 제 오랜 두려움입니다.

 

 

4.

그래도 모두 축복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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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Lv.1 을오랑  3
388 (38.8%)

게임보이는 소년보다 더 빨리 늙는다.

2 Comments
노숙까마귀  
4. 축복이 가득하시길.
을오랑  
역시 축복이 가득하기를.
James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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