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전에 대한 저의 시각 변화.

paro1923 4 2210

처음 볼 땐 작가가 그래도 글솜씨가 좋고, 또 기본 원작이 알렉산더 전기나 삼국지연의 같은 영웅물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서 몰입하기 참 좋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땐 정말 좋아했습니다. 본 매체는 을지서적판 소설하고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뿐(애니판은, 어쩐지 제 구미에 안 맞더군요)이었지만 참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한 몇 년 지나고 보니, 작품을 깊게 파면서 그 과정에서 이건 좀 이상하다 싶은 부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후대에 애니 등을 통해 추가된 설정이 아닌 본편만 놓고 보면 우주전쟁이라면서 함대 전투장면은 중세 기사들의 랜스차징이나 또는 18세기 라인배틀같은 느낌에다(지금 생각해 보니, 창기병보단 라인배틀이 더 적절하군요), 전술 부분에 있어서도 일발역전성 기략의 허구성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작중에선 그 못지 않은 일회성 야바위들이 난무하고, 특히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실제 묘사는 중우정치적인 측면만 보여주고, 반대로 전제정치의 문제점을 설파하면서도 로엔그람 왕조를 통해 엘리트 정치의 장점을 설파하는 등 다나카 요시키가 엘리트주의에 찌들어 정치적 주의를 왜곡되게 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민주주의가 이기는 것도 어찌 보면 식상한 클리셰일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그런 걸 제하고라도 작품 전체적으로 제국 측 시각만 지나치게 반영하는 측면이 크고, 민주주의를 옹호한다는 측이 나중에 보여주는 모습은 측근정치나 군벌정치, 죽은 사람 우상화, 그리고 마지막엔 무력항쟁으로 적 수뇌부에 쳐들어가 입헌제 도입을 주장한다는 머릿속에 꽃밭이 만개한 전개까지...

 

그 외에도 헛점이 많지만, 어쨌든 은영전은 "좀 재미있게 쓴 라이트노벨" -  딱 그 정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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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5 paro192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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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口無言.

4 Comments
콘스탄티노스XI  
그런데 은영전이 한창 현역일때는 은영전 내부에 있던 작위적 설정에 대한 얘기가 별로 없었나요?
paro1923  
'현역'이 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처음 볼 때는 재미있어하다가 깊게 파면서 까로 돌아선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긴 한 것 같았는데... 비판 여론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함장  
음 뭐 이해하기 쉬운 측면은 있죠
paro1923  
가볍게 보면 재미있는데, 정치나 음모의 비중이 적지 않다 보니 결국 그게 흠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전쟁만 다룬 형태였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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